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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기 칼럼]거세지는 임금 압력을 줄이려면

한림대 객원교수

노사 악화 부르는 임금분쟁 막으려면

각종 수당과 소득세 산정의 기초되는

기준임금 하나로 통일…단순화 필요

정부가 나서 사회적 합의 이끌어내야





팬데믹 이후 경기의 급반등을 기대했던 정부와 기업들은 치솟는 물가와 임금 상승 압박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물가와 임금이 밀고 당기며 상승작용을 일으킬 위험도 있어 정책 당국은 더욱 긴장하는 눈치다. 화물연대의 운송 거부와 안전운임 투쟁은 불안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고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의 올해 임금 인상 요구도 두 자릿수에 육박할 정도로 높은 편이다. 그렇지만 경기 동향은 업종과 기업에 따라 천차만별이어서 임금 투쟁이 전국적인 수준으로 달아오르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지금의 임금 압력은 노사 관계보다 주로 시장 요인과 사법 리스크에 기인하기 때문에 정부와 재계가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오히려 노동시장의 애로를 해결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올해 1분기 임금과 물가 상승률이 모두의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특히 300인 이상 대기업의 임금 상승률이 두 자릿수까지 치솟자 정책 당국으로서는 이것이 올해 임금 교섭과 최저임금 결정에 영향을 끼치고 물가를 더욱 자극하는 악순환을 차단하는 데 급하게 됐다. 그렇다고 마땅한 정책 수단이 있는 것도 아니다. 노동계의 협조를 얻기도 어렵고 그들의 협조가 별로 도움이 될 상황도 아니다. 지금 임금을 끌어올리는 동력은 오히려 노조에 가입하지도 않은 MZ세대 첨단 기술 인력들의 조용한 항의와 단호한 행동에서 나온다. 지금의 임금 상승은 지난해 실적에 따른 큰 폭의 성과 배분에 기인하지만 이것이 경영진의 자발적인 결정이 아니라 MZ세대 직원들의 공정한 성과 배분 요구 때문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들은 노동조합을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다. 지난해 SK하이닉스에서 최태원 회장이 자신의 성과급을 포기하고 성과급 산식을 전면 개편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한 직원의 공개 e메일 때문이었다. 이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정보를 공유하고 자유롭게 직장을 옮겨 다니며 몸값을 높이고 커리어를 쌓아간다. 2020년 이후 판교의 빅테크 기업에서 시작된 임금 인상 러시는 증권과 보험, 반도체·자동차와 같은 전통 대기업으로까지 확산하고 있다. 이들은 기존의 생산직 노조와도 대립한다. 이들의 협상력은 단결이 아니라 만성적인 고급 기술 인력의 부족에서 나온다. 첨단산업에서 벌어지는 인재전쟁·임금전쟁은 세계적인 현상이라서 필요 인력을 하루빨리 공급하는 것 외에는 달리 방법도 없다.



지난주 국무회의에서 “교육부뿐만이 아니고 전 부처가 인재 양성을 위해 특단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는 윤석열 대통령의 지시는 교육 개혁을 겨냥한 것이지만 지금의 임금 폭등에 대한 근본 대책이기도 하다. 다만 대학 정원 조정만으로 발등의 불을 끌 수는 없을 것이다. 빠른 인력 공급을 위해서는 삼성과 KT 등 기업에서 운영하는 6~12개월짜리 훈련 아카데미 모델을 다각적으로 확산하는 방안과 학사 관리가 유연한 고용노동부의 한국폴리텍대를 적극 활용하는 방안도 강구하면 좋을 것이다.

또 하나의 문제가 임금 관련 사법 리스크의 증가다. 최근 일정 요건을 갖추지 못한 임금피크제는 고령자 차별이라는 대법원의 판결로 많은 기업들이 혼란에 빠졌다. 유사한 법적 분쟁이 급증할 수 있고 소송이 아니더라도 노조의 임금피크제 폐지 요구가 늘어날 것이다. 2013년 고정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판정한 대법 판결 이후 자동차와 조선 등 많은 기업들이 소송에 시달려 왔다. 현재 진행 중인 성과급의 평균임금 산입에 관한 소송은 또 다른 뇌관이다. 그 결과에 따라 퇴직금 반환 소송이 봇물을 이룰 수 있다. 이 밖에도 최저임금의 산입 범위나 무기계약직의 임금 차별 문제, 포괄임금제의 적법성 등은 언제든 법적 분쟁의 불쏘시개로 변할 수 있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 임금을 둘러싼 법적 분쟁이 이렇게 호황을 누릴까 의문이다. 통상임금 사례에서 보듯 최근의 임금 분쟁은 때로는 천문학적인 수준의 우발채무를 발생시키기도 하고 10여 년의 법정 공방과 노사 관계 악화를 수반한다. 노사 누구도 원치 않는 법적 분쟁을 원천 차단하려면 임금에 관한 법률적 정의를 단순화하고 각종 수당과 사회보험료, 소득세 산정의 기초가 되는 기준임금을 하나로 통일할 필요가 있다. 물론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겠지만 먼저 정부가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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