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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전쟁 리스크, 보험으로 가능할까

■안철경 보험연구원장

20세기 전쟁땐 면책약관 적용했지만

추가보험료 내면 담보 제공하기도

각국 긴밀한 연결로 이해관계 얽혀

다양한 리스크 대비할 보험 논의 필요





동양에 손무의 ‘손자병법’이 있다면 서양에는 카를 클라우제비츠의 ‘전쟁론’이 있다. 클라우제비츠는 전쟁은 욕심과 자만에서 탄생되는 것이며 위대한 서사시와 영웅을 남기는 게 아니라 오직 눈물과 고통·피만 남게 되는 비참한 것임을 깨달아야 한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영화에서나 봄직한 탱크들의 진격과 거대한 폭발, 파괴의 참상을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의 전쟁에서 보고 있다. 수많은 사람들이 삶의 터전을 떠나 피난을 가며 어린이를 포함한 무고한 시민들이 죽어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더블린에 본사를 둔 아일랜드의 국제 항공기 리스 회사 에어캡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 내에 발이 묶인 항공기에 대해 35억 달러(4조 2700억 원)의 보험금 청구를 발표했다. 과연 전쟁 중 입은 피해도 보험으로 보장할까. 그 엄청난 피해액을 보험회사가 감당할 수는 있을까.

보험에서 전쟁 위험이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된 것은 20세기에 들어서다. 1938년 아돌프 히틀러가 국가 병합을 통한 영토 확장으로 무력 침공의 가능성이 예상되자 런던 보험 시장의 보험회사를 중심으로 전쟁 위험 손해에 대해 담보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전쟁으로 인한 손실은 민영 보험회사가 감당하기에는 너무 크다는 이유로 전쟁 면책약관(Clause NMA 464)을 만들게 된 것이다.



그러나 전쟁 면책약관은 실제 적용 과정에서 보험마다 접근을 달리해왔다. 단순히 해당 지역 내 전쟁으로 인한 어떠한 손해도 보상하지 않는 재물 보험(화재보험)이 있는가 하면 해당 전쟁 지역이 아닌 인근·인접 지역을 필요상 운행하거나 여행할 수도 있는 경우를 대상으로 하는 보험 종목(항공·선박·화물·여행 보험)의 경우 극히 극단적인 상황을 제외하고 추가 보험료를 납입하는 조건하에 담보를 제공해왔다.

문제는 통상적으로 전쟁 당사국에 한정될 것으로 여겨졌던 경제사회적 영향이 전 세계가 긴밀히 연결됨에 따라 전쟁 지역뿐만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직간접적으로 미치고 있다는 점이다.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로 러시아 선박 수리를 해주는 국내 조선 업계가 수리 대금을 제때 받지 못하고 있으며 러시아 국적의 선박이 한국에 들어오지 못해 계약 이행이 어려운 상황이 발생한다. 이렇듯 국제 비즈니스 계약 이행이 어려운 상황에 기업들이 입는 피해는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내 사업의 영위와 사업장 존속을 위해 이제는 연관된 주변 리스크도 살펴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는 점을 새삼 느끼게 된다.

우리의 경우 더욱 관심이 가는 지역은 남중국해다. 최근 신냉전 시대라고 얘기될 정도로 동남아 국가들, 그리고 미국과 중국 등이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해군력을 집결하고 있는 곳이다. 남중국해는 우리의 수출입 물동량의 40%가 통과하고 있고 원유·가스 등 에너지는 90%가 이곳을 거쳐 우리나라로 들어온다. 만약 이곳에서 분쟁이 발생해 남중국해를 통과하는 선박들의 항로가 막혀 우회해서 들어온다면 관련 기업들의 피해는 엄청날 것이다. 이제는 전쟁으로 인한 사망 또는 물적 파괴에 따른 피해를 넘어 직간접 형태로 우리에게 미칠 수 있는 경제적 피해에 대한 우려와 관심이 커지는 상황이다.

보험 산업은 지금까지 리스크에 대한 대비책을 제공함으로써 경제활동을 지원하는 역할을 수행해왔다. 9·11 테러와 같은 대재난의 경우에도 45억 달러(5조 4000억 원)의 보험금이 지급됐다. 전통적 보험에서는 손실을 측정하기 어려워 담보하지 않는 리스크(uninsurable risk)까지도 당사자 간 계약으로 불확실성을 줄여 경제활동이 가능하도록 했다. 이제 전쟁으로 파생되는 다양한 리스크를 점검하고 어떻게 대비해야 할 것인지 진지한 논의가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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