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서개 이야기’, ‘무순 6년’ 등에서 전쟁과 폭력의 역사를 꾸준히 다뤄 온 극작가 김도영의 신작이 국립극단의 작품 개발 사업 ‘창작공감’을 통해 선보인다. 빛이 전혀 없어서 시각이 제약을 받는 상황 속에서 공연을 만들어내는 실험적 연극도 함께 나온다.
국립극단은 21일 서울 용산구 극단 내 백성희장민호극장과 소극장 판에서 오는 30일부터 다음 달 15일까지 각각 ‘금조 이야기’(김도영 작, 연출 신재훈)와 ‘커뮤니티 대소동’(이진엽 연출)을 공연한다고 밝혔다. 두 작품 모두 ‘창작공감’ 사업을 통해 1년 동안 개발 과정을 거쳤다.
‘금조 이야기’는 1950년 한국전쟁 통에 잃어버린 딸을 찾아 피난길을 거슬러 올라가는 주인공 금조와 동행자 들개의 이야기다. 러닝타임 4시간에 이르는 대작으로, 피난민, 시인, 역무원, 미군, 소년병, 표범, 곰, 말 등 약 30개 캐릭터를 13명의 배우가 연기한다. 김도영 작가는 “견디면서 봐야 할 정도의 끔찍한 피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며 “전쟁이 인간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그리고 이후 우리는 어떻게 회복해 가는지”를 그리겠다고 전했다.
소극장 판에서 공연하는 ‘커뮤니티 대소동’은 지난해 ‘창작공감: 연출’ 사업의 주제인 ‘장애와 예술’에 따른 작품으로, 시각장애인들이 연극을 올리는 과정을 담은 극중극이다. 관객은 공연장에 들어가기 전부터 안대를 한 채 진행요원의 안내를 받아 이동하게 된다. 공연이 시작되면 관객은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배우의 소리에 의지하여 움직이거나 자리를 이동하는 등 극의 일부가 된다. 이진엽 연출가는 “비시각장애인으로서 커뮤니티 구성원들과 만난 시간 동안의 기쁨과 혼란을 담고 있으며, 관객도 이를 감각적으로 함께 경험할 수 있게 하고자 구성했다”고 말했다.
두 공연 모두 국립극단 홈페이지에서 예매 가능하다. ‘금조 이야기’의 경우 다음 달 2일 공연이 끝난 후 김도영 작가와 신재훈 연출가 등이 참여하는 관객과의 대화도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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