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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과도시]사계절 담은 中庭…아파트 숲속에 핀 '힐링공간'

■시흥시 ‘배곧도서관’

▶中庭 품은 도서관

1층 조경과 벤치, 2층엔 데크 배치

이용자들 야외 열람공간 겸 쉼터로

여러건물 뒤섞은 독특한 외관 눈길

▶아기자기한 건축

건물 한편에 일부 탁 트인 유리창

외부 보행자들 시선 확 잡아끌어

북플랫폼엔 누워서 책보는 공간도

경기도 시흥시 배곧도서관은 여백의 미를 살린 '중정'이 배치돼 배곧신도시 시민들을 위한 놀이 겸 휴식 공간으로 설계됐다. 중정은 내부 공간과 막힘없이 이어져 이용자들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다. 사진 제공=스페이스덴 건축사사무소




배곧도서관 실내 공간의 중심인 북카페를 외부에서 바라본 모습. 마치 포장이 조금 벗겨진 선물상자처럼 외부인들의 시선을 잡아 끌도록 설계됐다.


배곧신도시는 경기도 시흥시가 지난 2006년 매입한 갯벌을 메워 조성됐다. 2007년 행정 절차를 밟아 2012년 간척 사업이 마무리됐고 숨 가쁘게 택지지구 사업이 본격화됐다. 2015년 시범 단지 입주를 시작으로 2019년 입주를 마무리 지은 ‘신생 도시’다. 아파트 단지와 대형 빌딩 숲으로 이뤄진, 다소 척박하다고 느껴질 수 있는 신도시 속에 인간미를 더하는 도서관을 짓는 것이 ‘배곧도서관’ 프로젝트의 키워드였다. 뚜렷한 목적 없이 나른한 휴식을 위해 시민들이 편히 발걸음 할 수 있는 아기자기한 마을 같은 도서관, 배곧도서관은 그렇게 탄생했다.

국내 최초 중정(中庭)이 있는 도서관

배곧도서관 구조의 핵심은 바로 1·2층으로 구성된 중정이다. 1층에는 조경과 벤치를, 2층에는 데크를 놓았다. 의도적으로 이용자들의 느린 동선을 유도했다. 중정의 여백 미는 바로 뒤에 빽빽하게 자리한 아파트 단지와 대형 빌딩 숲과 대조를 이룬다.

중정은 배곧도서관의 구조적 중심이다. 중정을 가운데 두고 여러 프로그램들이 이어진다. 일반 자료실, 어린이 및 유아 자료실, 문화교실, 동아리실, 북카페, 다목적 강당, 관리 영역 등이 중정에서 연결되고 실내에서는 북플랫폼으로 이어진다.

북카페 천장에 높낮이가 다른 조명과 창문을 통해 만들어진 다양한 빛의 변주가 돋보인다. 조명과 창문은 가로 90㎝, 세로 90㎝로 사이즈가 같다.


배곧도서관을 설계한 박홍근 스페이스덴 건축사사무소 대표는 “중정형 도서관이다 보니 중정을 향한 출입구가 많아 관리자 입장에서는 귀찮을 수도 있겠지만 이용자들은 중정을 가까이 느낄 수 있고 그 중정은 야외의 열람 공간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각 열람실에서 대출이 이뤄졌던 옛 도서관과 달리 최근의 도서관들은 메인 안내 데스크에서 대출 및 반납이 이뤄진다. 배곧도서관도 메인 안내 데스크에서 대출과 반납을 할 수 있다. 덕분에 이용객들은 얼마든지 책을 들고 중정으로 나갈 수 있다. 일반 도서관에서 실내 공간으로 한정돼 있던 열람공간이 중정을 통해 야외로 확장된 것이다.

배곧도서관의 외관은 보이는 관점에 따라 다른 건물처럼 느껴지는 특징이 있다. 박 대표는 “벽돌이 아닌 ‘큐블록’을 주재료로 쓰고 덩어리마다 다른 재료들을 이용해 여러 건물이 섞여 있는 듯한 느낌을 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주재료인 큐블록은 점토로 만든 벽돌과 달리 컬러 콘크리트 블록 특성상 세월이 지나도 변하지 않아 처음 그대로의 모습을 유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휴식·독서 두 마리 토끼 잡도록 설계

도서관의 중앙 로비는 보통 각 개별실로 연결되는 연결 통로의 기능만 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무심코 지나쳐버리는 다소 딱딱한 느낌의 공간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배곧도서관의 중앙 로비는 또 하나의 힐링 공간으로 설계됐다. 박 대표는 “로비는 각 프로그램을 연결하는 공간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휴게 공간이 됐으면 하는 생각에서 설계했다”면서 “북플랫폼에서 누워서 책 보는 사람들도 있었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고 전했다. 도서관이 놀이와 휴식, 또는 바쁜 시민들의 약속 장소가 되기를 바란 건축가의 염원이 담긴 작명이다.

북플랫폼은 어린이 자료실과 유아 자료실, 청소년 무한 상상 공간, 북카페, 일반 자료실 등 주요 공간으로 연결된다. 건축가는 도서관 공간 사이마다 이용자들을 위한 재미를 더했다. 북카페 공간이 대표적이다. 배곧도서관 전경을 보면 주 건물 한편에 조각이 난 것처럼 유리창으로 건물 속살이 비치는 듯한 모습으로 연출됐다. 유동 인구가 가장 많은 사거리를 향해 트인 창은 마치 포장지가 조금 풀어진 선물 상자처럼 보인다. 외부 보행자들의 시선을 잡아 끄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박 대표는 “지나가던 사람이 북카페 안의 사람들을 보고 인사하거나 도서관 실내에 대한 호기심을 갖게 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외부와 내부의 빛을 이용해 다양한 빛의 변주에 신경 쓴 것도 엿보인다. 북카페 안으로 들어오면 벽면에 배치된 작은 정사각형 창문들로 햇빛이 군데군데 스며든다. 박 대표는 실내에서 자연광을 즐기며 독서를 할 수 있게 배려했다고 설명했다. 천장의 조명도 높낮이가 다른 직육면체를 활용해 공간의 리듬감을 만들어냈다. 천장의 조명과 창문 모두 가로·세로 길이가 각각 90㎝로 같아 조형미를 자아낸다.

배곧도서관 입구로 들어서면 딱딱한 느낌의 로비가 아닌 편하게 쉴 수 있는 ‘북플랫폼’이 가장 먼저 눈에 띈다. 이용객들은 이곳에서 서로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누워서 책을 볼 수도 있다.


어린이 자료실과 유아 자료실에서는 직선보다는 원형의 이미지를 많이 차용했다. 어린이들이 앉을 수 있는 소파 공간과 책장, 천장에 원형 모티프를 적용해 설계했다. 벽면에도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곡선 형태의 책장을 짜 넣었다. 2층 일반 자료실은 ‘ㄱ’자 모양으로 조성됐는데 천장의 높이와 모양이 계속 변하면서 공간적 재미와 함께 이용자들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설계자인 박 대표는 상상의 반절만 구현해 냈다는 아쉬움도 있었다고 전했다. 박 대표는 “배곧신도시가 갯벌을 메워 조성된 신도시이다 보니 건물의 기초 하부에 전봇대처럼 생긴 PHC 파일을 500여 개를 놓아 그 위에 건물을 올릴 수밖에 없는 방식이었다”며 “파일 공사비에 전체 공사비의 10% 정도를 쓰다 보니 한정된 예산안에서 설계를 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상황을 감안한 예산 설정이 안 됐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지만 휴먼 스케일이 사라진 신도시에 여러 건물이 모여 하나의 도서관 마을 같은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최대한 노력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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