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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명]'美日中露의 시대'가 다시 왔다

尹, 취임사서 '자유' 35번 언급한건

체제근간 흔든 文정부에 대한 반작용

中美露日에 가깝게 치우친 외교노선

바이든 방한을 정체성 재정립 기회로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식 당일인 1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접견실에서 축하 사절단을 이끌고 방한한 미국의 ‘세컨드 젠틀맨’인 더글러스 엠호프 변호사로부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받고 있다. 연합뉴스




이상훈 경제부장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일 우리나라에 온다.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한 지 딱 열흘 만이다. 지난해 유럽을 세 차례 방문했던 바이든 대통령의 아시아 방문은 한국이 처음이다. 개인적으로 이제 ‘미일중러의 시대’가 다시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임이었던 문재인 정부의 가장 큰 폐단은 권력층의 부패도, 탈원전도, 부동산 정책도, 지역·이념 갈등 조장도 아니다. 바로 이승만 정부, 박정희 정부로 이어지는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교묘하게 부정했다는 점에 있다. 그 결과 자유민주주의가 근간인 대한민국에서 ‘자유’란 말을 대놓고 경원시하는 최초의 정부가 됐다. 우리 사회에 금기가 많아진 것도 권력층이 자유를 미워한 대가였다. 국방부 관리들은 ‘탄도미사일’을 있는 그대로 부를 양심의 자유, 국민들은 ‘김정은 정권’을 ‘인권 탄압 정권’으로 표현할 자유를 침해받았다.

경제적으로는 기업을 규제로 옭아매고 공공 부문을 키웠다. 기업은 빈부 격차를 줄여줄 화수분으로 취급당했다. 기업 유치가 곧 국가 경쟁력인 시대에 세계적 추세를 거스르며 법인세 최고 세율을 3%포인트 올렸다. 공공이 비대해지니 무임승차 본성이 도지고 경제 활력은 눈에 띄게 줄었다. 잠재성장률 2% 추락은 그 결과다.



경제와 안보가 뫼비우스의 띠처럼 얽히자 외교는 모든 문제의 진원지가 됐다. 자유가 싫으니 독재 국가와 가까워지는 것은 필연적이다. 문재인 정부는 ‘미중일러’로 우리 주변 열강의 순서를 매겼지만 권력의 핵심들이 ‘중미러일’에 가까웠다는 것은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다. 윤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자유를 무려 35번 언급한 것은 우리 체제의 근간으로부터 원심력만 강하게 작용했던 5년에 대한 반작용에 가깝다.

한반도는 지정학적으로 강대국의 압력에 바람 잘 날 없는 곳이다. 한 사가는 우리나라를 ‘불판 위의 원숭이’에 빗댔다. 4대 강국이 주변에 자리해 항시 긴장하며 뛰지 않으면 죽는다는 것이다. 사실 우리가 열강에 시달려 온 것은 맞지만 역으로 중국과 일본 입장에서도 우리는 눈엣가시 같은 존재다. 중국은 한반도를 중국의 뒤통수를 칠 망치로, 일본은 열도를 겨누는 단도라고 생각한다. 중국도, 일본도 한반도의 융성을 원하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미국과 더 가까워야 한다. 더 붙어야 한다. 이게 숙명이다. 이것은 핀란드와 스웨덴이 러시아를 피해 중립국이란 회색 지대에서 나와 나토에 가입하고, 폴란드가 미군 주둔을 간절히 바라는 것과 다를 게 없다.

인류 역사를 살펴보면 전쟁은 항상 이웃 국가 간에 있었다. 서로 인접하면 티격태격할 수밖에 없다. 지금 전쟁으로 전 세계에 인플레이션을 수출하고 있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도 국경을 마주하고 있다. 이웃 국가 사이에 전쟁이 발발하지 않는 예외는 단 하나 뿐이다. 같은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향유하는 국가들 간에만 전쟁이 없다. 북한 정권의 시조인 김일성이 ‘갓끈론’을 그토록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이다. 남한은 미국과 일본이라는 두 개의 갓끈에 유지되고 있는데 이 가운데 먼저 일본 갓 끈만 잘라내도 갓이 머리에서 날아가듯 남한이 무너진다고 본 것이다. 이런 것을 잘 알고 있을 법한 문재인 정부는 자꾸 일본과의 과거사 상처에 소금을 뿌려 민족 감정을 들쑤셨다. 일본과 거리가 멀어지면 남는 것은 중국인데 중국과 우리는 체제가 완전히 다르다. 홍콩의 우산 시위, 문재인의 베이징 혼밥 논란까지 갈 필요도 없다. 코로나를 대하는 중국의 도시 봉쇄, 그 일사불란함은 공포감마저 유발한다. 중국과 붙는 순간 우리는 홍콩처럼 머리를 숙이고 들어가야 존재하는 국가로 전락할 수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우리 스스로 당당해야 중국도 우리를 함부로 하대하지 못한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가 헌신짝처럼 버렸던 동맹을 재결집시키려는 바이든, 문재인이 흐트러놓았던 자유민주주의 정체성을 다시 세우려는 윤석열 간에 만남이 기대되는 이유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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