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업체들이 코로나19 이후 한시 허용된 비대면 진료와 약배송의 제도화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의약계와 협력을 통해 안전한 보건 시스템을 마련하기 위한 산업계의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겠다는 포부다. 다만 초진부터 비대면 진료가 허용돼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의약계와 의견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산하 원격의료산업협의회는 지난 19일 서초구 드림플러스에서 첫 정기총회를 개최했다고 20일 밝혔다.
원격의료산업협의회는 국내 원격의료 시장의 혁신 및 안착과 건설적인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지난 2021년 7월 결성된 단체다. 이날 총회에는 공동회장사인 닥터나우, 엠디스퀘어를 비롯해 쓰리제이, 메디버디, 굿닥, 바이오트코리아, 에스에이치바이오테크, 디에이엘컴퍼니, 솔닥 등 회원사 15곳과 의?약계 전문가들이 참여해 비대면 진료 제도화와 산업계의 역할에 대해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협의회 회원사들은 “코로나19 이후 1000만 건이 넘는 비대면 진료가 이뤄지는 동안 단 한 건의 의료사고가 일어나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보건당국과 현장 의료진들의 노력 덕분”이라며 “앞으로 비대면 진료가 제도화되는 과정에서 의약계 의견을 경청하고 복지부의 가이드라인을 철저히 준수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이달 초 복지부 주도로 결성된 비대면진료법제화협의체에도 산업계가 참여해 그간 비대면 진료 및 약배송 사업을 운영해 온 경험을 전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날 세미나에는 전병율 대한보건협회 회장(차의과대학 보건산업대학원장)이 의료계 전문가로서 참석했다. 전 회장은 “과거 보건당국에 서류를 제출하는 방식을 종이문서에서 전자문서로 변경하려 할 때도 의료계에서 거센 반발이 있었지만 막상 시행해보니 만족도가 매우 높았다"며 “대한민국 의료 정보화의 시발점이 됐다”고 운을 뗐다. 비대면 진료 역시 막상 시행해보니 그동안의 우려가 무색하게 원활히 이뤄졌다는 점에서 긍정적 성과가 기대된다는 평가다. 전 회장은 “환자는 물론 일선 의사들의 만족도 역시 매우 높게 나왔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의료계와 협의점을 찾고 제도화 과정에서 환자 안전을 지키기 위한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약업계에서는 송파구에서 약국을 운영하고 있는 박종필 약사가 참석해 현장의 목소리를 전했다. 박 약사는 약업계 일각에서 우려하는 개인정보 노출 우려에 대해 “실제 약국에서는 신분증을 확인하는 경우가 거의 없지만 비대면 진료는 플랫폼에서는 본인 인증을 거치기 때문에 오히려 노출 우려가 적을 것"이란 견해를 밝혔다. 이어 “직접 비대면 진료 플랫폼을 경험해보니 복약지도에 힘쓰면서 약사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더 높일 수 있는 전환점이 될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며 "약사회에서도 적극적으로 동참해 주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협의회는 이날 보건당국과 의료계, 국민의 건강과 안전한 보건 시스템을 위해 산업계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것이라는 내용을 담은 결의문을 발표했다.
△국민 건강증진 기여 △의료기관과의 상생 △안전한 비대면 진료를 위한 기술적 혁신 △법령과 의무 준수 △동반성장 △건강한 비대면 진료 생태계 조성 등 6가지 조항으로 구성된 결의문에는 정부의 비대면 진료 제도화 과정에서의 산업계 역할을 강조하고 비대면 진료의 성공적인 안착에 기여하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다.
다만 비대면 진료 제도화의 세부 조항 가운데 초진·재진 허용 여부를 두고는 여전히 산업계와 의료계의 입장이 갈리고 있어 갈등의 여지가 남았다. 산업계는 코로나19 여파로 비대면 진료를 한시 허용하는 동안 초진으로 인한 문제가 없었으나 , 제도화 과정에서 재진으로 제한할 경우 편의성을 해칠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협의회 공동회장을 맡고 있는 닥터나우 장지호 이사는 "비대면 진료 플랫폼은 의협과 약사회의 협조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면서도 "효과가 입증된 비대면 진료를 다시 규제해선 안 된다. 제도화는 철저히 초진, 경증, 1차 의료기관 중심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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