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전 경기도지사가 칩거를 깨고 공개 행보를 예고하자 더불어민주당에서는 기대와 우려의 목소리가 동시에 터져나오고 있다. 당내에서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 전 지사의 조기 등판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갈수록 확산되는 가운데 “자중해야 한다”는 반응도 만만치 않은 분위기다.
7일 민주당에 따르면 이 전 지사는 전국 순회 인사를 계기로 정치권에 복귀할 예정이다. 최근 일부 친(親)이재명계 의원들은 이 전 지사에게 ‘전국 순회 낙선 인사’에 나서라고 건의했다. 호남을 시작으로 전국을 돌면서 활동 재개를 위한 몸풀기에 나서야 한다는 제안이다.
이 전 지사 측 관계자는 “4월 안에 (전국 순회를) 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며 “이 전 지사도 적극 검토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이 전 지사는 팬 카페 ‘재명이네 마을’ 이장직을 맡으며 공개 활동을 사실상 선언했다.
당내에서는 이 전 지사의 복귀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확산되고 있다. 윤호중 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전 지사가) 선거대책위원회에서 역할을 맡아줄 수도 있고 선대위에서도 전면에 나서느냐, 아니면 좀 자유로운 상태에서 지원하느냐 등 여러 문제를 고민하고 있다”면서 “유세는 당연히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당 지도부에서 상임고문을 맡고 있는 이 전 지사의 역할을 공식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때문에 이 전 지사가 단순 유세 지원이 아닌 선대위의 공식 직함을 달고 적극적으로 활동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다만 이 같은 행보를 두고 당내에서는 평가가 엇갈리는 분위기다. 이상민 의원은 조기 등판론과 관련해 “조급증을 내면서 곧바로 지방선거에 영향력을 미쳐서 세력을 구축하겠다고 생각하면 낭패를 볼 것”이라며 “(이 전 지사는) 본인의 리더십에서 어떤 것을 점검하고 보완을 해야 할지, 국민적 의혹도 어떻게 해소할지부터 따져봐야 한다”고 쓴소리했다.
이를 두고 이경 전 민주당 선대위 대변인은 “이 의원도 대선 패배의 장본인이라는 생각은 안 하느냐”면서 “5선인 이 의원도 정치 그만하고 자중하라”며 반발했다. 이에 따라 당내에서는 이 전 지사의 등판을 계기로 계파 간 갈등이 수면 위로 부상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동시에 커지고 있다.
수도권의 한 의원은 “이 전 지사가 지방선거에서 일단 기여한 뒤 당원들의 요구가 커지면 8월 전당대회에도 나갈 수 있는 명분이 생길 것”이라며 “당에 구심점이 필요하다는 공감대도 갈수록 커지는 상황이어서 당내 반발이 생각보다 오래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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