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이킹은 남의 것을 빼앗는 것이 아니라 춤을 통해 상대방과 소통함으로써 국가와 사회, 나아가 개인에게 평화를 안겨 주자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오는 4월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댄스 워(Dance War)’라는 주제로 상설 공연을 준비 중인 브레이킹팀 ‘플로우엑셀’의 홍텐(본명 김홍열)과 루키(신광현)는 “브레이킹은 전쟁을 평화로 바꾸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브레이킹은 스트리트댄스 중 남성이 하는 비보잉(B-boying)과 여성의 비걸(B-girl)을 합친 것이다.
플로우엑셀은 지난 2020년 홍텐과 루키를 포함해 7명의 팀원으로 구성된 브레이킹팀으로 20년 전 결성된 ‘드리프터즈 크루’를 전신으로 한다. 경력은 화려함 그 자체다. 2002년 세계 4대 브레이킹 대회인 독일 ‘배틀 오브 더 이어(Battle of The Year) 2002’에서 아시아 최초로 우승하는 등 지금까지 각종 국내외 대회에서 약 100회나 수상한 경력이 있다.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에서는 폐막식 공연에 나서기도 했다.
17일 서울 동교동 연습장에서 만난 이들은 브레이킹 그 자체가 평화라고 말했다. 실제로 브레이킹은 미국 갱단들이 서로 죽고 죽이는 싸움을 벌이다 총 대신 춤과 말로 협정을 맺은 것에서 유래한다. 홍텐은 “당시 갱들의 전쟁에서 죽은 사람들은 모두 서로의 친구”라며 “총을 내려놓고 서로 소통하면서 모두 평화를 가질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이들이 반대하는 전쟁은 단지 국가 간 전쟁만이 아니다. 직장에서 겪는 불협화음, 세대·계층 간 갈등, 심지어 가족 내에서 일어나는 불화까지 포함된다. 루키는 “사람과 사람이 부딪치면서 일어나는 오해와 소통 부재가 우리의 일상을 전쟁터로 만들고 있다”며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전쟁은 누구나 겪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것 역시 이들이 추구하는 지향점이다. 대표적인 이가 홍텐이다. 그의 나이는 38세. 다른 브레이킹 댄서들이라면 체력에 한계를 느껴 벌써 은퇴하고도 남을 나이다. 그럼에도 그는 한계를 넘어서기 위한 시도를 끊임없이 한다. 1 대 1 대결에 초점을 둔 대회의 틀도 과감히 깼다. 그는 “얼마 전 미국 브레이킹 댄서 10명을 상대로 배틀을 한 적이 있다”며 “1 대 1 대결에서는 3~4분 정도만 하면 되지만 10 대 1로 하다 보니 혼자 20분 이상 배틀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브레이킹을 춤이라는 영역에서 벗어나 예술 등 다른 영역으로 확대하려는 시도 역시 멈추지 않고 있다. 동교동 연습장에는 검은색으로 이뤄진 캔버스가 걸려 있다. 얼핏 보면 검은색 물감을 그냥 뿌려 놓은 것 같지만 실제로는 바닥에 물감을 뿌리고 그 위에서 브레이킹을 해 표현한 작품이다. 루키는 “고정적인 관념에서 벗어나 춤과 미술을 융합하려는 시도”라며 “앞으로 관련 작품들에 대한 전시회도 가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도전을 계속하는 것은 다양성을 추구하겠다는 목표 의식에서 비롯된다. 하나에 고정되지 않고 계속 변화함으로써 ‘질리지 않는 춤’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홍텐은 “똑같은 것을 계속하다 보면 감동은 사라지고 지겹다는 것밖에 남지 않는다”며 “예술 작품처럼 5년·10년 뒤에 봐도 대단하다는 감탄이 나오는 춤을 추고 싶다”고 역설했다. 대회나 공연에 나갈 때 무대장치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고 필요한 음악을 스스로 만드는 것도 이러한 이유다.
브레이킹이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는 2024년 파리 하계 올림픽에 대한 기대 역시 크다. 실제로 홍텐은 세계 각종 대회에서 수많은 우승 경험을 한 바 있는 가장 유력한 금메달 후보 중 한 명이다. 그는 “솔직히 스무 살 이상 어린 친구들과 겨뤄야 하는데 체력적 부담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과연 내가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도전해 보려 한다”고 밝혔다.
한편 장윤식 플로우엑셀 대표는 “다음 달 공연은 전쟁이 아닌 평화와 번영·인류애가 모토”라며 “이를 통해 사람들이 이기적인 전쟁을 멈추고 좋은 영향력을 서로 나누는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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