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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스텝마저 열어둔 李…시장선 "26일 0.25%P 인상 확실"

■ 한미 금리역전 앞두고 급해진 통화당국…채권 시장도 출렁

"금리 0.5%p 인상 배제 단계 아냐"

이창용 총재, 사상 첫 빅스텝 거론

급격한 인상땐 경기둔화 등 초래

"경각심 메시지" 분석이 지배적

3년물 국고채 금리 3%로 재급등

정책 엇박자 논란에 부총리 회동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6일 “향후 ‘빅스텝(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인상)’을 완전히 배제할 수 있다고 말할 단계는 아니다”라며 사상 최초 빅스텝 가능성을 시사했다. 미국의 초긴축 통화정책 등으로 한미 금리 역전이 초읽기에 들어간 만큼 우리 통화 당국도 금리 인상의 보폭을 넓힐 수 있다는 의미다.

다만 빅스텝을 밟을 경우 가계와 기업의 이자 비용이 급증하면서 소비·투자 부진에 따른 경기 둔화가 가속화될 우려가 있어 현실화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대신 시장에서는 이 총재의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 발언으로 이달 26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 인상이 기정사실화됐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이 총재는 이날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의 조찬 회동 직후 “4월까지 봤을 때는 (빅스텝을) 고려할 필요 없는 상황이었지만 앞으로는 물가가 얼마나 더 올라갈지 종합적으로 데이터를 보면서 (빅스텝을) 판단해야 한다”며 “5월 금통위와 7~8월 경제 상황과 물가 변화 등을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미국과 달리) 아직 데이터 등이 불확실한 상황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빅스텝을 완전히 배제할 수 있다고 말씀드릴 단계는 아닌 것 같다”고 강조했다. 이날 발언으로 3년물 국고채 금리가 나흘 만에 3%로 다시 뛰는 등 채권 시장이 요동쳤다.

이 총재가 빅스텝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은은 콜금리목표제를 시행한 1999년 이후 단 한 번도 빅스텝을 밟지 않았다. 금통위에서 0.5%포인트를 올리자는 소수 의견을 낸 금통위원 역시 한 명도 없었다.



이 총재도 지난달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서면 답변을 통해 “한국은 한 번에 0.25%포인트 이상의 큰 폭으로 기준금리를 조정할 필요성이 크지 않다”며 빅스텝 가능성을 일축한 바 있다. 한국은 지난해 8월부터 전 세계 주요국 가운데 가장 먼저 금리 인상에 나선 만큼 상대적으로 늦게 금리 인상을 시작한 미국 등 선진국 중앙은행의 속도를 따라갈 필요가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이 총재가 돌연 입장을 바꿔 빅스텝이라는 고강도 통화 긴축 카드까지 거론한 것은 인플레이션에 원·달러 환율까지 급등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소비자물가는 지난달 4.8%(전년 동기 대비) 뛰어오르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3년 6개월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당장 이달 5%대 진입 가능성도 높아진 상태다.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는 원·달러 환율 역시 1300원 돌파를 눈앞에 두며 금융위기 수준으로 회귀하고 있다. 더욱이 미국이 두 차례 이상 금리를 0.5%포인트씩 올리는 ‘점보 스텝’을 밟아 한미 금리가 역전될 경우 외국인 자본 유출은 물론 원화 가치를 떨어뜨려 물가를 재차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외국인 자금은 3~4월 두 달간 주식과 채권시장에서 72억 달러 넘게 빠져나갔다.

다만 우리 경제가 급격한 금리 인상을 버텨낼 만큼 탄탄하지 않고 새 정부 출범 초기에 이 총재가 주재하는 첫 금통위에서 실제 빅스텝이 단행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올해 우리 경제의 성장률 전망치가 2%대 중반까지 떨어진 상황에서 가파른 금리 인상은 경기에 치명타가 될 수 있는 탓이다. 더욱이 2000조 원에 육박하는 가계부채의 뇌관은 또 다른 부담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이날 보고서를 통해 “한국이 미국에 동조해 급격히 금리를 올리게 되면 상당한 경기 하방 압력을 받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한국경제연구원도 “금리 인상으로 가계의 이자 부담이 급증하면 소비가 위축되고 경기 침체를 가속해 스태그플레이션(고물가 속 경기 침체) 가능성을 높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이 총재의 발언을 물가 관리를 위한 경각심 차원의 메시지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이자 비용을 갚느라 민간 소비가 부진한 상황에서 빅스텝을 밟으면 그에 따른 기회비용이 클 수밖에 없다”며 “인플레이션에 대한 강력한 메시지를 통해 통화 긴축의 효과를 높이려는 의도”라고 짚었다. 한은 고위 관계자도 “당분간 물가와 관련한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는 만큼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통화정책을 결정해나가겠다는 원론적 입장을 밝힌 것”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다만 이날 발언으로 이달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1.50%에서 1.75%로 0.25%포인트 올릴 가능성은 커졌다. 한은이 지난달에 이어 두 달 연속 금리를 올리면 2008년 7~8월 이후 처음이다. 한편 추 부총리와 이 총재는 이날 만나 최적의 정책 조합(폴리시믹스)을 찾기 위한 소통을 강화하기로 했다. 재정과 통화 당국의 정책 엇박자 논란을 줄이기 위한 움직임으로 보인다. 통화 당국으로서는 윤석열 정부가 최근 59조 원이 넘는 초대형 추가경정예산안을 발표한 것 자체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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