러시아발(發) 폭풍이 글로벌 경제를 강타하며 ‘유가 200달러, 환율 1300원’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거론되고 있다. 극단적 위기에 처할 가능성에 대비한 ‘컨틴전시플랜’ 마련을 미룰 수 없는 상황이 됐다. 국제 유가는 7일 배럴당 장중 139달러(브렌트유)까지 치솟아 150달러 돌파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미국 등이 러시아산 원유 수입 금지 조치를 취하면 JP모건이 예상한 배럴당 200달러도 불가능한 그림은 아닐 것이다. 세계 5위 원유 수입국인 한국으로서는 러시아산 수입 물량이 지난해 기준 전체의 5.6%에 그친다고 해도 고유가로 인한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수입 물가 급등으로 이달 소비자물가는 4%를 넘어서고 무역수지도 악화할 가능성이 높다.
설상가상으로 원·달러 환율은 연일 기록을 바꾸며 8일 달러당 1230원대 후반까지 올라섰다. 금융 위기 당시의 1500원 수준까지 각오해야 할 만큼 글로벌 환경은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이다. 고유가·고환율·고금리의 ‘3고(高) 현상’을 마주한 기업들은 채산성 악화로 신음하고 있지만 사실상 속수무책이다. 중간재 산업 비중이 높은 우리로서는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피해가 다른 나라보다 훨씬 크다. 이러다 좋은 기술을 가진 기업들까지 일시적 자금 미스매치(만기 불일치)로 흑자 도산할까 걱정이다.
게다가 초유의 퍼펙트스톰(초대형 복합 위기)이 정권 이양기에 몰려오고 있어 더욱 우려된다. 자칫 신구 정권 교체기에 ‘정책 아노미’ 상황이 발생한다면 위기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이번 대선에서 승리한 당선인 측과 협의해 ‘경제 워룸’을 즉각 설치해야 한다. 새 정부도 선심성 돈 풀기 공약 집행을 중단하고 한미 통화 스와프 재체결 등 위기 관리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 지금은 신구 정권 간 긴밀한 협력을 통해 비상 플랜을 가동해도 위기 돌파를 장담할 수 없는 긴박한 국면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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