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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황사에 50억 희사 두 보살 “아파하는 가슴을 기르는 게 가야할 길”

설매·연취 보살 “간단한 일부터 실천해야”

인도 첫 한국 전통사찰인 분황사 건립에 50억원을 희사한 설매(왼쪽) 보살과 연취 보살이 21일 인도 부다가야 한 호텔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초등학교를 지어주기 위해 네팔을 방문했을 때였어요. 해당 지역을 가기 하루 전에 다른 초등학교를 방문했는데 까치머리를 하고 있는 아이들 모습을 보고 불쌍하다는 생각은 드는데 가슴으로는 느껴지지가 않더라고요. 그런데 옆에 있던 설매 보살은 펑펑 울더라고요. ‘근본에서 너무 멀리 왔구나. 다른 사람들과 같이 아파할 수 있어야 하는데…’ 하는 생각이 들어 내 스스로가 너무 무서워지면서 참회하기 시작했어요. 아파하는 가슴을 기르는 게 우리 사회가 가야 할 길이라고 생각해요.”

인도 첫 한국 전통사찰인 분황사 건립에 법명 설매(76) 보살과 함께 50억원을 희사한 연취(70) 보살이 들려준 얘기다. 두 보살은 21일(현지시간) ‘붓다의 성도지’로 잘 알려진 인도 북동부 비하르주 부다가야에서 분황사 준공식을 마친 뒤 부다가야 한 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두 보살은 40년 전 참선을 하며 서로 알게 됐다고 한다. 연취보살은 설매보살을 언니이자 스승, 친구로 삼아 참선과 불교 등에 대해 많은 것을 배워왔다고 했다.

이들은 아시아 불교국가들이 250개 정도의 사찰을 붓다 성도지인 부다가야에 지어왔음에도 한국만 유독 사찰이 없었던 점에 크게 놀랐다고 한다. 두 보살이 부다가야에 사찰을 지어달라며 종단에 50억 원을 기탁한 배경이 됐다. 이들은 사찰 건립에 다른 조건은 달지 않고 조계종에 단 2가지만 요구했다고 한다. 우선 ‘인류의 행복이 흰연꽃처럼 피어나기를 바란다’는 의미에서 사찰 이름을 ‘분황사(芬皇寺)’로 지어달라는 것과 ‘부처님 진리의 등불이 꺼지지 않게 해달라’는 의미에서 쌍사자 석등을 세워달라는 것이었다. 이들은 “우리 모두가 물들지 않은 흰 연꽃이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두 보살에게 준공식에 참석해 든 소감을 묻자 “분황사를 짓는데 동참하게 돼서 불자로서 행운”이라며 “말로는 표현을 못하겠고 속에서 뜨거운 것이 올라오면서 눈물이 계속 난다”고 감격해 했다. 이들은 분황사 건립 외에도 네팔 초등학교, 몽골 유치원, 케냐의 여학생 기숙사를 짓는 데도 자금을 지원했다.

이들이 줄곧 강조한 것은 불자 이전에 ‘실천하는 삶’이다. 연취보살은 “우리는 간단한 일부터 시작하면 된다”며 “내가 어떻게 마음을 내느냐, 특별한 거 없다. 아는 즉시 실천하면 된다.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설매보살은 “남의 허물을 경책 삼아라. 그리고 좋은 것을 자기 것으로 해라. 그러다 보면 자기에게 선업이 쌓인다고 가르친다”면서 “저는 불교를 믿으라는 말을 하지 않는다. 종교를 바르게 믿으라고 한다”고 전했다.

두 보살은 한국 불교가 부처님의 가르침대로 실천하지 않는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설매보살은 “10년 전에 어느 선원장 스님분이 ‘한국 불교 미래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고 물어보며 ‘청규를 다시 만든다’고 하더라”며 “그래서 제가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실천하지 않는 게 문제다. 청규를 만들면 뭐 하나. 2600년 전에 부처님이 이미 다 보여주시지 않았느냐고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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