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방한을 앞두고 경찰이 돌발 사태 대비에 나섰다. 특히 용산 대통령실 인근 집회 신고가 쏟아진 만큼 일대 경비를 대폭 강화했다.
◇ 방한 환영-반대 맞불 집회 예고…만찬장·숙소 경비 강화
20일 경찰 등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 방한 기간 용산 일대에서 방한을 환영하는 집회와 반대하는 집회가 동시다발적으로 열릴 예정이다.
탄핵무효운동본부와 태극기혁명국민운동본부는 이날 오후 5시 30분부터 바이든 대통령이 도착할 오산 기지에 100명가량 운집해 방한을 환영하겠다고 신고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묵을 것으로 보이는 용산 청사 근처 그랜드 하얏트 호텔 서울 인근에는 신자유연대 30명이 집회를 예고했다. 민중민주당은 이날 오후 4시부터 전쟁기념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이어 용산 미군기지부터 하얏트 호텔까지 방한 반대 집회와 행진을 할 것으로 보인다.
한미정상회담이 있는 21일 정오에는 현충원 주변에서 보수단체 관계자 800명, 오후 2시부터는 대한문부터 삼각지까지 80명이 집회와 행진을 한다. 하얏트 호텔 인근에서도 애국순찰팀 50명가량과 자유대한호국단 20명, 신자유연대 30명이 온종일 집회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전국민중행동은 같은 날 1000명이 전쟁기념관 또는 삼각지역 12번 출구 앞에서 방한 반대 집회를 연다.
참여연대 200명은 용산 대통령실 정문 앞과 전쟁기념관 앞 인도와 1개 차로 집회를 신고했고, 평통사 200명도 전쟁기념관과 녹사평역~전쟁기념관, 중앙박물관 앞 집회와 행진을 계획하고 있다. 민중민주당과 조국통일범민족연합, 대학생진보연합도 수십 명 규모로 집무실과 하얏트 호텔 주변에 집회를 신고했다. 방한 마지막 날인 22일에도 자유호국단이 하얏트 호텔 앞에서, 민중민주당이 광화문 KT 앞에서 각각 찬반 집회를 한다.
서울 경찰은 용산 대통령실 출입문, 만찬이 예정된 국립중앙박물관 인근, 숙소로 예정된 그랜드 하얏트 호텔 부근을 주 경호지역으로 삼아 경비를 강화하고 있다. 이날 오전 11시께 찾은 호텔 인근에는 50명 가량의 경호·경비 인력이 대기 중이었고, 집무실 인근에도 추가로 울타리가 설치됐다.
바이든 대통령을 국빈 경호 최고등급인 A등급으로 한 만큼 주한 미국대사관과 대사 관저 등 미국 관련 시설 경비도 강화된다. 또 방한 기간 서울경찰청은 갑호비상, 경기남부경찰청은 을호비상, 경비북부경찰청과 인천경찰청은 경계 강화 비상근무를 한다. 교통 통제와 관련해 경찰 측은 "국빈 관리에 따른 일시적인 교통통제는 있겠지만 상시 통제는 없게 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백악관과 한국 대통령경호처가 밀접 경호를 맡지만 경찰도 2·3선을 맡기 때문에 바이든 대통령을 국빈 최고등급 경호 대상으로 놓고 돌발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 두 번째 집회금지통고 집행정지 법원 결정 주시
한 가지 변수는 참여연대가 용산경찰서장을 상대로 낸 집회금지통고 집행정지 신청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다. 서울행정법원은 이날 오후 인용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법원이 지난 11일 성소수자 단체(무지개행동)의 집행정지 신청을 일부 인용했던 가운데 경찰은 법원 결정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법원 결정에 맞게 1안, 2안, 3안대로 관리하면 된다. (바이든 대통령 방한 시) 주된 동선은 미군기지 13번 게이트, 남쪽인데 집회 신고들은 북쪽으로 들어와 있어서 크게 문제가 될 건 없다. 특별히 위해 상황이 없으면 집회 기본권을 보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법원 결정에 따라 주요 경비 지역은 달라질 수 있어 주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무지개행동이 낸 집행정지 신청을 법원이 일부 인용한 뒤에도 용산 대통령 집무실 인근 집회에 대해 금지 통고를 유지한다는 내부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아울러 해당 건에 대해 법무부의 지휘를 받아 즉시 항고했으며, 본안 소송까지 다퉈보겠다는 입장이기도 하다.
경찰청 관계자는 "사전적 의미로만 보면 집무실에 관저가 포함되지 않는다고 볼 수도 있다"면서도 "집시법상 주요 헌법기관에 대해 집무실과 공관을 별도로 규정하고 있는데 막상 국가 원수에 대해서는 별도 규정이 없다. 그런 연혁까지 고민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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