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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방은 "브라보" 외쳤지만…재선 성공 마크롱, 기뻐할 틈 없다

■최종 득표율 58.54%…佛대선 결선서 극우 르펜 꺾어

시라크 이후 20년 만에 연임

5년새 득표차 17%P로 급감

6월 총선서 힘든 싸움 예고

패배땐 개혁 추진 동력 상실

치솟는 물가·정치적 분열 등

과제도 산적 "힘든 고비 도달"





서방 국가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환영했지만 정작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크게 웃지 못했다. 투표 결과에서 드러난 정치적 분열에 갈수록 높아지는 물가, 동력을 잃어가는 개혁안 등 당면 과제가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로이터통신은 마크롱 대통령이 "이제 힘든 대목에 다다랐다"고 평가했다. 앞으로 그가 대면할 정치적 숙제가 대선 과정보다 더욱 험난하다는 의미다.

25일 프랑스 내무부에 따르면 전날 치러진 프랑스 대선 결선 투표에서 마크롱 대통령은 최종 득표율 58.54%로 41.46%를 얻은 극우 성향의 마린 르펜 국민전선(RN) 후보에게 최종 승리했다. 이로써 마크롱 대통령은 2002년 자크 시라크 전 대통령 이후 20년 만에 연임에 성공한 프랑스 대통령이 됐다. 그는 승리 후 연설에서 "수많은 유권자들이 나의 생각을 좋아해서가 아니라 극우주의자들을 내치기 위해 투표했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며 "유권자들에게 진 빚을 기억하겠다"고 말했다.

유럽은 결과에 안도하는 분위기다. 그동안 친러시아 행보를 보였던 르펜 후보가 당선될 경우 가뜩이나 느슨해진 유럽의 결속력이 또 한번 흔들릴 것이라는 우려가 컸기 때문이다. 샤를 미셸 유럽이사회 의장은 24일(현지 시간) 트위터에 “브라보 에마뉘엘”이라며 “격동의 시기일수록 EU의 자립에 기여할 수 있는 프랑스가 필요하다”고 적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대통령이자 진정한 친구인 마크롱의 대선 승리를 축하한다"고 전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도 공식 트위터에 재선 축하 메시지를 날렸다.

하지만 프랑스 내부에서는 “기뻐할 여유가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프랑스는 당장 6월 총선을 앞두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 르펜 후보의 부상과 마크롱 대통령의 지지 기반 약화가 확인된 만큼 여당이 다수당을 차지할 것으로 낙관하기는 어렵다. 마크롱 대통령은 2017년 대선 결선 당시 66.1%를 득표해 르펜 후보(33.9%)를 32.2%포인트 차로 따돌리며 압승했지만 이번 선거에서 두 후보 간 득표 차는 17.1%포인트로 좁혀졌다.



이미 르펜 후보는 “모든 역량을 6월에 집중해 의회 내에 강력한 야당 세력을 만들 것"이라며 총력전을 예고한 상태다. 여기에 1차 투표에서 좌파 표의 상당수를 확보한 장뤼크 멜량숑 굴복하지않는프랑스당(LFI) 후보는 아예 총리에 올라 마크롱 정부와 공동으로 국정을 운영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총선에서 패배하면 마크롱은 그의 개혁안에 적대적인 총리를 맞이하는 상황에 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치솟는 물가는 마크롱 대통령의 집권 2기를 뒤덮을 또 하나의 문제다. 프랑스의 3월 물가 상승률은 4.5%로 1985년 12월 이후 가장 높았다. 급등하는 생활비 문제는 대선 기간 내내 그를 향한 공격의 빌미가 됐다. WP는 "르펜 후보는 식탁 이슈에 대해 이야기함으로써 사상 최대의 득표를 얻어냈다"고 보도했다.

여기에 마크롱 대통령이 추진하는 연금개혁안은 벌써부터 노조를 들끓게 하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연금 수급 최소 연령을 62세에서 65세로 올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대해 프랑스 최대 노조 조직 중 하나인 CGT유니온의 필리프 마르티네즈 위원장은 "연금개혁안을 완화하지 않을 경우 시위를 벌일 것"이라며 "허니문은 없다"고 경고했다.

일각에서는 마크롱 대통령이 의회와 노조·시민사회의 협력을 얻으려면 통치 스타일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대를 허용하지 않고 때로는 직설적 수준을 넘어 오만해 보이는 화법이 국정 동력을 깎아 먹는다는 것이다. 2017년 5월 첫 당선 이후 국방 예산 삭감 과정에서 전 합참의장을 향해 "내가 당신들의 상관"이라며 복종을 요구해 그의 지지율이 한 달 만에 20% 하락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 같은 지적을 의식한 듯 마크롱 대통령은 "한 진영의 후보가 아니라 모두를 위한 대통령이 되겠다"며 "더 나은 5년을 위해 모두가 함께하는 새 정책들을 고안해낼 것"이라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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