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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꽂이] 라일락 그림 하나도…샤갈·고갱·고흐가 다 달랐다

■꽃 피는 미술관

정하윤 지음, 이봄 펴냄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의 기증 예술품으로 기획된 국립중앙박물관의 특별전 ‘어느 수집가의 초대’에서 가장 인기있는 작품 중 하나는 인상주의 화가 클로드 모네의 ‘수련이 있는 연못’이다. 프랑스 지베르니에 집을 마련해 ‘물의 정원’을 조성한 이유가 수련 연작을 그리기 위해서였다고 할 정도로 모네는 다양한 ‘수련’을 남겼다. 꼬박 1년간 물의 반짝임을 관찰한 후에야 시시각각 변하는 빛 속, 물 위의 수련을 그리기 시작했고 약 250점의 수련 작품을 남겼다.

꽃은 화가를 자극하고, 꽃 그림은 누구나 좋아하는 소재다. 미술사학자로서 정원 미술관 조성 프로젝트의 연구자로 1년 이상 참여했던 저자가 매일 관찰한 꽃 그림과 그 사연을 365점으로 엮어 ‘꽃 피는 미술관’을 출간했다. 그 첫 책에 봄·여름 편을 담았고 향후 출간될 책에 가을·겨울의 꽃들이 수록될 예정이다.



장프랑수아 밀레의 수선화는 가난하고 이름없는 이들을 주인공으로 삼았던 특유의 화풍처럼 낮은 자리에 작게 핀 꽃을 당당한 주인공으로 삼았다. 프랑스 화가 마리 뒤엠이 화병에 꽂아 그린 수선화는 우아하고 정교하며, 자유로운 붓질의 네덜란드 화가 플로리스 헨드릭 베르스터의 수선화는 거칠고 강렬하다. 데이비드 호크니가 코로나19로 영국이 락다운 됐을 때 한적한 시골에 머물며 아이패드로 그린 그림 또한 수선화다. 새벽공기가 서늘한 이른 봄날 살짝 고개 숙인 수선화 그림에 호크니는 ‘그들이 봄을 취소시킬 수 없다는 것을 반드시 기억하라’는 제목을 붙였다.

한국화가 도상봉은 조선백자 달항아리에 라일락을 담아 그리곤 했는데, 정말 다양한 화가들이 라일락을 다뤘다. 마르크 샤갈은 아내 벨라와 함께 한 가장 행복한 순간을 라일락 꽃다발 위에 나란히 누운 모습으로 그렸고 ‘라일락 사이의 연인’이라 칭했다. 야수파의 대가 앙리 마티스가 그답지 않은 어두운 색채로 그린 ‘라일락’의 이면에는 1914년 제1차 세계대전의 전운이 깔려있다. 폴 고갱은 금융인으로 살다 화가로 전향하려던 때, 초기 시절의 마지막 무렵 작품으로 라일락을 그렸고 이후 극명한 변화를 보여주고, 모네는 ‘태양 아래의 라일락’을 기점으로 맑은 날과 흐린 날의 빛 변화를 관찰하기 위해 하루 두 번 같은 소재로 그리는 일을 시작했다. 빈센트 반고흐는 평온의 순간을 기약하며 ‘라일락 덤불’을, 정신질환이 있던 미하일 브루벨은 다소 음산하게 라일락을 그렸다. 작가의 화풍별로 다양한 꽃을 감상하느라 눈이 즐거운 책이다. 2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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