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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가업승계 숨통 틔어줘야

임채운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

임채운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




중소기업 대표자의 상당수가 고령화되면서 가업승계가 가장 큰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중소기업의 승계 과정에서 부딪치는 일차 난관은 상속세 부담이다. 우리나라 상속세 최고세율은 50%이며, 주식의 경우 최대 60%에 달한다.

상속세 부담이 전부가 아니다. 상속세를 마련하기 위해 주식을 매각하면 양도세가 부과된다. 상속세, 주식양도세, 배당소득세 등을 합하면 80% 이상이 세금으로 나간다는 한탄이 나온다. 세금을 내는 것도 좋지만 기업의 성장을 위한 투자자금이 고갈되는 것이다.

중소기업의 상속세 부담을 경감해 주기 위해 가업상속공제 과세특례제도가 시행되고 있으나 사전·사후요건이 까다로워 실효성이 떨어진다. 비현실적으로 엄격한 요건이 중소기업의 투자능력을 제약하고 성장성을 저해한다.

사전요건은 피상속인이 최대주주로서 지분 50%(상장사 30%) 이상을 10년 이상 보유하게 되어 있다. 이 정도 지분요건은 대표자가 지분을 독점하다시피 해야 충족할 수 있어 외부 투자를 받는데 장애가 된다. 이는 투자를 통해 기업이 성장할 기회를 제약할 뿐 아니라 주식의 발행을 통해 일반 투자가로부터 자본금을 조달받기 위해 생겨난 ‘주식회사’의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

사후요건은 과세특례를 받은 시점부터 7년 동안 고용유지, 지분유지, 주업종 유지, 자산유지 등의 조건을 맞추어야 하는데 경직적으로 적용되기 때문에 경영불확실성을 높이는 리스크로 작용한다. 사후관리 요건을 위반하는 경우 상속인은 6개월 이내에 당초 공제받은 금액에 사후관리 위배에 따른 추징률을 곱한 금액을 산입해 상속세를 재계산하여 납부해야 한다. 국세청은 지난 5년간(2016~2020년) 사후 요건을 맞추지 못한 중소·중견기업으로부터 428억원을 추징했다. 1~2년 뒤를 내다 보기 어려울 정도로 급변하는 경영환경에서 7년 후를 확약한다는 것은 엄청나게 큰 리스크이다.



상속세 문제로 가업승계가 쉽지 않으니 기업들이 투자를 안 하는 분위기이다. IBK경제연구소의 분석에 따르면 창업자의 승계 시점이 다가오면 설비투자, 매출액 등 외형 성장과 영업이익, 자기자본이익률(ROE) 등 영업효율 개선에 소극적인 양태를 보이는 것으로 밝혀졌다.

우리나라 산업의 근간을 이루고 일자리의 대다수를 창출하는 중소기업들이 가업승계 문제로 투자를 소홀히 한다는 것은 국가경제 차원에서 심각한 문제이다. 이제는 조세정책이 아니라 성장정책 관점에서 중소기업 가업승계 제도를 재설계하는 것이 필요하다.

가장 시급한 개선방안은 투자활성화를 유도하는 방향으로 상속세율을 차등해 적용하고 사전·사후 요건을 완화하는 것이다. 중소기업의 자산은 부동산이나 현금성 재산이 아니다. 상속자산 전부에 일괄적으로 고율의 상속세를 부과할 것이 아니라 사업용 자산과 비사업용 자산을 분리하고 생산활동에 직접 관여되는 사업용 자산에 대해서는 낮은 세율을 적용함으로써 투자를 장려해야 한다.

사전요건인 피상속인의 최대주주 지분율 기준도 낮춰서 외부기관으로부터 투자를 받아 중소기업의 자금조달력을 강화하고 지배구조도 개선되는 효과를 노려야 한다. 설비투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할 경우에 사후요건을 완화해 주는 방안도 필요하다.

가업승계 제도 하나만 개선하면 다른 정책노력을 기울이지 않고도 중소기업의 투자를 활성화하고 성장잠재력을 키울 수 있는 방안임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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