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최근 5거래일 연속 2700선을 밑도는 등 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우체국금융(예금·보험)의 올해 자산 운용 실적에 경고등이 켜졌다. 우체국금융의 경우 전체 자산 중 유가증권 비중이 민간은행보다 네 배 이상 높은 탓에 운용 성적 악화가 건전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우정사업본부는 우체국금융의 리스크 관리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우체국보험이 보유한 주식·채권 등 유가증권 자산은 총 56조 2400억 원에 달했다. 전체 자산의 88.3%에 달하는 수준이다. 전년도 유가증권 자산 비중보다도 1.6%포인트나 더 늘었다. 우체국예금의 유가증권 자산도 전년 대비 4조 3300억 원 증가한 62조 4900억 원(67.8%)을 기록했다.
우체국금융의 자산 구조가 유가증권으로 쏠린 것은 대출채권 중심의 민간 금융사와 대조된다. 우체국금융은 우체국예금보험법에 따라 예금담보 등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면 대출 업무나 신용카드업을 할 수 없는 만큼 자산운용을 유가증권 등 투자자산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4대 시중은행(국민·신한·우리·KEB하나)의 경우 전체 자산 대비 대출채권 비중이 75~80%를 차지한 대신 유가증권 비중은 10%대에 불과했다.
문제는 코로나19와 함께 ‘역대급’ 호황을 보였던 국내외 주식시장이 올 들어 급격한 조정장에 들어섰다는 점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기준 코스피지수는 전년 말 대비 300.68포인트(10.05%) 하락해 2700선 아래로 떨어졌다. 우정사업본부 관계자는 “아직 올해 1분기 자산 운용 성적을 산출하기 전이지만 국내 주식에서 손실을 본 것은 맞다”며 “불가피한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감사원 역시 이 같은 상황에 대비해 지난해 9월 우체국금융에 건전성 개선의 필요성을 지적하기도 했다. 유가증권 비중이 절대적인 만큼 향후 유동성 및 자산 건전성이 악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우체국금융에서 부실이 발생하면 관련 법에 따라 예금 및 보험금 전액 지급을 위해 국가 재정이 투입돼야 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예상보다 장기화되고 인플레이션 파고에 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며 우체국금융은 리스크 관리에 집중하고 있다. 시장 상승에 2017~2019년 3년간 최하 등급인 5등급이었던 우체국예금의 위험조정자본이익률(RAROC)은 2020년과 2021년 각각 4-, 1+등급으로 개선됐다. RAROC는 금리 위험 등 개별 자산에 대한 위험도를 반영해 수익률을 조정한 수익지표를 의미한다. 우체국예금 관계자는 “수신액 증대로 인한 유가증권 운용자산의 증가로 RAROC가 낮았으나 지속적인 순이익 개선으로 지표가 올랐다”고 설명했다. 건전성의 지표가 되는 국제결제은행(BIS) 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 22.32%로 은행 평균인 18.25%보다 4.07%포인트 높다.
우정사업본부 관계자는 “시장 변동성 확대에 대응해 주가·금리·환율 등 금융시장의 동향을 면밀히 모니터링 중”이라며 “리스크 지표에 대한 정기·수시 산출 및 점검으로 자산 건전성 확보를 위한 활동을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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