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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가상한제'에 실거주 의무도 없어…제도 허점이 만든 '로또 청약' [집슐랭]

검단·운정 등 공공택지 5개단지

비교시세 낮아 거주의무 없이 분양

수억 시세차익 기대로 청약 과열

퇴색된 제도 취지 보완 목소리 커


인근 시세 대비 수억 원 낮게 공급되는 공공택지 내 ‘분양가상한제’ 단지 다수가 거주 의무 기간 적용을 받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올 들어 검단·운정신도시에서 청약 흥행에 성공한 5개 단지는 모두 실거주 의무가 없었다. 계약금만 마련한 뒤 중도금은 일부 대출을 받거나 상환을 미루고, 잔금 등은 전세를 놓아 해결하는 ‘청약 갭투자’가 ‘분상제' 단지에서도 가능했던 셈이다. 분양가를 낮게 유지하되 거주 의무 기간을 둬 실수요자에게 신규 주택을 공급한다는 취지가 퇴색되고 있는 만큼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천 서구 검단신도시 내 공사 현장. 이덕연 기자




올해 분양한 검단·운정신도시 단지 모두 실거주 의무 없어


서울경제가 올해 인천 서구 검단신도시와 파주 운정신도시에서 공급한 5개 단지의 입주자 모집 공고문을 전수 조사한 결과 이 가운데 거주 의무 기간이 있는 단지는 한 곳도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검단신도시에서는 △힐스테이트 검단 웰카운티 △제일풍경채 검단 2차 △검단역 금강펜테리움 더 시글로 2차가, 운정신도시에서는 △신영지웰 운정신도시 △파주운정신도시 디에트르 에듀타운이 분양됐다. 이들은 모두 분양가상한제를 적용 받아 인근 신축 시세 대비 낮은 가격에 공급됐지만 실거주 의무는 없었다.

분양가상한제는 투기 수요 억제와 실수요자 보호를 위해 2005년 도입됐다. 분양가상한제 적용 주택은 정부 기준에 따라 책정된 택지비와 건축비를 더하는 방식으로 분양가가 정해진다. 시세 차익을 노린 가수요 유입을 방지하기 위해 정부는 주택법 시행령을 통해 공공택지 분양가상한제 적용 주택에 대해 분양 가격이 인근 시세의 100% 이하일 경우 3~5년의 거주 의무 기간을 부여하고 있다. 공공택지에서 분양하는 아파트는 모두 분양가상한제 적용 대상이다.

문제는 분양가가 인근 시세 100%를 초과하는 경우다. 이 때는 거주 의무 기간이 적용되지 않는다. 분양가상한제 적용 주택은 택지비와 기본 건축비 등을 더해 분양가가 정해지는 만큼 인근 시세 대비 분양가가 낮은 경우가 많다. 하지만 시세 산정 과정에서 관할구청이 인근 지역을 넓게 잡아 시세가 저렴한 구축 단지까지 포함하면서 분양가가 시세보다도 높은 것으로 판정되는 경우가 다수 나오고 있다. 올해 검단·운정신도시에서 분양한 5개 주택은 모두 분양가가 인근 시세의 100%를 초과하는 것으로 판정되며 거주 의무 기간 적용을 받지 않았다.



‘분상제’인데 실거주 의무도 없자 각 단지 청약에 수만 명 운집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검단신도시 ‘힐스테이트 검단 웰카운티’의 경우 전용 84㎡의 분양가가 최고가 기준 4억 5200만 원으로 지난해 12월 나온 ‘검단신도시 푸르지오 더베뉴’ 84㎡ 실거래가 8억 5000만 원 대비 4억 원가량 낮았다. 하지만 인천 서구청이 시세 비교 지역을 인천 서구 당하동·원당동·검암동·경서동으로 잡으며 인근 시세가 분양가보다 낮게 잡혔다. 검암동과 경서동은 검단신도시 밖에 있는 지역으로 경서동 ‘우정에쉐르’ 84㎡는 올해 2월 3억 3000만 원에 거래됐다. 수억 원의 시세 차익이 기대되는데 실거주 의무까지 없자 힐스테이트 검단 웰카운티에는 총 4만 6070명의 청약자가 몰렸다.



비슷한 시기 청약을 받은 ‘제일풍경채 검단 2차’ 1순위 청약에서는 921가구 모집에 2만 7916명이 몰려 평균 경쟁률 30.3대 1이 나왔다. ‘검단역 금강펜테리움 더 시글로 2차’는 평균 경쟁률이 14.4대 1로 비교적 낮았지만 이 단지는 4만 명이 넘게 지원한 힐스테이트 검단 웰카운티와 당첨자 발표일이 같았다. 중복 청약을 피하기 위해 수요자들이 청약을 꺼렸을 가능성이 높다. 올해 운정신도시에서 분양한 ‘신영지웰 운정신도시’와 ‘파주운정신도시 디에트르 에듀타운’은 경쟁률이 각각 48.0대 1과 34.4대 1이었다. 이들은 모두 분상제는 적용됐지만 실거주 의무 적용은 피했다.

실거주 의무가 적용되더라도 청약에서 흥행하는 예는 있다. 2월 서울 영등포에서 분양한 ‘센트레빌 아스테리움 영등포’가 대표적인 예다. 이 단지는 분상제 및 거주 의무 기간 2년이 적용됐지만 199.7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분양가상한제 단지에 실거주 의무마저 적용되지 않는 것은 가수요를 여전히 촉발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거주 의무 기간이 없을 경우 보통 분양가의 20%인 계약금만 마련한 뒤 일부 중도금은 대출을 받아 해결하고, 나머지 중도금과 잔금은 전세를 놓아 충당하는 ‘청약 갭투자’가 가능해져 수요가 부풀려질 여지가 있다.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는 “분양가상한제는 실수요자에게 저렴하게 주택을 공급하는 취지의 제도인데 다수 단지에서 실거주 의무 적용이 되지 않아 청약 과열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인근 지역 선정 기준을 마련하는 등 제도 보완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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