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돼 있다고 했던가. 지난 5년간 국민들은 시장 원리에 역행하는 문재인 정부의 ‘착하기만 한’ 정책이 얼마나 삶을 피폐하게 만들 수 있는지 생생하게 체험했다. 불쌍한 임차인을 보호하겠다며 만든 임대차 3법은 전·월세 가격을 폭등시켜 무주택자의 주거난을 가중시켰고, 저소득층의 수입을 보전하겠다며 급격히 올린 최저임금은 되레 그들을 노동시장 바깥으로 내쫓았다. 정권 교체 배경에는 이 같은 허울뿐인 선의에 피해 입고 분노한 사람들이 있었다.
안타까운 것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이번 정부의 실책을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지 못하고 ‘소상공인 보상금’이라는 허울 좋은 선의에 매몰된 듯 보인다는 점이다. 한정된 재원 마련 방법 속에서 50조 원 규모의 보상금 지급을 위해선 대규모 적자 국채 발행이 불가피하다. 강력한 방역 조치에 피해를 본 자영업자를 지원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지금 상황에서 적자 국채까지 발행해가면서 현금을 지급하는 게 맞는지 다시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이미 금리가 요동치고 있다. 국채 10년물에 이어 3년물까지 장중 3%를 돌파했다. 이런 와중에 미국에서는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 올리는 ‘빅스텝’ 가능성까지 내놓았다. 비둘기파로 분류되는 중앙은행 인사들마저 강한 긴축으로 돌아서고 있다. 이런데 또 추경으로 돈을 풀면 불안한 물가를 더 자극할 공산이 농후하다.
시중 금리 급등은 결국 자영업자를 벼랑으로 내몰 수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자영업자 부채가 지난해 말 기준 900조 원을 돌파한 가운데 금리가 올라가면 이자 비용도 덩달아 올라가게 된다. 단기적으로는 보상금으로 숨통이 트일 수 있지만 조금만 호흡을 길게 가져가면 ‘언 발에 오줌 누기’식 대책이 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현금 지급을 위해 소진해버린 재정 여력은 정부의 인플레이션 대응에 따른 운신의 폭을 더 좁힐 우려가 크다.
차기 정부가 현 정부의 조삼모사와 같은 근시안적 정책을 답습하지 않길 바랄 뿐이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관계자들은 추경으로 뿌릴 유동성이 지옥으로 가는 급행 티켓이 될 수 있음을 명심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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