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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개혁 통한 경제 기저질환 치유가 尹정부 시대적 소명” [청론직설]

◆김종석 한국뉴욕주립대 석좌교수(前 한경연 원장)

韓 장기침체 돌입, 개혁 불발땐 임기내 제로성장 직면

생산성 제고로 성장궤도 올리면 尹 역사적 업적 될 것

연금개혁은 現세대 문제…부채 방치땐 신용등급 강등

금리 올리면서 재정 풀다간 물가 안정·경기 회복 실패

한국경제연구원장을 지낸 김종석 한국뉴욕주립대 석좌교수가 9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경제의 기저 질환을 치유하고 건강을 되찾는 게 윤석열 정부의 시대적 소명"이라며 "구조 개혁으로 성장 궤도에 올려놓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권욱 기자




5년 동안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윤석열 정부가 10일 닻을 올렸다.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 등 단기 파고와 더불어 누적된 구조적 결함으로 새 정부의 부담은 어느 정권보다도 크다. 한국경제연구원장과 자유한국당 의원을 지낸 김종석 한국뉴욕주립대 석좌교수는 9일 서울경제와 만나 “우리가 일본식 장기 침체에 들어서고 있어 윤석열 정부 임기 내 제로성장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 교수는 “한국 경제의 기저 질환을 치유하는 게 새 정부의 시대적 소명”이라며 “구조 개혁을 통해 생산성을 높이고 한국 경제를 성장 궤도에 올려놓는다면 윤석열 정부의 역사적 업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 단임제에는 다음 정치를 생각하지 말고 국가 어젠다와 국익을 위해 일하라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며 “윤석열 대통령은 단기적으로 인기가 없더라도 국가 경쟁력 향상을 위해 과감한 경제개혁을 주저해서는 안 된다”고 고언했다. 현안인 물가 상승과 관련해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재정을 풀면 물가 안정과 경기회복에 모두 실패한다”며 정부의 일관된 물가 관리 정책을 주문했다.



-윤석열 정부의 시대적 소명을 꼽는다면.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은 궤도를 이탈했다. 경제를 관념과 이념으로 해석했다. 청년 시절의 운동권 논리에서 벗어나지 못해 현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시장은 불공정하고 기업은 탐욕스러우며 정부는 정의롭고 유능하다는 도그마에 빠졌다. 경제는 사람의 건강과 같다. 망가지는 데는 잠깐이지만 회복하려면 한참 걸린다. 기저 질환에 빠진 한국 경제를 정상 궤도에 올리는 경제개혁을 하는 게 시대적 소명이다. 병을 빨리 치료하지 않으면 윤석열 정부 임기 중 제로성장, 심지어 역성장에 빠질 수 있다. 우리 경제는 코로나19 이전 이미 장기 저성장 추세에 들어갔다. 코로나는 이를 악화시켰다. 누적된 경제 적폐를 없애야 한다. 임기 5년 동안 성공적인 경제개혁으로 한국 경제를 정상적인 성장 궤도에 올려놓는다면 이는 윤석열 정부의 역사적 업적으로 남을 것이다.

-새 정부가 키워드로 내세운 ‘민간 주도 경제’를 위해 가장 필요한 과제는 무엇인가.

△윤석열 정부의 민간 주도 성장 전략은 올바른 방향이다. 문재인 정권은 정부가 직접 먹고사는 문제를 책임진다고 하다가 부동산과 일자리 정책 실패를 불렀다. 그것은 전형적인 관치 계획경제의 실패다. 먹고사는 문제는 민간에 맡기고 정부는 시스템 관리만 잘하면 된다.

-계속 떨어지는 잠재성장률을 높이는 게 시급하다.

△잠재성장률은 노동 투입, 자본 투입, 총요소생산성 등 세 가지로 결정된다. 노동 투입은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한계가 있다. 자본 투입은 기업이 한다. 법인세 인하 등 투자 활성화 촉진책을 펴야 한다. 다만 자본의 한계생산성이 체감하기 때문에 자본을 늘려 성장률을 높이는 것 역시 한계가 있다. 결국 남는 게 생산성 제고다. 이는 윤석열 정부의 핵심 과제다. 노동시장을 개혁해야 생산성이 올라가고 일자리도 생긴다. 생산성 향상을 위한 또 하나의 처방은 경쟁과 개방이다. 노조·협회 등 각종 이익집단은 경쟁과 개방을 거부한다. 여기에 영합하는 정치권이 국가 생산성 저하의 원인이다. 생산성이 낮은 분야의 자본과 노동을 경쟁력 있는 쪽으로 옮겨가도록 구조 조정을 해야 한다. 영국과 독일은 이를 잘 해내 위기를 극복했다.



-영국·독일은 최고 지도자의 리더십이 주효했다.

△우리가 대통령 단임제를 채택한 것은 장기 집권을 막기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5년 동안 다음을 생각 말고 국가 어젠다와 국익을 위해 일하라는 취지가 담겨 있다. 현직 대통령이 다시 대선에 나서는 게 아니므로 임기 중 인기 없는 개혁도 추진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국민은 이번 대선을 통해 포퓰리즘을 거부했다. 대한민국에서 포퓰리즘은 통하지 않는다는 교훈을 정치인들이 얻었으면 한다.

-물가가 당면 현안인데 방법이 녹록지 않다.

△물가 상승의 원인으로 여러 가지를 거론할 수 있지만 처방은 유동성 관리밖에 없다. 일관되고 섬세하게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를 관리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원가 상승으로 물건값을 올리면 근로자들은 물가를 이유로 임금을 올려달라고 한다. 비용 상승의 악순환으로 서로 손해 보지 않으려는 사회병리 현상이 나타난다. 이것이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의 문제다. 지금처럼 금리를 올리면서 확장 재정 정책을 펴면 물가 안정에 실패할 것이다. 정부가 물가 안정을 위해 일관된 시그널을 보내야 한다.

-인플레이션이 길어지면 보다 근원적 대책이 필요할 텐데.

△생산성을 높이고 공급을 늘려야 한다. 우리 경제 곳곳에 자리 잡은 고비용 저효율의 낭비 요인을 제거해야 한다. 고임금 구조와 높은 유통 비용, 정부 규제로 인한 원가 상승 요인 등을 해소해야 한다. 규제 개혁이야말로 돈 들이지 않고 생산성을 높이면서 일자리를 창출할 묘책이다. 총수요는 금리나 재정으로 통제되지만 총공급은 하루아침에 늘지 않는다. 규제 개혁을 위해 정치적 의지와 리더십이 필요하다. 이익집단의 반발을 이겨내는 게 중요하다.



-긴축 후폭풍이 클 것이다. 특히 부실 폭탄이 걱정이다.

△김대중 정부부터 박근혜 정부까지 모든 정권이 재정 흑자를 냈다. 문재인 정부는 2017년 660조 원이었던 국가 채무를 올해 1075조 원으로 급증시켰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 채무 비율(D1 기준)도 2017년 36%에서 올해 50%를 넘겼다. 복지 수요나 저성장 기조로 볼 때 국가 채무 비율은 새 정부 임기 중 60%를 넘길 수 있다. 문재인 정부의 최대 실책은 재정을 국가 생산성 향상에 사용하지 않은 것이다. 이전 정부가 국가 채무 비율 40% 선을 지키려 한 것은 이를 넘기면 성장률, 세금 구조, 금리를 감안할 때 세수로 부채 원리금을 갚을 수 없다고 봤기 때문이다. 그간 초저금리로 50%까지 견딜 수 있다고 봤는데 고금리 추세로 인해 상환 부담이 급증하고 부실채권이 누적되고 있다. 금융 위기를 겪은 나라들은 부실채권을 감추고 처리를 미뤘다가 위기를 겪었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부채 구조 조정의 황금률은 더 쌓이기 전에 그때그때 호미로 막는 것이다. 그러지 않으면 가래로 막아야 하는 상황을 맞게 된다. 문재인 정부는 힘든 선택들을 차기 정부로 넘겼다.



-연금 충당 부채까지 더한 D4 기준으로 보면 국가 부채 문제가 더 심각하다.

△통합재정수지가 마이너스가 됐다. 지금까지는 연기금 수입으로 들어오는 돈이 많아 흑자였다. 복지 제도의 근간을 이루는 국민연금·건강보험·실업보험·산재보험기금 등이 머지않아 고갈된다. 연금 개혁을 말할 때 흔히 미래 세대를 거론하는데 미래가 아니라 지금 세대의 문제로 떠올랐다. 지금 30~40대들이 은퇴할 때 문제가 된다. 국가 채무가 늘면 예산의 경직성이 심해진다. 일본은 전체 예산의 20% 이상이 원금 이자 부담이다. 우리도 그렇게 된다. 외국에서 한국이 재정 적자를 감당하기 어렵다고 보면 신용 등급을 낮출 수 있다. 그러면 국채 금리가 올라가고 이자 부담이 가중된다. 외환 위기 직전 우리나라는 신용 등급이 ‘우량’이었는데 3개월 만에 신용 불량국이 됐다.

-한미 통화 스와프 체결의 필요성이 더 커진 셈인데.

△2008년 금융 위기 당시 외국 투자가가 빠져나가며 원화 급락, 주가 폭락 등 고통스러운 경험을 했다. 미국과의 통화 스와프 체결이 발표되는 순간 즉시 안정됐다. 규모의 문제가 아니라 미국과의 통화 스와프 자체가 튼튼한 방파제다. 문재인 정부 임기 중 미국·일본과의 통화 스와프가 중단됐는데 다시 살려야 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방한 때 한미 관계를 다져야 한다. 한미 통화 스와프도 외교 안보의 종속변수다.

-문재인 정부에서 한미 동맹이 많이 훼손됐는데.

△우리 경제는 어려운 선택을 해야 한다. 중국과의 경제 관계를 어떻게 할 것이냐인데 쉽지 않은 문제다. 한국이 고도성장을 한 게 1960~1970년대다. 당시는 미소 냉전의 피크 시기였다. 전 세계가 두 개의 경제블록으로 나뉘었고 우리는 냉전 속에서 확실한 친서방 노선을 통해 수출 주도 성장을 이뤘다. 미중 간 신냉전이 우리 경제의 성장에 장애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서방 블록과 경제적 유대를 강화하고 장기적으로 중국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 호주는 중국에 대한 무역 의존도가 30%로 우리(25%)보다 높았는데도 외교 갈등을 불사할 정도로 국가 자존심을 지켰다. 그것을 국익이라고 본 것이다.

-미래 먹거리도 문제다. 전통 산업은 위기인데 신산업은 안 보인다.

△자동차·반도체·석유화학·조선 등 우리의 주력 산업 모두 대기업이 한다. 그러나 글로벌 대기업과 비교하면 우리 대기업들은 그리 크지 않다. 그런데 국내에서 대기업이라는 이유만으로 규제를 가하면 안 된다. 우리 대표 기업들이 글로벌 무대에서 과감히 뛰게 해줘야 한다. 40년 이상 유지했으나 효과가 의문시되는 경제력 집중 억제 정책을 과감히 수정해야 한다. 벤처 투자부터 인공지능까지 많은 산업 정책이 재벌 문제와 충돌하는데 이를 해소해야 한다.

-부동산 문제는 새 정부에도 큰 부담이다.

△문재인 정부가 20여 차례 부동산 정책을 내놓았지만 실패한 것은 과학적 분석 없이 정치적 이념을 앞세웠기 때문이다. 코로나 방역과 마찬가지로 부동산 정책도 이제는 과학과 실증 분석의 틀에 들어와야 한다. 다주택자들의 투기 때문에 아파트 값이 올라간다는 것은 비현실적인 인식이다.



◆He is…

1955년 서울에서 태어나 경기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프린스턴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다트머스대 교수,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 홍익대 경영대 교수 및 경영대학장, 한국경제연구원장 등을 역임했다. 새누리당 여의도연구원장을 거쳐 20대 국회의원,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을 지냈다. 현재 한국뉴욕주립대 석좌교수로 재직 중이다. 프린스턴대 동문이자 매제인 김경환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와 함께 베스트셀러인 ‘맨큐의 경제학’을 공동 번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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