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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꽂이] 건강·환경을 갉아먹고 큰 근대 패션산업

■패션의 흑역사

앨리슨 매슈스 데이비드 지음, 탐나는책 펴냄





근대화가 늘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것은 의류 분야에서도 증명된다. 신간 ‘패션의 흑역사(원제 Fashion victims)’는 화려한 근대 패션의 어두운 이면을 찾아 떠나는 지적 역사여행이다. 주로 영국과 프랑스, 미국의 사례를 통해 화려한 줄만 알았던 근대 패션 산업의 뒤안길을 살핀다. 함께 수록된 125장의 관련 사진은 사료로서도 가치를 지닌다.

책은 18세기에서 19세기, 20세기 초까지의 옷의 역사를 되돌아 본다. ‘흑역사’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의류 산업에서 그동안 주목되지 않았던 당시 사람들의 건강 훼손과 환경 파괴 등 부정적인 면에 초점을 맞춘다. 18세기는 의류의 원료가 기존 천연 성분에서 석유 등에서 추출된 화학 물질로 급격히 바뀌는 시기다.

그동안 실크 등은 까다로운 제작 공정과 높은 가격으로 인해 귀족이나 부르주아 등만 입을 수 있었다. 하지만 기술의 발달로 인조 실크가 만들어졌고 이는 ‘레이온’이라는 이름을 가지면서 인기를 끌었다. 이들 화학 소재 의류는 가격이 저렴했기 때문에 패션을 일반 국민으로까지 확대하는 역할을 맡았다.

물론 당연히 좋은 점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화학 물질은 당연히 독성이 있었다. 독성 물질을 제거해야 함에도 공장주들은 수익을 위해 이런 문제를 숨겼고 이는 의류 생산 노동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피해를 입혔다. 공장에서 의류를 만든 노동자들이 독성물질로 직접적인 피해를 입었고 또한 이런 옷을 착용하는 소비자들도 자유롭지 못했다. 자연환경 훼손도 확대됐다.



책에는 의류의 대량생산을 위해 사용된 수은과 비소 등 독극물, 아닐린 염료의 원료인 유독성 화학물질 벤젠, 불이 잘 붙어 화재 사고를 일으킨 크리놀린과 플란넬 등이 자세히 묘사돼 있다.

기본적으로 19세기 과학을 기반으로 독물학과 법의학이 등장하기 까지 독성 물질의 실제와 허위를 구별하는 것은 힘들었다. 자본가 공장주들의 일방적인 선전이 통했던 이유다. 자본가들은 새로운 의류를 대량생산해 많은 돈을 벌었다. 자자는 “고급 제품의 민주화는 과학과 산업의 승리로 간주되지만 그 승리는 인간, 동물, 환경의 건강에 대한 치명적 손실이라는 대가를 치르고 획득된 것”이라고 말한다.

책은 과거 패션에 대해서 주로 설명하지만 이는 현재에도 적용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패스트패션’이라고 불리는 의류의 대량 생산, 대량소비 사회에서 옷으로 인한 환경파괴와 건강훼손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1만 9800원

/최수문기자 chs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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