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20일 한미정상회담을 위해 전용기인 에어포스원을 타고 경기도 오산 공군기지에 도착했다. 이로부터 2시간 전 일본 오키나와 가데나 공군기지에는 ‘심판의 날 항공기(doomsday plane)’로 불리는 핵공중지휘통제기(E 4B)가 착륙했다. 미국이 E 4B의 소재를 굳이 노출한 것은 바이든 대통령의 한일 순방 기간 북한의 도발에 대해 경고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가데나 기지는 1945년 미군이 점령한 후 지금까지 미군의 일본 방어는 물론 태평양 안보의 중추 역할을 해왔다. 미 태평양 공군의 최대 비행장이며 해외 주둔 미군 기지 가운데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가데나 기지에서 서울까지의 거리는 1200㎞로 도쿄보다 200㎞ 이상 가깝다. 한반도에서 군사적 충돌이 발생할 경우 이 기지에서 발진한 미군 전투기들이 한 시간 내에 날아와 지원 공격에 나선다. 이곳에는 미 공군 최대 전투비행단인 제18비행단이 주둔해 있다. 이 부대의 슬로건은 ‘오늘 비행한다. 내일 이긴다(flight tonight win tomorrow)’이다.
가데나 기지가 한국에 알려진 것은 6·25 전쟁 때다. 인천상륙작전이 성공한 직후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은 원산상륙작전을 지시한다. 이미 눈치를 챈 북한군은 거세게 저항했지만 가데나 기지에서 이륙한 B 29 폭격기의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2001년 가데나 기지를 이륙한 미 EP 3 정찰기가 중국 J 8 전투기와 충돌해 하이난성 링수이 비행장에 불시착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J 8 전투기는 두 동강이 났다. 중국은 미국의 영공 침입에 대해 사과를 받고 승무원들을 돌려보냈다.
일본 방위성이 최근 가데나 기지에 2007년 이후 가장 많은 4종 32대의 외래기가 추가 배치된 것을 파악했다고 아사히신문이 보도했다. 외래기란 당초 오키나와를 제외한 주일 미군 기지와 미국 본토 등에 배치됐던 미군기를 가리킨다. 아사히신문은 “북한의 미사일 능력 향상과 바이든 대통령의 대만 유사시 군사 개입 발언 후 움직임이 분주해진 중국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분석했다. 철통 군사력을 확보하고 가치 동맹을 강화해야 북한의 미사일·핵 실험 등 도발을 억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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