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출입이 제한됐던 청와대 뒤편 북악산 남측면 등산로 전면 개방을 앞두고 지난 5일 문재인 대통령 내외가 법흥사터 초석에 앉은 것과 관련해 문화재청이 해당 초석은 등록 또는 지정문화재가 아니라고 밝혔다.
문화재청은 7일 “4월 5일 북악산 남측 탐방로 개방 기념 산행에서 문 대통령 내외가 착석하신 법흥사터 초석은 지정 또는 등록문화재가 아니다”고 하면서도 “사전에 보다 섬세하게 준비하지 못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공감하며 앞으로는 더욱 유의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문 대통령 부부는 지난 5일 산행에서 법흥사로 추정되는 절터에 도착한 후 법흥사터 초석으로 추정되는 연화문 초석에 앉아 동행한 김현모 문화재청장과 법흥사에 관한 얘기를 나눴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과거 오래된 터가 남아있는 것을 해방 후 다시 세워보려고 준비하다가, 김신조 사건으로 개방됐던 곳이 다 폐쇄됐고, 그 부자재가 남은 거죠”라고 물었고 이에 김 청장은 “구전으로는 이게 신라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기 때문에 저희가 전문발굴 조사를 하면 그런 증거들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이 내용이 알려진 후 불교계를 중심으로 비판 여론이 일었다. 불교 문화재를 깔고 앉는 등 함부로 다뤘다는 지적이다. 불교중앙박물관장 탄탄 스님은 교계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사진을 보고 참담했다”면서 “성보를 대하는 마음이 어떤지 이 사진이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문화재청은 이에 대해 “향후 법흥사터의 소중한 가치를 온전히 보존하기 위해 노력하는 한편, 불교문화유산의 가치를 보다 널리 알리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법흥사 터는 신라시대 진평왕 때 나옹스님이 창건한 곳으로 전한다. 광복 이후 청오스님이 절터를 증축한 적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1968년 ‘김신조 사건’으로 일대 출입이 제한되면서 폐쇄된 채 지금에 이르렀다. 불교문화재연구소 유적연구팀의 조사에 따르면 현재 법흥사 터에는 초석 17기와 와편 등이 남아있다. 이것들은 사찰 복원을 위해 옮겨온 초석들로 추정되며, 중창을 시도했다가 포기하면서 남겨진 것들이라는 게 연구소의 의견이다. 북악산 인근에는 법흥사터 외에도 마애불, 암자 터 등 다수의 불교문화재가 산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북악산 전면 개방은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다. 북악산 북측 성곽 쪽 산책로는 지난 2020년 11월 개방됐다. 청와대는 문재인 대통령 임기를 한 달여 남기고 6일부터 청와대 인근 북악산을 전면 개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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