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운전업이 중소기업 적합 업종으로 지정됐다. 당분간 신규 대기업들의 시장 진출이 제한되며 기존 대기업들의 사업 확장에도 제동이 걸렸다. 논의 과정에서 논란이 됐던 유선 콜 중개 프로그램사 인수·합병(M&A) 등에 대한 합의는 다음으로 미뤄져 한동안 갈등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동반성장위원회(동반위)는 24일 서울 서초구 JW메리어트호텔에서 제70차 동반성장위원회 회의를 개최하고 대리운전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정했다고 밝혔다. 동반위가 유선콜 대리운전업에 대기업 진출 제한을 권고한 기간은 오는 6월 1일부터 3년간이다.
대기업 시장 진출·확장 제한…중개사 M&A 논의는 다음으로
권고안에 따르면 신규 대기업은 권고 기간 동안 대리운전 시장에 진입하기 어렵다. 카카오모빌리티, 티맵모빌리티와 같이 이미 진입한 대기업들은 확장을 자제해야 한다. 대기업들의 유선 콜 업계에 대한 인수·합병이 사실상 막히는 것이다. 확장 자제 방침에 따라 유선 콜 시장과 플랫폼 영역에서 현금성 프로모션도 되도록 억제해야 한다.
앞선 논의 과정에서 쟁점이 됐던 콜 중개 프로그램사에 대한 대기업의 M&A 가능 여부는 권고안에 포함되지 못하고 다음 본회의로 미뤄졌다. 지난해 5월 동반위에 대리운전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해달라고 신청한 한국대리운전총연합회(연합회)는 애초 인수·합병 및 제휴 금지 대상에 중개 프로그램사도 포함하자고 주장했고 동반위도 이를 받아들였다. 이후 이를 알게 된 중개 프로그램사 업계가 경영권이 침해된다며 항의를 이어가면서 상황이 복잡해졌다. 현금성 프로모션을 어디까지 허용해야 할 지에 관한 합의도 접점을 찾지 못하고 권고 안에 포함되지 못했다. 동반위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현금성 프로모션을 자제하자는 게 권고안의 기본 방침”이라면서도 “현실적으로 어느 정도는 프로모션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어디까지 허용할 지 기준에 대해서 이야기해왔지만 결국 의견 합치를 보지 못했다”고 밝혔다.
“졸속이다” 연합회 반발…갈등 다음 라운드로
매듭짓지 못한 쟁점이 다음 본회의에서 결정하기로 함에 따라 당분간 갈등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연합회는 이날 동반위 권고안이 나온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결정을 규탄했다. 연합회 측은 “중소·영세 사업자를 기만한 동반성장위 담당자와 대기업의 편에 선 동반성장위 실무위원회를 고발한다”며 “정부에는 동반성장위에 대한 특별 감사를 요청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대기업들은 상대적으로 차분한 반응을 내놨다.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연합회에 수용의 자세로 최대한 양보하며 합의안을 마련해왔기에 동반위의 적합 업종 권고 결정을 존중하며 이를 성실히 이행하겠다”면서도 “다만 부속 사항까지 포괄하는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 앞으로 3개월간 진행될 부속 사항 논의에도 중소상공인들과의 상생협력 의지를 갖고 성실히 임하겠다”고 밝혔다. 티맵모빌리티 관계자도 “동반위의 권고안을 존중하며 앞으로 진행될 부속 사항에 대한 논의에도 성실하게 임하겠다”고 말했다.
대기업 희비 엇갈려…“시장 선점한 카모에 유리할 것”
이번 권고안이 나온 직후 대기업들의 희비가 엇갈리는 모습이다. 시장 후발 주자인 티맵모빌리티는 시장 지배력을 확장할 수단으로 꼽힌 현금성 프로모션이 막혀 낮은 시장 점유율을 반전할 기회가 꺾였다는 평가다. 유선 콜 업체 인수합병이 사실상 어려워진 상황에서 중개 프로그램사와의 제휴 및 지분 투자 등이 활로였지만 이 역시 향후 상황을 장담할 수 없다. 반면 이미 유선 콜 업체와 프로그램 중개사를 인수한 카카오모빌리티로서는 현금성 프로모션을 할 수 없어 사업 확장 속도는 제한되겠지만 현재의 높은 점유율이 위협 받을 상황은 모면한 셈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모빌리티 입장에서는 추가 경쟁자를 못 들어오게 막은 데다 큰 투자 없이 현재 점유율을 지키게 됐다”며 “점유율 제한도 빠졌으니 추가로 확장할 수 있는 여지도 생긴 셈인데 콜 업체, 프로그램 중개사를 낀 카카오모빌리티가 티맵보다 확장에 유리할 것이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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