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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발적 은퇴 후 인생 2막 즐기다 유튜버 딸 덕분에 크리에이터 돼”

■유튜브 거누파파네 크리에이터 최창우 씨

유튜버인 자녀 통해 자연스레 크리에이터 길 들어서

은퇴 4년차 삶 공유하는 유튜브 영상 공감 얻어

인생 2막엔 혼자 즐길 수 있는 취미 필요해

사진=정혜선




어쩌다 보니 인생 2막 크리에이터의 길에 접어든 이가 있다. 듣고 있으면 절로 웃음이 나는 입담의 소유자 최창우(만 57) 씨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최 씨는 유튜브 거누파파네를 운영 중인 유튜버 작누PD의 아버지이기도 하다. 은퇴 후 자연스레 유튜브 거누파파네에 출연하면서 인생 2막 크리에이터의 길에 들어섰다.

최 씨의 매력은 스스럼없이 할 말을 쏟아내는 데 있다. 그가 은퇴 4년 차로써 은퇴 후 삶에 대해 하는 말은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었다. 은퇴한 중장년들이 제일 듣기 싫어하는 말인 ‘백수’를 은퇴 후 새로 생긴 명함에 딱 새겨 넣고 그야말로 은퇴 후의 삶을 즐기고 있는 최 씨를 만나봤다.

- 만나서 반갑다. 간단한 자기 소개 부탁한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평범한 삶을 살아온 1인이다. 쉽게 말해 초등학교부터 대학교를 거쳐 군대, 사회생활, 결혼까지 재수 없이 정말 평범하게 살다 은퇴 후 크리에이터 길에 접어든 최창우라고 한다.”

- 유튜브 거누파파네를 보고 인터뷰를 요청하게 됐다. 유튜브엔 어떻게 출연하게 된건가.

“내가 하고 싶어서 먼저 출연을 요청한 건 아니다(웃음). 사실 나는 유튜브 시청자였다. 유튜브를 보면서 이런 영상을 촬영하는 사람은 따로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딸이 이 업에 뛰어들면서 내 의사와 상관없이 자연스레 데뷔하게 됐다. 시작하고 보니 은퇴 후 딱히 할 일이 없었는데, 소일거리로 할 수 있어 좋더라. 지금은 사장님이 시키는 대로 하고 있다(웃음).”

- 유튜브 내용이 다양하던데, 기획에도 직접 참여하시나.

“유튜브를 찍다보니 공부를 해야겠더라. 그래서 유튜브 관련 책을 두 권 정도 읽었다. 대부분 사장님인 딸이 혼자서 기획하고, 나는 그동안 쌓인 연륜으로 충고를 해준다. 간혹 아이디어를 내기도 하는데 채택이 잘 안 되더라(웃음).”

- 유튜버들을 만나보면, 촬영주기가 있더라. 거누파파네도 그럴거 같은데, 어떤가.

“나는 평생 대기업에서 일하면서 규칙과 계획에 익숙해져 있는데, 요즘 MZ세대는 자유로워서 그런지 그런 게 없더라. 아시다시피 거누파파네 채널엔 운영자인 사장님이 따로 있지 않나. 사장님이 찍자고 하면 찍는 거다. 하하하. 그게 좀 불편하긴 하더라. 어떤 날은 저녁 먹고 나서 촬영을 시작해 새벽 한 시까지 찍기도 한다. 야근 수당도 안 주니 이건 완전 노동 착취다(웃음).”

이미지=거누파파네 유튜브 영상 갈무리


- 현재 유튜브 촬영을 하면서 월급을 받고 있나.

“올해 유튜브를 시작한 지 햇수로 4년차다. 원래 연차가 쌓일수록 월급이 오르지 않나(웃음). 유튜브를 시작하고 3년차까지는 용돈을 받았다. 물론 주는 사장님은 보수라고 하더라(웃음). 그 용돈이라는 게 매월 주는 게 아니라 명절, 생일, 어버이날 등 특정한 날에 주더라. 어쨌든 그걸 다 합치면 유튜버 1년차 연봉이 200만원 남짓이었다. 그 연봉이 3년 정도 이어지다 올해 아내가 강력하게 항의해 임금협상이 잘 이뤄졌다. 현재는 만족하며 촬영에 임하고 있다. 하하하.”

- 은퇴 후 유튜버라는 새로운 일을 시작했는데, 출연해보니 어떤가.

“이 일을 시작하고 얼마 안 있어 언론사로부터 인터뷰 요청이 들어오더라. 그때 내가 유튜버인 게 실감이 났다. 집에서 촬영하는 유튜브는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출연이 가능한데, 다른 곳에서 하는 인터뷰나 촬영은 그렇지 않을 것 같아 인터뷰 요청을 대부분 거절했다.”

- 인터뷰 요청을 대부분 거절했는데, 라이프점프는 응해줘서 감사하다. 인생 1막엔 은퇴 후 이런 삶을 살거란 생각을 했었나.

“전혀 못했다. 내가 회사생활을 할 때는 평생 한 직장에 다니다 정년 되면 그만두는 분위기였다. 그렇다 보니 은퇴 후 삶에 대해 준비를 해야 한다는 생각도 못 했다.”

- 유튜브를 보니 말씀을 너무 잘하더라. 인생 1막에 어떤 일을 했는지 궁금하다.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졸업 후엔 대기업에 취업해 일반 관리직으로 13년간 근무했다. 그러다 잠시 외도했다. 한 3년 정도 회사를 그만두고 와이프가 하는 일을 도왔다. 이후 이전에 근무했던 기업의 계열사로 다시 입사해 53살까지 다녔다.”

- 53살에 은퇴를 했다고 했는데, 정년보다 일찍 퇴사한 거 같은데, 맞나.

“맞다. 정년보다 5년 정도 일찍 그만뒀다. 금융회사였는데, 술자리가 많았다. 젊었을 때는 저녁에 술을 마셔도 아침에 일어나는 게 어렵지 않았는데, 나이 들수록 힘들더라. 그러다 건강이 안 좋아지는 것을 느껴 결단을 내려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가족들과 상의한 끝에 정년을 채우지 않고 그만두기로 결정했고, 그렇게 은퇴했다.”

- 은퇴를 가족들과 상의했다는 게 너무 잘한 부분인 것 같다.

“다행히 당시 딸 둘이 대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그래서 가족들도 나의 은퇴를 지지하고 받아들여 준 듯하다.”



- 은퇴 후 가장 좋았던 점과 두려웠던 점이 있다면.

“사실 자발적 은퇴를 했기 때문에 두려웠던 부분은 없었다. 다만 내 시간이 많아져 좋은 건 한두 달 정도였고, 이후엔 무료해지더라. 그래서 은퇴를 앞둔 분들에게 혼자서 할 수 있는 취미를 부지런히 많이 만들어 놓으라고 말하고 싶다. 아, 방금 은퇴 후 한 가지 섭섭해진 게 떠올랐다(웃음). 매월 내 통장에 들어오던 월급이 들어오지 않으니까 이상하고 섭섭하더라. 하하하. 은퇴 후 실업급여를 받았는데, 한동안 실업급여가 들어오는 날이 기다려졌다.”

사진=정혜선


- 은퇴 후 해를 거듭할수록 조금씩 달라지는 게 있다면.

“꼭 은퇴로 인해 달라졌다기보단 나이 탓이 큰듯하다. 30대와 40대가 다르듯, 50대도 매년 체력이 다르다. 한 살 더 먹을 때마다 세월이 가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이 있다. 그래서 더 늙기 전에 부지런히 놀려고 한다. 코로나19 때문에 많이 못 놀고 있어 안타까울 뿐이다(웃음). 잘 걸을 수 있을 때 해외여행도 많이 다녀야 하는데, 언제 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

- 혼자할 수 있는 취미를 많이 만들어 은퇴하라는 조언을 했는데, 현재 즐기는 취미가 있나.

“나는 혼자서 할 수 있는 다양한 취미가 있다. 젊어서부터 책을 참 좋아하는데, 이젠 눈이 나빠져 많이 읽지 못하고 있다. 참 안타까운 부분이다. 등산, 골프 등 운동도 좋아하고, 모바일 게임도 즐긴다. 하루에 세 번은 우리 집 강아지 산책도 시켜야 해 하루가 바쁘다. 백수가 과로사한다는 말이 딱 맞다(웃음).”

- 오, 모바일게임을 즐기는 시니어라니 멋지다. 게임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나.

“결혼 후 남동생과 한동안 함께 살았다. 한 번은 주말인데 밖에 나가지도 않고, 방에서 안나오더라. 뭘 하나 들여다보니 노트북을 사서 스타크래프트를 하고 있더라(웃음). 처음엔 젊은 사람이 밖에 나가 돌아다녀야지 왜 게임을 하느냐고 나무랬다. 그런데 내가 배워서 해보니 재미있더라. 그때부터 즐기게 됐다. 그러다 자연스레 손쉽게 할 수 있는 모바일 게임으로 넘어가게 됐다.”

- 이런 다양한 취미생활을 즐기는 데 있어 나름의 규칙이 있나.

“딱히 규칙은 없지만, 절대 하지 않는게 한 가지 있다. 나는 영화보는 것을 참 좋아한다. 요즘엔 영화관에 가지 않아도 OTT서비스를 통해 집에서 쉽게 영화를 볼 수 있지 않나. 아무 때나 영화를 볼 수 있지만, 낮에는 절대 보지 않는다. 낮에 집에서 영화를 보고 있으면 진짜 백수처럼 느껴져 마음이 안좋더라. 그 느낌으로 고통받는 상처가 커 낮에 안보게 됐다. 대신 야외 활동을 많이 하려 한다.”

- 그럼 예비 은퇴자들에게 추천해줄 만한 취미가 있나.

“미리 요리 두세 개쯤 배워두라고 말하고 싶다. 은퇴해서 좋은 점 중 하나가 가족과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그럴 때 요리를 해주면 가족들이 참 좋아하더라. 나는 라면과 김치찌개밖에 할 줄 몰랐는데, 최근에 요리하기 시작했다. 얼마 전엔 쇼유라멘을 끓여봤는데, 간단하고 맛도 좋았다. 그날 점심, 저녁을 모두 쇼유라멘을 먹었다(웃음).”

- 아, 정말 인생 2막을 즐기는 게 느껴진다. 유튜브 영상을 보니 썸네일에 ‘은퇴 백수’라는 말이 나오더라. 중장년들이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는 단어인데, 괜찮으신가.

“하하하. 백수라는 말이 내 명함에도 있다. (작누PD가 만들어준 명함을 꺼내 보이며) 여기에는 놀고먹는 백수라고 돼 있다(웃음). 나는 ‘백수’라는 단어가 아무렇지 않다. 아무래도 진짜 백수가 아니어서 그렇지 않나 생각된다. 지금 크리에이터를 비롯해 직업이 몇 개는 된다(웃음). 그래서 백수라는 말을 들어도 아무렇지 않다.”

최창우 씨의 명함/사진=정혜선


- 지금 직업이 몇 개 된다고 했는데, 그럼 유튜브 이외에 관심 갖고 하는 일이 있나.

“몇 개 시도하다 그만뒀다. 앞으로 크리에이터 일을 더 열심히 하려고 한다. 내가 그만둘 때 현지에 있었던 선배가 나가서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조언해주더라.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게, 액면 그대로 아무것도 하지 말고 숨만 쉬라는 게 아니라, 무엇을 할 때 신중히 생각해보고 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여지더라. 지금 생각해보면 그 말이 맞다.”

- 100세 시대다 보니 은퇴 후 재취업을 하거나 창업을 하는 분들이 늘어나고 있다. 관심이 있나.

“인생 2막엔 조금 편안하게 살고 싶다. 몇십 년을 아침부터 저녁까지 일하지 않았나. 2막엔 그러고 싶지 않다. 그런 부분이 아내와 잘 맞다. 내가 이런 말을 하면 경제적인 부분이 해결된 줄 아는데, 그렇지 않다. 나이가 들면서 욕심을 내려놓는 법을 알게 된다. 돈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지만, 없다고 해서 문제되지 않는다. 사실 내 나이가 되면 돈 쓸 일이 많이 없다(웃음).”

- 올해 꼭 하고 싶은 게 있다면.

“드럼을 배우고 싶다. 그냥 한번 배우고 지나가는 게 아니라, 체계적으로 배워서 잘하고 싶다.”

- 인터뷰 이후 일정이 궁금하다.

“올해부터 주말농장을 시작했다. 인터뷰를 마치면 농장에 거름 주러 가야 한다(웃음). 봐라. 백수가 과로사하지 않겠나.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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