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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슈] 바이든 방한 앞두고 韓美 통상 이슈 떠오른 ‘망사용료법’

■넷플릭스·구글 망사용료 강제하는 국내법

국회 본격 논의 시작하며 美정부 난색 표해

SKB와 합의점 찾지 못하자 직접 규제 나서

자국 기업 겨냥에 한미 FTA 위반 우려 제기

통신 업계는 “네카오도 내는데 형평성 문제”

"EU에서도 美빅테크 망사용료 규제 나서"

해외 진출한 韓CP 규제와 對美관계 리스크

윤석열(왼쪽)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한국 국회에서 추진하고 있는 망사용료법이 국가 간 통상 마찰로까지 번질 조짐을 보이며 업계 안팎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망사용료법은 법으로 국내 통신사(ISP)가 콘텐츠 사업자(CP)에게 망 사용료를 강제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주는 법이다.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SKB) 간 망 사용료 합의가 접점을 찾지 못한 채 계속 평행선을 달리자 우리 국회가 나서게 된 것이다.

그런데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직접 우리 정부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충돌한다고 경고하며 이제 우리 콘텐츠 기업들의 해외 사업까지 우려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 망사용료법이 넷플릭스, 구글 등 미국 콘텐츠 기업을 겨냥하는 만큼 반대로 국내 웹툰·웹소설이나 영상, 케이팝(K-Pop) 분야가 불이익을 받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다. 반면에 망사용료법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통신 업계는 미 정부의 일방적인 주장일 뿐 FTA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맞서고 있다. 해외 기업뿐 아니라 국내 기업도 망사용료를 내도록 규제하는 법이기 때문에 특정 기업에 대한 차별이 아니라는 논리다.

이달 한미 정상회담을 앞둔 가운데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넷플릭스 한국 지사에 방문할 것이란 말이 나올 만큼 망사용료법은 양국 간 주요 안건으로 부상하고 있다.



前백악관 차관보 “통신사 유리한 협상력 보장…FTA 위반 소지”


10일 국회 및 관련 업계에 따르면 망사용료법을 우려하는 측에서는 가장 리스크가 큰 한미 FTA 조항으로 ‘통신망 서비스에 대한 접근·이용’에 대한 14.2조와 ‘인터넷 접근·이용에 관한 원칙’을 다룬 15.7조를 꼽고 있다. 14.2조는 국경을 건너 제공되는 모든 통신망, 서비스가 차별받아선 안 되며 망 접근·이용에 대해 어떠한 조건도 부과되지 않도록 보장하라고 명시하고 있다. 15.7조는 각국 소비자가 네트워크 제공자와 콘텐츠 제공자 간의 ‘경쟁’ 아래 혜택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관련 전문가들은 망 사용료를 내는 게 맞고 틀리고와 별개로 이를 국가가 강제하는 것이 무리라고 지적하고 있다. 한 국제법 전문 교수는 “FTA 문헌 그대로 해석해도 망 이용에 ‘어떠한 조건도 부과되지 않도록’ 하라고 돼 있는데 이를 법으로 강제하면 문제가 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 대형 로펌 변호사도 “미국에서 콘텐츠를 전달해 오는 기업과 한국 안에서만 콘텐츠를 전달하는 기업 간 특성의 차이가 있는데 이를 고려하지 않고 똑같이 취급하는 것 역시 부당할 수 있다”고 했다. 한국 CP가 미국 ISP에 망 사용료를 안 내는 것처럼, 국경을 넘어선 망 비용 문제는 통신사 간에 해결할 일이라는 것이다.



미 관료 출신 자유무역협정(FTA) 전문가 역시 이 같은 우려를 나타냈다. 2018년 한미 FTA 개정 협상 당시 국가경제자문위원회(NEC) 부보좌관을 지낸 클리트 윌렘스(사진) 전 백악관 국제경제부 차관보는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망사용료법은 통신사의 협상력을 법적으로 강화해 유리한 위치를 점하도록 보장하고 있어 FTA의 취지인 자유 경쟁 촉진에 반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 망사용료법이 사실상 정부·국회가 미국 기업에 세금을 매겨 국내 통신사에 이득을 주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윌렘스 전 차관보는 “미국 기업에 전례 없는 국경 간 세금을 부과해 한국 통신사에게 일방적인 혜택을 제공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특정 해외 기업을 겨냥한다는 점에서 FTA뿐 아니라 WTO 서비스무역협정(GATS) 위반 소지가 높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한국과 미국이 네트워크 관련 비용 분배 문제를 민간 ‘기업 간 합의(commercial arrangements)’를 통해 해결하기로 합의했다는 점을 들어 “통신사와 콘텐츠 회사 간 금전 관계를 법으로 규제하는 것은 이러한 협정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했다.

미 정부와 콘텐츠 업계는 한국에 콘텐츠를 전달하기 위해 해외 기업들이 막대한 투자를 쏟아부었다는 사실을 알아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 국내 망을 ‘무임승차’하고 있다는 주장에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윌렘스 전 차관보는 “미국 콘텐츠 기업들은 한국 소비자가 글로벌 콘텐츠를 즐길 수 있도록 해저 케이블, 데이터 센터, 캐시서버 등에 수 백조 원의 투자를 해 트래픽 비용을 크게 절감해주고 있다”며 “덕분에 한국 통신사들은 해외 인프라 투자 없이 미국 콘텐츠 기업이 구축한 인프라 혜택을 온전히 누리고 있는데, 미국 정부 입장에서는 그렇다면 거꾸로 한국 통신사들이 글로벌 네트워크 인프라에 ‘무임승차’하고 있는 것인지 의문을 품을 수 있다”고 전했다.

통신 업계 “EU도 규제 나서는데…트래픽 발생만큼 책임져야”






반대로 국내 통신 업계는 미국 정부의 주장과 달리 망사용료법에 어떠한 차별적인 요소도 없기 때문에 결코 FTA 위반이라고 볼 수 없다고 반박한다. 이미 네이버, 카카오(035720) 등 국내 CP들은 국내 통신사에 매년 수 백억 원에 이르는 망 사용료를 내는데 넷플릭스, 구글 등 해외 CP도 같은 의무를 지는 게 맞다는 것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지난해 10~12월 기준 인터넷과 관련해 구글이 27%, 넷플릭스가 7%, 페이스북이 3%의 트래픽을 발생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네이버 2%, 카카오(035720) 1% 보다 해외 CP가 막대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처럼 해외 CP가 트래픽의 대부분을 차지하는데, 막상 일부만 차지하는 국내 CP만 망사용료를 내고 있는 것은 역차별이라는 주장이다.

통신 업계는 또 망사용료 이슈가 한국만이 아니라 유럽연합(EU) 등 다른 나라에서도 불거지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규제에 나선다 해서 실제 통상 문제가 될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실제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EU 집행위원회 부위원장은 최근 기자회견을 통해 “빅테크들이 통신사들의 네트워크 비용을 분담해야 한다”고 밝혔다. 여기서 베스타게르 부위원장은 “과연 통신망에 대한 기업 간의 기여가 공정한지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CP들이 막대한 트래픽을 발생시키면서 관련 투자에는 아무런 기여를 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EU도 한국과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유럽통신사업자협회(ETNO)가 영국 정보기술(IT) 컨설팅 기업 액손에 의뢰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메타(옛 페이스북)와 아마존, 넷플릭스 등 빅테크 기업들의 유럽 내 트래픽 점유율이 55% 이상인 것으로 집계됐다. ETNO는 “이러한 트래픽 때문에 유럽 통신사들이 부담하는 비용만 연간 최대 280억 유로(약 37조 원)에 달한다”며 “관련 부담을 빅테크들이 지는 게 맞다”고 했다.

아울러 국내에서 앞서 통과된 이른바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 사례에 비추어 망사용료법이 처리되더라도 실제 미국 정부가 나서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하고 있다. 인앱결제법은 구글, 애플 등 해외 앱 마켓 사업자를 겨냥해 입점 앱 개발사에게 특정 결제방식을 강제해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앱 내에서 이뤄지는 구글·애플 인앱결제는 개발사로부터 앱 결제 대금의 6~30%를 수수료로 취하는 결제방식으로 앱 마켓 사업자의 주요 수익원이다. 마찬가지로 국내 개발사들을 위해 한국 정부·국회가 규제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지만, 막상 올해 법이 본격 시행된 이후 미국에서 별다른 조처가 없었다. 업계 관계자는 “인앱결제법이 구글, 애플뿐 아니라 원스토어 등 국내 앱 마켓 사업자도 해당되는 법이기 때문에 차별법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라며 “망사용료법도 마찬가지로 특정 기업을 겨냥했다고 보기에 무리가 있다”고 했다.

◇K팝·웹툰 제재 거론…“무엇보다 디지털경제 韓美 신뢰 타격 우려”


방탄소년단. 사진 제공=하이브


이처럼 양측이 팽팽히 맞서는 동안 국내 콘텐츠 기업들은 불안감을 나타내고 있다. 한국에서 미국 CP를 겨냥한 것처럼 해외에서 한국 CP를 타깃으로 한 규제가 나올까 걱정하는 것이다. 이미 미국에서는 네이버, 카카오 등 웹툰·웹소설 플랫폼 기업들과 방탄소년단(BTS), 블랙핑크 등 아티스트들이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BTS는 지난해 네이버 스트리밍 플랫폼 ‘브이 라이브(V LIVE)’를 통해 미국에서 방송을 송출하다가 트래픽 과다로 서비스 장애가 발생할 만큼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 밖에 국내 주요 게임사들도 미국에 진출해 콘텐츠 사업을 하고 있다.

네이버, 카카오 등을 회원사로 두고 있는 한국인터넷기업협회 박성호 협회장은 “우리 콘텐츠 기업들이 해외 진출할 때 반대로 똑같은 상황을 직면하게 될까 우려된다”며 “경제 전반에 걸쳐 수출에 크게 의존하는 한국 입장에서 디지털 분야 역시 대외 관계를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무역보복이 이뤄지면 한국 CP도 미국에서 망사용료를 강제당할 수 있다”고 했다.

윌렘스 전 차관보는 “미국뿐 아니라 (동남아, 일본 등) 제3국이 한국 사례를 참고해 한국 콘텐츠 기업을 겨냥한 규제법을 만들 수도 있다고 본다”며 “무엇보다 망사용료법이 디지털 문제에 있어 미국 정부와 한국 정부 간 신뢰에 악영향을 미칠까 걱정된다”고 했다. 그는 “현재 미국은 아시아 최우선 과제로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를 비롯한 자유롭고 개방된 디지털 무역 촉진을 추진하고 있다”며 “그런데 망사용료법은 한국이 미국과 다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IPEF는 기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를 대체할 새 경제협력체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힘을 싣고 있는 국가 간 연합체다. 미 상무부와 USTR 주축으로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그는 한국 정부가 가입하려는 ‘환태평양동반자협정(CPTPP)’과 관련해서도 “한미 FTA와 마찬가지로 외국 기업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면서 ‘해외 인터넷 연결을 원하는 (네트워크) 공급자는 상대측 공급자와 상업적으로(commercial) 협상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며 “한국 망사용료법은 CPTPP 원칙과도 배치될 가능성이 있으며 이는 한국 정부의 협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했다. 윌렘스 전 차관보는 망사용료법으로 한미 관계에 있어 불필요한 자극을 주고받기 보다는 건설적인 방향을 모색할 것을 제언했다. 그는 “한국이 인도-태평양 지역의 디지털 허브가 돼 글로벌 연결성을 강화하는 사업을 모색하거나, 해저 케이블 관련 한미 기업간 공동 투자를 추진하는 게 훨씬 발전적이고 건강한 관계라고 본다”며 “양국이 지속적인 협력으로 전 세계적인 모범사례를 정립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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