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K금융그룹이 제2금융권에서는 처음으로 디지털화폐인 ‘OK코인’을 발행한다. 그룹 내 전자 금융업 자회사인 OK인베스트먼트파트너스(OKIP)를 통해 블록체인 생태계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전략이다.
9일 금융 업계에 따르면 OK금융그룹은 8일 ‘블록체인 시스템 도입 제안 요청서(RFP)’를 블록체인 구축 업체들에 보내고 공개 경쟁입찰을 제안했다. 선정된 업체와 OK 블록체인 시스템을 구축하고 ‘OK코인’ 발행 및 유통, 관리에 나설 계획이다.
OK금융그룹의 OK코인은 OKIP가 운영 중인 애플리케이션 ‘올리고’에서 유통되는 선불 전자 지급 수단 ‘올리고머니’에 폐쇄형 블록체인을 적용한 형태의 디지털화폐다. 올리고머니는 현재 앱에서 커피·간편식 등 프랜차이즈 상품권 구입 등에 사용되며 개당 1원의 가치를 지닌다. OK코인은 올리고머니와 1 대 1로 교환된다.
가치가 같은 만큼 OK코인과 이미 유통되고 있는 올리고머니는 겉으로는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블록체인 시스템이 구축되며 비용 절감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일단 별도의 결제 구축 비용이 들지 않을 뿐더러 위변조 방지 등을 위한 보안 비용도 크게 절감할 수 있다. 또 폐쇄형을 채택한 만큼 가격 안정성이 확보된다.
OK금융그룹은 이와 함께 대체불가토큰(NFT) 사업에도 뛰어든다. 이번에 구축하는 블록체인 시스템 안에서 OKIP가 NFT를 직접 발급하는 방식과 고객이 등록하는 방식 등 ‘투 트랙’으로 진행한다. 앞서 1월 OK금융그룹 산하 남자 프로배구단 ‘읏맨 프로배구단’은 국내 배구단으로는 처음 NFT 카드를 출시해 무료로 배포하기도 했다.
OK금융그룹이 제2금융권에서 한발 앞서 디지털화폐, NFT 발행 등에 나선 것은 향후 블록체인 산업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서다. OK금융그룹은 제안서에서 “중앙은행디지털화폐(CBDC), 가상자산 등 블록체인 기반 서비스 등장에 대응할 수 있는 기업 경쟁력을 확보하고자 한다”며 “올리고 내 블록체인 서비스 탑재로 향후 확장 가능성을 확인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제안서에는 이더리움·클레이튼 등 퍼블릭 블록체인 지갑과 연동을 고려한 설계안이 필요하다는 내용이 담겼다. 다만 OK금융그룹 관계자는 “상장을 하거나 퍼블릭 체인을 쓸 계획은 없다”며 “일단 내부에서 테스트성으로 블록체인 인프라를 적용해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시스템 구축 목표 시기는 내년 상반기 중이다.
OK금융그룹의 발 빠른 블록체인 사업 진출에 여타 저축은행 및 제2금융권 그룹사들도 바짝 긴장하며 사업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상상인저축은행의 모회사 상상인그룹은 3월 주주총회에서 블록체인 기반 암호화 자산 매매 및 중개업, NFT 제작, 중개?판매 사업 등을 사업 목적에 추가한 바 있다. SBI저축은행을 자회사로 둔 일본 SBI그룹도 암호화폐 ‘리플’ 최대 외부 주주 자리를 유지하며 블록체인 시장에 적극 관심을 보이고 있다. 페퍼저축은행은 지난해 5월 블록체인 기반 금융사 출신 진 마이클 재욱 셰어러블에셋 대표를 사외이사로 선임하고 미래 금융에 힘을 싣기도 했다. 다만 향후 블록체인 산업 또는 디지털화폐, NFT 규제 이슈 등은 이들 금융그룹에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은행은 2017년 우리금융 통합 포인트 ‘위비머니’에 블록체인 기술을 입혀 국내 은행 최초로 디지털화폐 ‘위비코인’을 발행하고 상용화를 계획한 바 있다. 하지만 암호화폐 시장 불확실성 등이 커지면서 상용화는 잠정 보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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