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현지 시간) 오전 애플 파크를 비롯해 애플의 대표 사무실들이 모여있는 미국 캘리포니아 쿠퍼티노의 탄토(Tantau) 애비뉴. 사방의 횡단보도 신호가 바뀔 때마다 저마다 목걸이를 한 인파들이 바쁘게 걸음을 옮겼다. 세계 최대 개발자 회의로 꼽히는 ‘애플 세계 개발자 회의(WWDC)’가 2019년 이후 3년만에 대면으로 진행되자 전 세계에서 1000여명의 개발자와 500여명의 취재진이 몰렸다. 행사 시간 30분 전 ‘헬로(Hello)’ 문구가 적힌 노란 티를 입은 직원들과 일일이 인사를 나누며 애플 파크 내 원형 건물인 인피티니 루프의 끝없는 곡선을 따라 1km 남짓 걸어 들어가자 세 구역으로 나뉜 객석이 빼곡히 들어찬 것을 볼 수 있었다. 참가자들이 쓰는 언어는 달랐지만 아이폰 운영체제(iOS), 증강현실(AR), 애플 실리콘 등 단어는 또렷하게 들렸다. 이날 기자와 만난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이렇게 오프라인으로 사람들을 만나는 게 고대했던 부분”이라며 “개발자들로부터 에너지를 얻게 돼 기쁘다"고 전했다.
WWDC는 유독 제품 개발에 있어 비밀주의를 고수하는 애플이 1년 중 유일하게 새로운 기술과 제품을 마음껏 풀어놓는 자리다. 객석의 반응이 곧 신기술의 흥행 척도이기도 하다. 이날 객석에서는 여덟 번 가량의 큰 환호성과 박수가 터져 나왔다. 가장 큰 환호성이 터진 부분은 애플의 자체 시스템온칩(SoC)인 ‘M1 시리즈’를 잇는 차세대 M2칩이 소개되는 순간이었다. 애플은 2020년 11월 M1 칩 공개 후 1년 7개월 만에 M1의 성능을 대폭 향상시킨 M2칩을 맥북 에어와 13형 맥북 프로에 탑재했다. 지난 3월 M1 울트라칩 공개로 M1 시리즈를 완성한지 3개월 만에 M2 시리즈가 첫 발을 뗀 것이다. 애플은 1년 7개월만에 선보이는13.6인치 맥북 에어와 13인치 맥북 프로를 오는 7월에 출시할 예정이다.
애플 실리콘의 차세대 출시 사이클이 더욱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5나노미터(nm) 공정으로 제작된 M2는 200억개의 트랜지스터를 사용해 M1 대비 중앙처리장치(CPU) 속도가 18% 개선됐고 그래픽처리장치(GPU) 성능은 35% 좋아졌다. 뉴럴엔진은 40% 향상된 속도를 자랑한다. 칩 성능이 크게 향상되면서 전체 부피는 20% 줄고 두께는 1.13cm 수준으로 더 얇아졌다. 무게는 1.23kg으로 왼손으로만 들었다 내려도 무리가 없었다. 결국 M2칩이 맥북 에어의 장점을 극대화한 것이다. 맥북 프로와의 성능 격차도 크게 줄었다. 애플 측은 맥북 프로에는 액티브 쿨링 시스템이 탑재돼 보다 장시간의 작업에 유리하지만 맥북 에어로도 4K·8K 영상을 여럿 놓고 편집 작업을 하는 데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날 쿡 애플 CEO도 맥북 에어 체험존에서 영상 작업 시연을 유심히 지켜보면서 끊김 없는 속도 등에 대해 직원에게 질문을 던졌다.
애플은 이날 하드웨어 외에도 iOS를 비롯해 새로운 맥OS인 ‘벤투라’, 아이패드OS, 워치OS를 소개하며 기기간 연결을 강화한 기능을 선보였다. 동시에 이 같은 연결성의 경험을 차량으로도 넓히겠다는 전략도 공개했다. 애플은 이날 카플레이의 미래로 차량의 계기판 전체를 아이폰 위젯처럼 구현할 수 있게 한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차량 속도와 RPM, 연료, 온도를 확인하는 한편 냉난방, 환기 조절을 비롯해 각종 위젯들을 계기판에 연동한다. 애플 측은 “포드, 벤츠, 포르셰 등 다양한 업체들과 협업하고 있다”며 "차세대 카플레이가 적용될 차량은 내년 말 발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선구매후결제 시스템인 애플 페이 레이터(Apple Pay Later) 기능을 내놓으며 금융 서비스를 확대한다. 먼저 물건을 구매한 뒤 별도의 이자나 수수료 없이 6주에 걸쳐 최대 4회까지 분납할 수 있도록 지원하게 해 애플 지갑에서의 이용자 선택 옵션을 극대화하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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