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공시가격제도는 가격을 산정하는 주체와 공시하는 주체가 동일하기에 해마다 반복되는 졸속 산정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에 공시가격 산정 권한을 넘겨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현재 공시가격의 공시와 관리감독은 국토부가, 산정은 국토부 산하 한국부동산원이 맡고 있다.
27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서 열린 한국감정평가학회와 한국지방세연구원의 공동학술대회에 참가한 정수연 한국감정평가학회장은 “중앙집권적인 현 공시가격 제도는 부동산 시장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지방자치단체에 공시가격 평가 권한을 주는 등 지역 납세자를 배려한 공시제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투명성 강화를 위한 부동산공시가격제도 재설계방안’을 주제로 연단에 오른 정 교수는 현행 제도가 개선돼야 하는 이유로 △현장 조사가 부실하며 △층별효용비율·비준표 작성과 적용 과정에 오류가 있고 △공시가격 검증이 제대로 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 등을 꼽았다. 또한 현행 제도상 공시가격 오류가 있어도 산정기준이 명확하게 공개되지 않아 납세자가 이의를 제기하기 어렵고, 표준주택 공시가격을 토대로 개별주택 공시가격을 매겨야 하는 지자체가 산정오류의 책임을 떠안을 수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특히 단독·다가구에 매겨지는 개별주택 공시가격에서 오류가 발생할 경우 저소득층이 기초수급기준에서 탈락해 생존을 위협 받은 사례도 다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2022년 4월에는 낡은 집 한 채를 소유했다는 이유로 기초수급자에서 제외돼 생활고에 시달리던 80대 노모와 아들이 숨진 채 발견됐다. 이 가구는 2020년과 2021년 사이 공시가격이 역전현상을 보이는 등 공시가격 오류가 있는 상태에서 기초수급에 탈락했다.
‘공시가격 현실화 재정립’을 주제로 발표한 전동흔 법무법인 율촌 고문도 정 교수의 문제점 지적에 공감하며 “주택공시가격 결정권을 지방분권 차원에서 이관할 필요가 있다. 국회와 관련부처, 지자체가 함께 이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힘을 보탰다. 한편 이날 학술대회는 지방분권체계 강화를 위한 공시가격 및 지방세 과표 개편방향을 주제로 정수연 교수(1세션)·전동흔 고문(2세션)·임상빈 한국지방세연구원(3세션)의 발표가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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