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이후 미국 주요 기업의 경영진과 일반 직원 간 급여 격차가 역대 최대로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직원들의 임금은 제자리였던 반면 최고경영자(CEO)들은 코로나19의 여파로 그동안 지급되지 않았던 보너스를 한꺼번에 챙겼기 때문이다. 외신들은 이러한 임금 격차가 향후 노동시장의 갈등 요소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기업의 절반이 넘는 회사의 CEO 연봉 중위값이 지난해 1420만 달러(약 173억 원)로 1년 전에 비해 최대 80만 달러가량 인상됐다고 3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케이블 채널인 디스커버리의 데이비드 재슬러브 CEO가 연봉 2억 4700만 달러를 챙겨 1위에 올랐고 이어 2억 1270만 달러를 받은 앤디 제시 아마존 CEO와 1억 7860만 달러를 수령한 팻 겔싱어 인텔 CEO가 뒤를 이었다. WSJ는 “제시의 급여는 아마존 직원의 평균 임금(3만 2855달러)보다 6500배나 많다”고 전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도 컨설팅 업체 에퀼라를 인용해 매출액 상위 196개 회사의 CEO와 일반 직원의 연봉 중위값을 비교한 비율은 2020년 192배에서 2021년 245배까지 치솟았다고 보도했다. 이 기간 CEO 연봉이 20% 오른 반면 평사원 급여 상승 폭은 3%대에 그쳤고 일부는 직원 급여가 줄어들기도 했다. CEO 연봉이 치솟은 것은 코로나19 대유행 시기에 잠정 중단·삭감했던 상여금이 경기회복과 함께 일제히 지급됐기 때문이다.
이 같은 임금 격차는 논란의 불씨가 되고 있다. 일부 기업의 주주들은 지난해 저금리 기조로 주식시장이 호황을 이룬 덕분에 CEO 연봉이 오른 것을 두고 ‘경영진만 과도한 수입을 챙긴다’며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올 2월 애플 주주총회에서 팀 쿡 CEO 등 경영진 보수에 대한 주주 찬성률이 1년 전(95%)보다 크게 낮아진 64%에 그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 ISS는 디스커버리 주주에 ‘주총에서 경영진의 보수에 반대할 것’을 권고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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