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환자들이 의료비 부담에 대한 걱정만으로 삶이 송두리째 흔들리는 고통을 겪는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재정독성(Financial Toxicity)은 의료비 부담으로 인해 저축 고갈 등 물질적인 영역을 넘어 스트레스, 걱정 등 심리적 영역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미국암학회(ACS)가 도입한 개념으로, 암환자는 일반인 보다 이러한 재정독성에 노출되는 경우가 2.5배 가량 더 높다고 알려져 있다.
삼성서울병원 조주희 암교육센터 교수와 강단비 임상역학연구센터 교수 연구팀은 암정복추진기획단의 지원을 받아 재정독성이 국내 암환자들의 삶에 끼치는 영향을 조사했다. 연구는 삼성서울병원과 화순전남대병원에서 2017년 10 월부터 2018년 3월까지 암을 극복한 생존자 72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분석 결과 암 생존자 727명의 평균 나이는 54세로 집계됐다. 가계에서 수입과 지출 모두 가장 많고, 필요한 시기에 암이란 예기치 못한 변수를 맞이한 셈이다. 이들 중 26%는 의료비에 대한 걱정과 불안, 스트레스와 같은 심리적 재정독성 상태에 놓여 있다고 답했다. 또한 12%는 실제 가계 상의 어려움으로 물질적 재정독성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국내 암환자 4명 중 1명은 실질적인 가계부담과 관계없이 의료비에 대한 심리적 스트레스를 겪고 있는 것이다.
연구팀은 암 생존자 모두에게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은 얼마나 느끼는지, 삶의 목적이나 희망에 대한 상실감은 어떤지 등을 물었다. 모두 삶을 지탱하는 중요한 요소인 동시에 암 치료에도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이다.
그 결과 물질적, 심리적 재정독성 상태에 처한 이들의 경우 절반에 가까운 47.2%가 인생에 대한 불확실성을 느낀다고 답했다. 당장 가계에 문제가 되지 않지만 심리적 재정독성을 호소하는 경우에도 불확실성을 호소하는 비율이 34.6%에 달했다. 심리적으로도 아무런 부담이 없다고 답한 사람과 비교하면 4.9배나 높다.
삶의 목적과 희망을 잃었다고 답한 사람들의 비율도 비슷한 경향을 보였다. 실제 물질적 어려움은 없지만 심리적 재정독성이 있다고 답한 사람들은 삶의 목적과 희망을 잃었다고 답한 비율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각각 1.9배, 2.5배 더 높았다.
조주희 교수는 “암이라는 예상하지 못한 상황을 만났을 때 갑작스러운 의료비 부담으로 인한 스트레스는 미래를 계획하고 준비하는 것을 어렵게 한다” 며 “암 진단 초기부터 암 치료에 필요한 재정 지출 계획에 대해 의료진과 상담하고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다학제 암치료에 있어 국제적인 학술지인 ‘암의 지지치료(supportive care in cancer)’에 게재됐다.
삼성서울병원은 이처럼 재정적 어려움을 겪는 암환자들을 위해 전문 사회복지사의 상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재정독성을 조사하기 위한 측정 도구를 개발하고, 암환자 직장복귀 프로그램도 갖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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