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에게 “너무나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시험대이자 독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만큼 원 후보자에게 주어진 부동산 시장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동시에 양질의 주택을 공급하는 일은 ‘최대 난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염두에 둔 듯 원 후보자는 안정감 있고 예측 가능한 공급을 강조하는 한편 규제 완화 기대감을 틈타 투기 세력들이 시장을 교란시킬 가능성을 경계했다.
원 후보자는 11일 인사청문회 준비를 위해 경기도 정부과천청사로 출근하는 길에 기자들과 만나 “매우 안정감 있고 예측 가능하고 실제 수요의 정밀한 구성에 맞는 현실적인 공급 대책을 가급적 빠른 시간 내에 국민이 예측 가능할 수 있게 내놓겠다”고 밝혔다. 20여 차례에 걸쳐 규제 일변도의 정책을 내놓으며 시장과 맞서려 했던 현 정부와 달리 수요와 공급을 자연스럽게 유도하는 시장 원리에 맞춘 부동산 정책을 내놓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특히 실수요자를 우선한 정책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집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안정을, 못 가진 사람들 또는 주거 상향을 하고자 하는 욕구와 생애 설계가 필요한 분들에게는 희망을 줄 수 있는 주택 공급이 새 정부가 추구하는 공급”이라고 밝혔다. 또 “정부의 실패로 집값이 현대판 신분제가 돼버린 상황에 공감하며 정직하게 접근하려 한다”고 했다.
동시에 규제 완화로 투기 이익이 발생하는 것을 막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며 ‘속도 조절’을 시사했다. 원 후보자는 “지나친 규제 완화 또는 시장에서 잘못된 시그널로 악용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관리하고 통제할 수 있는 방향으로 매우 정교하고 신중하게 움직이겠다”고 말했다. 또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 폭탄으로 인해 개발 이익과 투기 이익을 누릴 수 있는 주택들이 쏟아질 것처럼 생각하는 것은 큰 착각”이라고 말했다.
제주지사 시절 공시가격 제도를 강도 높게 비판하며 개편을 요구했던 것과 관련해서도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국민 이용자의 입장에서 많은 문제점을 느꼈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정책 공급자 입장에서 여러 가지 면을 종합적으로 살펴 과연 어디까지 현실성이 있는지 신중하게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새 정부가 시장 안정과 주택 공급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는 규제 완화보다는 장기적이고 구체적인 주택 공급 로드맵을 마련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공급을 확대하고 규제를 완화하면 시장이 안정될 것이라는 생각은 안일한 접근”이라며 “부작용을 낳는 규제를 선별하는 작업이 필요하며 대출과 세제, 정비 사업 규제를 한 번에 다 풀면 시장이 다시 과열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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