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상하이에서 일하는 필자의 아들이 코로나19 봉쇄 조치로 애를 먹고 있다. 서울 본사에 출장을 왔다 들어가면서 광저우에서 3주, 상하이에서 1주간 격리됐는데 언제 끝날지 기약이 없다. 개인의 불편함도 그렇지만 중국에 소재한 한국 기업들이 큰 어려움을 겪는다. 이랜드 상하이 매장은 문을 못 열고, 포스코는 생산을 감축했다.
도시를 통째로 틀어막고 사람들 이동을 제한하는 이런 정책은 강력한 사회주의 체제인 중국이기에 가능했고, 환자와 사망자 숫자를 줄이는 효과를 거두기도 했다. 중국 정부는 이를 서방 국가와 비교해 중국 체제의 우월성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홍보하기도 했다.
그러나 오미크론 변이처럼 전파력이 매우 높고 치명률이 낮은 바이러스 대책으로는 한계를 드러냈다. ‘제로 코로나’로 불리는 정책 목표처럼 완전히 없애는 건 사실상 불가능한 데 비해 통제로 인한 경제·사회적 비용이 매우 커졌기 때문이다.
최근 발표된 중국 1분기 성장률은 4.8%로 올해 국가 목표인 5.5%에 못 미치고, 오미크론 변이가 본격 확산한 2분기 성장률은 더욱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3월 소비는 3.5% 감소했고 실업률은 5.8%까지 올랐다.
한국의 가장 큰 교역 상대국인 중국의 성장 둔화는 우리 경제에 바로 영향을 미치므로 신경을 써야 한다. 중국의 수요 둔화로 대중국 수출은 물량 기준으로 제자리걸음했고, 코로나로 타격을 입은 홍콩으로의 수출은 ?8.5%를 기록했다. 한국GM 부평공장은 중국산 부품 공급 차질로 가동을 줄였고, 세계 최대 물동량을 처리하는 상하이 항구의 적체 현상으로 우리 공급망도 흔들렸다. 중국산 원자재 및 수입 제품 가격 상승으로 올해 최대 경제 과제인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졌다.
이런 중국발 리스크가 10월께로 예상되는 중국 시진핑 주석의 3연임 행사까지 지속된다는 것을 전제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경제 충격을 줄이려고 봉쇄를 풀어 공장 가동을 허용하면서도 환자가 발생하면 그 지역 책임자에게 무거운 벌을 내리는 정책 혼선도 이어질 것이다.
중국 인민은행이 최근 지급준비율을 0.25% 낮추는 등 통화 및 재정상의 완화 정책을 펼칠 방침이지만 큰 효과를 거두긴 힘들다. 미국이 긴축을 위해 금리를 올리는 상황에서 중국이 금리를 많이 내리다간 자본이 유출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관심과 대응의 초점을 중국 코로나19 발생 추이와 통제 정책의 전개, 그 결과로 생길 경제적 파장에 맞춰야 한다.
중국에 생산·유통 시설을 가지고 있거나 거래하는 기업들도 컨틴전시플랜을 마련해야 한다. 재고를 전보다 많이 보유하는 방안과 중국을 대체할 판매처나 자재 부품 구입처도 찾아봐야 한다. 한국 화장품 회사 한 곳은 중국에 대한 저가 상품 매출을 줄이고 고가 브랜드에 치중하기로 했는데 이 같은 고부가가치 수출 전략이 필요하다.
긴 안목으로는 생산 네트워크에서 차지하는 중국 비중을 조정해야 한다. 반도체 같은 전략 품목의 중국 생산 비중을 줄이고 미국 투자를 늘릴 필요가 있다. 베트남·말레이시아·인도 등으로의 생산 시설 이전도 검토해야 한다. 코로나 발생 이후 미국과 유럽 회사들이 중국에서 철수했는데 매출 감소 등 직접적인 이유보다 강압적이고 예측 불가능한 공장 봉쇄 등 국가 정책에 대한 불안이 더 큰 문제였다.
새 정부 출범을 계기로 한중 양국 관계를 정상화할 필요가 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 등 편향된 중국 정부의 자세로 쉽지 않지만 노력해야 한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과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활용 폭도 넓혀 중국 리스크를 최소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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