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증자를 통해 잇따라 몸집 불리기에 나선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가 기관들의 뭉칫돈을 끌어들이고 있다. 인플레이션 공포 속에 증시가 약세를 면치 못하자 리츠가 안정적인 투자처로 몸값을 키우고 있다는 분석이다.
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1565억 원의 유상증자를 추진 중인 신한알파리츠(293940)는 7~8일 기존 주주의 청약을 앞두고 500억~600억 원가량의 기관 물량을 완판했다. 코람코앵커리츠와 미래에셋운용·이지스자산운용이 증자에 참여하기로 했으며 교직원공제회와 현대차투자증권·한화손해보험 등이 남은 기관 물량을 인수하기로 했다.
신한알파리츠는 2018년 판교 크래프톤타워를 기초 자산으로 상장한 후 2019년 1월과 2020년 5월 두 차례에 걸친 유상증자를 통해 서울 중구 대일빌딩과 트윈시티 남산, 을지로 L타워, 삼성화재 역삼빌딩 등 6개 자산을 추가 편입했다. 회사 측은 이번 증자로 마련한 자금을 지난해 편입한 와이즈타워 대출금(1000억 원)과 역삼빌딩 대출금(480억 원)을 상환하는 데 각각 투입할 예정이다. 리츠의 재무 건전성을 높이면서 추가 자산 편입 여력을 확보하려는 포석이다.
미래에셋글로벌리츠(396690)도 상반기 내 유상증자를 통해 4500억 원의 자금을 조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증자 규모가 큰 편이지만 이미 많은 기관들이 투자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알려져 목표 자금 확보는 무난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래에셋은 조달 자금을 미국 캘리포니아주와 유타주·네바다주 등에 위치한 물류센터 11곳을 기초 자산으로 삼고 있는 미래에셋 글로벌 제2호 리츠 지분 일부를 매입해 모자(母子) 리츠 형태로 운영해 나갈 계획이다. 증자와 신규 자산 편입이 마무리되면 글로벌 리츠의 시가총액은 최근 1700억 원대에서 6000억 원을 훌쩍 넘겨 국내 상장 리츠 19개 중 5위권으로 뛰어오르게 된다.
코람코에너지리츠도 다음 달 약 1200억 원의 유상증자를 앞두고 이달 18일부터 기존 주주들의 청약을 받을 예정인데 신규 자산 편입 등으로 배당 수익률 상승 등이 예상돼 많은 기관투자가들이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시장에서는 지난달 소비자물가상승률이 10년여 만에 최고치인 4.1%를 기록하는 등 인플레이션 리스크가 커지자 임대료 인상 등으로 물가 상승을 수익에 반영할 수 있는 리츠의 안정성이 돋보이며 투자 수요가 급증한 것으로 분석했다. 한 부동산 자산운용사의 임원은 “국내 리츠 시장의 거래량이 많지는 않아 장내 매수보다는 상장 전 투자나 유상증자에 참여해 지분을 확보하려는 기관들이 많다”며 “특히 최근 들어 공제회처럼 3년 이상 장기 보유를 목표로 투자하려는 기관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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