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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치솟는데 당은 계파정치 'MB정부 그림자'…尹, 與에 경고장

尹, 두 장관 후보자 인선 "국회 원 구성 이후로"

MB정부, 물가 치솟는데도 불도저식 국정운영

총선 승리하고도 광우병 시위 등 큰 도전 직면

당시 계파정치 본격화하며 내부싸움에 골병도

연일 물가 강조하는 尹, 당에 민생 주문 메시지

법사위 되찾아야 기업투자 유치 등 입법 가능해

윤석열 대통령이 14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14일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김승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선에 대해 “국회가 정상화될 때까지, 원 구성이 될 때까지 차분히 기다리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반대가 만만찮던 대통령실 용산 이전과 미중 간의 ‘전략적 모호성’ 폐기, 코로나19 피해 지원을 위한 62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 집행 등 국정을 불도저와 같이 밀어붙이고 있었다. 취임 한 달이 지났는데도 완성하지 못한 내각을 매듭짓기 위해 두 장관 후보자에 대한 임명을 강행할 것 같았다. 그런데 돌연 국회를 바라보며 한 수를 접었다.

윤 대통령이 벌써부터 당권을 노리고 계파 정치를 띄운 친윤(親尹)계 의원들과 법제사법위원장직 반환을 거부하는 더불어민주당에 동시에 메시지를 던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경제상황, 금융위기 전 2008년 MB정부 연상
MB 불도저식 국정 몰아붙이다 촛불시위 직면


2008년 5월 24일 저녁 서울 청계광장에서 광우병 쇠고기 반대하는 국민대책회의 주최로 열린 '17차 촛불문화제'에서 참석자들이 한미 쇠고기 수입 재협상을 촉구하고 있다./연합뉴스


윤 대통령이 국회에게 공을 넘기며 두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선을 미루면서 입법권을 틀어쥔 170석의 더불어민주당과 정면충돌은 일단 피했다. 경제위기의 경보가 엄습하는 상황에서 극한의 정쟁은 피해야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두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기한은 각각 이번 주말이었다. 다음 주 임명을 강행했다면 민생고가 가중되는 와중에도 불도저식 대결정치를 펼쳤던 이명박정부(MB)의 데자뷔는 불가피했다.

MB정부는 물가가 급등하는 경제환경에서 집권했다. 취임 전인 2008년 1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이 3.9%였고 수입물가는 9년 3개월 만에 가장 높은 21.2%를 기록했었다. MB정부가 취임한 2월은 3.6%, 한 달 후 3월엔 3.8%, 4월엔 4.1%, 5월엔 4.9%로 악화일로였다. 7월엔 물가가 5.9%까지 치솟았다.

뜨거운 민생고 와중에 MB정부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국회 비준을 위해 4월 쇠고기 전면 개방 등 한미 쇠고기 2차 협상을 타결시켰고 곧바로 촛불 시위로 이어졌다. 여야의 정쟁은 활활 타올랐다. 촛불시위는 물가가 최고조로 폭등하던 7월까지 이어졌다.

‘불도저’와 같았던 이명박 전 대통령도 물러서지 않았다. 여야의 원구성 합의를 뒤집으면서까지 인사청문회도 안 한 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 장태평 농림수산식품부, 전재희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의 임명을 강행했고 대한민국 거대한 정쟁터로 변했다. 설상가상으로 당시 MB정부는 9월 미국 투자은행인 리먼브라더스 파산으로 덮친 글로벌 금융위기까지 덮쳤다.

지난 5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은 5.4%다. 금융위기 전 MB정부 초기를 방불케한다. 윤 대통령이 만약 MB정부와 마찬가지로 두 장관 후보자에 대한 임명을 강행했다면 고물가 속에 정쟁만 일삼다 거대한 도전에 직면한 MB정부의 데자뷔는 피할 수 없었다는 관측까지 나왔었다.

친윤계, 이 와중에 ‘민들레’ 만들어 세력화 시도
與 차기 당권 둔 정쟁몰입, 이준석 대표는 반발
계파정치 몰두하다 몰락한 친이명박계 연상키도




2010년 12월 29일 저녁 여의도 렉싱턴 호텔에서 열린 친이계 의원들의 모임인 '함께 내일로'의 송년회에서 참석자들이 인사말을 듣고 있다./연합뉴스


하지만 눈을 여의도로 돌리면 MB정부의 그림자는 여전하다. 이런 상황에서 여당 내에서 고질병인 계파정치가 움트고 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시절 윤 대통령의 비서실장으로 최측근 인사로 불리는 장제원 의원이 친윤계 모임인 ‘민들레’의 깃발을 들며 논란에 불을 지폈다.

눈 여겨볼 대목은 이 모습마저도 MB정부 초기와 닮아있다는 것이다. 물가가 치솟으며 민생고가 가중되던 2008년 7월 친이명박계 의원 40여명은 국회에서 친이계모임인 ‘함께 내일로’를 결성했다. 친이계모임은 친박근혜계 ‘여의포럼’을 불렀고 당 내부는 계파싸움으로 골병이 들었다. 내부분열을 야기한 보수진영의 계파정치는 박근혜정권을 내준 후에야 사라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치권에선 이번에 터져나온 계파모임의 지향점이 결국 내년 당권에 있다고 보고 있다. 내년 당권을 쥐는 쪽이 2024년 총선의 공천권을 좌우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벌써부터 반윤(反尹)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공천 개혁을 앞세워 혁신위원회를 띄운 이준석 대표가 대표적이다. 윤석열정부가 본격적으로 일을 하기도 전에 여당이 분열하는 것이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권욱 기자 2022.06.13


이 때문에 윤석열정부와 여당이 MB정부의 실기를 반복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MB정부 출범 두 달 후에 치러진 18대 총선에서 당시 한나라당(131석)과 자유선진당(14석), 친박연대(6석) 등 보수진영이 국회의 과반을 차지했다. MB정부는 집권 초 범보수진영이 국회 과반을 채우며 국정동력을 확보했는데도 정교하지 못한 한미 쇠고기협상 등으로 광우병 시위 등 거대한 민심 이반에 직면했었다.

하지만 현재 국회는 민주당이 170석으로 입법을 좌우할 수 있는 절대과반의 위치에 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115석에 불과하다. 야당이 막아서면 윤석열정부가 추진하는 첨단기술기업 투자 인센티브와 법인세 인하 등 고용과 경기를 살릴 기업활력법안은 요원하다. 윤석열정부는 물가상승 등 민생고와 함께 7월 최저임금 인상, 8월 임대차법 2년차에 따른 전월세 대란을 마주하고 있다. 정책 실기로 민심이 들끓으면 국정 추진 동력마저 잦아들 상황이다. 그런데도 여당은 정권을 잡자마자 다시 친윤계의 이름으로 다시 계파가 뭉치며 내분 조짐을 보이는 셈이다.

尹, 계파정치 싹 튼 與에 “원 구성 기다리겠다”
계파정치 말고 법사위 되찾아 민생고 해결 주문
권성동 ‘물가민생안정특위’ 설치, 원구성도 속도


윤 대통령이 이날 두 장관 후보자와의 인선과 관련해 “원 구성이 될 때까지 차분하게 기다리겠다”고 말한 것도 이를 의식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개혁입법을 위해 꼭 필요한 법제사법위원장 반환 등 원구성부터 마무리 지어야 내각 인선 역시 매듭을 지울 수 있다는 뜻이다. 여당이 원구성 협상을 통해 국정에 힘을 실어달라는 의미로도 읽힌다. 이와 함께 계파정치의 조짐을 보이는 여당을 향해 우회적으로 경고의 메시지를 띄웠다는 분석도 있다. 장 의원도 논란이 일자 민들레 모임에 불참을 이미 선언했다.



대통령실은 국정 가운데 “민생고가 최우선”이라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도 이날 물가와 관련해 “우리 정부가 할 수 있는 조치를 다 취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도 이에 맞춰 국회의원 9명과 외부 전문가 6명 등 총 15명 규모로 물가민생안정특별위원회를 정책위원회 산하에 설치하며 힘을 실었다.

윤 대통령은 이달 중으로 대통령실과 정부, 여당은 고위 당정대 회의를 열고 민생고를 챙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대통령은 거시든 미시든 경제 상황 어려운 부분에 대해서는 하나하나 챙기고 계시고, 굉장히 보고도 자세히 받고 계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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