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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임대차3법과 새 정부의 '부동산 철학'

이민서 변호사

인수위 稅혜택 늘린 '상생임대인안'

민간 공급확대 늘리겠단 의도 다분

현 정부 오락가락 정책에 시장 혼란

새정부 타산지석 삼아 일관된 정책을

이민서 변호사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임대차 3법을 당장 폐지 또는 손질하기보다 ‘상생 임대인’에 대해 세제 혜택을 주고 민간임대 부문의 공급 활성화에 주력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전자는 임대 보증금을 5% 이내로 인상하면서 계약 갱신을 자발적으로 하거나, 월세를 전세로 전환하는 임대인에게 실거주 1년을 인정해 세제 혜택을 주는 안이다. 후자는 소형 면적에 대한 등록임대사업자의 세제 혜택 부활, 임대사업자 등록 활성화 방안을 포함해 종합적 공급 확대안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일단 공급 확대를 의도한 것은 적절해보인다. 법 시행 후 현재까지 1년이 경과하지 않았기에 임차인의 주거권을 보호한다는 명분을 후퇴시킬 부작용이 ‘충분히’ 검증됐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국회 구성으로 인해 법 폐지까지 시간이 걸릴 것임을 감안하면 이 같은 방안은 정무적으로 옳다고 생각한다. 갱신요구권을 소진해 올 하반기에 시장에 공급될 매물들이 4년 치에 상응한 임대료 상승분을 반영한 높은 가격을 견인할 경우 최근 안정세를 보인 전세가를 높일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임대차 3법이 ‘전세의 월세화’를 가속화하는 데 기여했다는 비판도 있었다. ‘상생 임대인 안’은 전세의 월세화를 억지하려는 목표와 부동산 시장의 안정이라는 목표를 동시에 겨냥했다. 이는 수긍할 만한 면이 있지만 다음과 같은 문제도 안고 있어 짚어볼 만하다.

첫째, 갱신요구권을 소진한 매물이 나온다고 해서 이 현상이 전월세 시장의 국지적 가격 상승을 유발하는 수준을 넘어 매매 시장의 가격 급등으로 이어질지는 단정할 수 없다. 전월세와 매매 시장 간에도 구조적으로 단절된 면이 있고 각 시장이 독자적으로 움직이는 면도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등 포괄적 세제 완화안과 더불어 상생 임대인 세제 혜택안이 자칫 고액 자산가의 증여만을 촉진하거나 투기 수요를 촉진할 위험은 고려해야 한다. 즉, 정책이 매매 시장 안정에 기여하는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는 점이다.



둘째, 전세의 월세화라는 추세 제동에 대한 영향도 제한적일 수 있다. 기본적으로 전세의 월세화는 인구와 주거 형태의 구조적 변화, 통화 및 금리정책에 따라 좌우된다. 즉, 거시 변수에 의한 영향이 임대차 3법 시행이라는 미시 변수보다 크다. 현재 인플레이션을 누르기 위해 각국 중앙은행들은 저마다 긴축적 통화정책을 취하고 있다. 고금리로 인해 임대 보증금의 투자수익률은 높아졌고, 임대인들이 전세 공급을 줄일 요인은 적다. 세제 혜택이 전세의 월세화를 유의미하게 억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셋째, 정부가 사실상 편법을 허용하는 자기모순을 지속할 명분이 적다는 점이다. 다주택자에게 일정 기간 실거주를 요구한 세법은 투기 수요를 억누르기 위해서다. 하지만 실거주 사유가 인정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상생 임대인만 ‘특별 취급’할 경우 정부가 법에서 정하지 않은 다른 우회로를 터주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이는 법 체계에 대한 모순 또는 자기부정으로 보일 수 있다. 왜 법이 실거주를 요구하는가. 실거주하지 않은 자에게 예외를 왜 인정하는가. 이러한 의문이 제기된다면 정책을 지속할 명분은 적어질 수 있다. 다주택자에 대한 세법상 규제를 완화해 정면 돌파하는 안이 나을 수도 있다.

현 정부는 민간임대사업자들을 민간임대 부문의 공급을 담당하는 선량한 주체로 규정하고 정부가 요구한 요건을 갖추면 세제상 혜택을 주겠다고 약속했다가 이를 번복했다. 정책 신뢰도를 스스로 실추시킨 셈이다. 이는 부동산 시장에 대한 일관된 철학의 결핍 때문이다. 정책이 현실에서 불러올 다면적 효과에 대한 숙의가 충분하지 못했거나 특정한 정책을 시행한 후 나타난 현상에 개별 대응하려는 자세에 기인한 면도 있다. 새로운 정부는 이를 타산지석 삼아 정책이 초래할 효과에 대한 고려에 신중하되 시장의 단기 반응에만 매몰되지 않은 일관된 정책을 펼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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