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구진이 북극 해저에서 수중 영구동토층이 녹으면서 9년 사이에 형성된 빌딩 단지만한 거대 싱크홀을 처음으로 확인했다.
미국 CNN 방송은 14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몬터레이베이 수족관 연구소(MBARI) 찰스 폴 박사팀은 국제학술지 '미국립과학원회보'(PNAS)에서 2010∼2019년 4차례에 걸쳐 캐나다 북부 보퍼트해 인근에서 북극 해저 지형 탐사를 해 최대 깊이 28m, 폭 95m, 길이 225m의 싱크홀을 발견했다고 보도했다.
연구진은 또 같은 기간 '핑고'(pingo)로 불리는 화산 모양의 얼음 언덕도 형성됐다며 북극 해저 지형의 이런 급격한 변화들은 수중 영구동토층이 녹으면서 생긴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지상에서는 북극 영구동토층이 녹으면서 지반 붕괴, 호수 생성·소멸 등 큰 지형 변화가 많이 관찰됐으나 해저 수중 영구동토층이 녹는 현상과 그로 인한 지형 변화를 직접 측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연구진은 밝혔다.
폴 박사는 "해저 지형의 이런 큰 변화는 해저에 설치되는 기반시설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며 "북극에는 현재 이런 시설이 거의 없지만 온난화가 지속되면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지역도 더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2010∼2019년 북극 해저 26㎢ 면적에 원격조종 수중 수심측정장치를 투입해 해저 지형을 정밀하게 관측해 경사가 가파르게 형성된 깊은 원형 또는 타원형 싱크홀 41개를 발견했다. 이들 싱크홀의 평균 깊이는 6.7m였고, 가장 큰 싱크홀은 깊이가 29m 길이 225m, 폭은 95m로 6층 건물이 들어찬 도심 구역과 맞먹는 크기였다. 연구진은 또 높이 50m, 지름 10m 크기의 얼음 언덕들도 다수 발견했다. 지상에 형성된 이런 얼음 지형은 '핑고'로 불린다.
연구에 참여하지 않는 러시아의 영구동토층 연구자 에브게니 추빌린 박사는 "영구동토층의 변화는 느리게 진행되기 때문에 보통 연간 몇㎝ 정도 변화가 관측된다"며 "이렇게 짧은 기간에 이런 큰 변화가 일어나는 것은 예상치 못한 현상"이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지상 영구동토층 해빙은 대체로 지구온난화로 인한 것으로 분석되지만 이번에 발견한 거대한 해저 싱크홀은 인간이 일으킨 기후변화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폴 박사는 "이 연구는 수중 연구동토층에 대한 첫 연구로 이 지역 해저 온도 장기 데이터가 없을 뿐 아니라 해저 150m에서는 온난화 경향도 포착되지 않았다"며 "거대한 싱크홀은 마지막 빙하기 이후 수천 년간 서서히 진행돼온 느린 기후 변화에 의한 것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미국 우드웰 기후연구센터 수 나탈리 박사는 "이 연구에서 보고된 변화들은 100∼1000년이 걸리는 사건에 따라 일어날 수 있는 현상들"이라며 "이런 변화들이 해저 영구동토층이 녹을 때 온실가스 배출을 초래할 경우 기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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