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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임상 실패’도 인정하는 자세 가져야

왕해나 바이오부 기자





“임상에 실패했다고 발표하면 기업 이미지가 회복되지 못할 만큼 망가져 버립니다.”

주요 파이프라인이 임상 시험에서 목표한 결과를 얻지 못하면서 주가 폭락 사태를 맞은 한 바이오 기업 관계자의 전언이다. 그는 “누가 용기 있게 임상 실패를 발표할 수 있겠는가”라면서 고개를 숙였다. 코로나19 백신·치료제 개발에 뛰어들었던 수많은 기업도 마찬가지다. 코로나19가 엔데믹(풍토병화)으로 가면서 임상이 어려워진 기업들이 하나둘 개발 중단을 선언했다. 하지만 일부 기업들은 여전히 실패를 실패라고 말하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국내에서는 10개 기업이 백신 임상을, 19개 기업이 치료제 임상을 진행했다. 이 중 상업화까지 다다른 곳은 SK바이오사이언스(302440)셀트리온(068270)뿐이다. 코로나19 유행이 사그라지며 사실상 환자 모집이 어려워졌음에도 공식적으로 백신·치료제 개발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한 곳은 총 6개 기업에 불과하다.



일부 기업들은 임상 허가를 받았지만 더 이상 개발을 진행하지 않고 있다. 임상에서 1차 평가지표를 충족하지 못했음에도 무리하게 다음 임상을 승인받거나 유효성을 입증하지 못한 후보 물질로 새로운 변이를 타깃으로 한 약을 만들겠다고 발표하는 사례도 있다. 그들은 사실상 약 개발에 실패했음을 알고 있다. 다만 기업 이미지와 신뢰도 타격이 두려워 공식화하지 못하는 것이다.

어쩌면 신약 개발은 성공보다 실패가 당연한 수순인지도 모른다. 제약사가 새로운 약을 개발하는 데는 평균 15억 달러(1조 9000억 원)가 들고 14년이 걸린다. 연간 매출액이 1조 원도 되지 않는 바이오 벤처가 뛰어들기에는 험난한 여정이다.

문제는 제약·바이오 업계에 감염병 공포에 기대 실체보다 부풀려진 비전을 제시하며 실패를 인정하지 않는 무책임한 분위기가 팽배하다는 점이다. 최근 제약·바이오 시장에 대한 투자 심리 위축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투자자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정보의 비대칭성을 이용해 시장을 현혹시키는 일을 그만둬야 한다. 실패를 인정하고 다음 개발에 도전하는 용기가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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