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로터리]공정성과 국가 경쟁력

◆권성우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한국협상학회 회장)





한 나라, 한 조직에서 모두를 만족시키는 정책과 의사결정은 정말 힘든 일이다. 한 가지 공정성 기준으로 복잡다단한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일반적으로 많이 사용되는 공정성 기준으로는 모두가 똑같은 보상을 받는 균등성(equality), 개인이 기여한 정도에 맞게 보상을 받는 형평성(equity), 기여도가 아니라 본인이 처한 상황에 따라 보상의 양을 결정하는 필요성(need) 세 가지가 있다. 상황에 맞게 사용해야 하지만 쉽지 않다.

정부는 그동안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해 많은 공기업들을 지방으로 이전시켰다. 균등성이 적용된 사례다. 지방균형 발전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같은 업종의 공기업도 각지로 뿔뿔이 흩어서 배정했다. 비슷한 업종은 클러스터를 형성해야 시너지 효과가 생길 수 있는데 얼마나 고려됐는지 모르겠다. 균등성과 국가 경쟁력, 어느 기준을 더 우선해야 할까.

이해 당사자들은 자신의 이익을 최대화하기 위해 편향되게 공정성을 인식한다. 대학 정책을 예로 들어 보자. 학령인구가 줄어들어 한국의 대학교가 위기에 처해 있다. 교육부는 대학이 정원을 감축하면 보조금을 주는 정책을 폈다. 대학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필자는 모든 대학의 정원을 줄이면 모든 대학이 규모의 경제를 이루지 못해 한국 대학 전체가 부실화하지 않을까 우려한다. 반면에 모든 대학이 이름도 동일하게 통일해 쓰고, 교육부는 전국의 대학을 똑같이 균등하게 지원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최근 날씨가 더워지면서 악화되는 4대강의 녹조 문제와 보 개방·해체 이슈도 어려운 정책 결정 사안 중 하나다. 환경단체에 따르면 낙동강 상류에서도 4급수 지표종인 실지렁이와 깔따구가 나왔다고 한다. 최근 연구에 의하면 낙동강 물로 키운 쌀과 채소에서 녹조의 독성물질이 검출됐다. 간독성과 생식독성을 가지고 있는 맹독성 발암물질이라고 한다. 그럼에도 환경부는 손을 놓고 있다. 환경부가 지역사회의 논의를 거쳐 결정해야 하는데 낙동강 주변 농민들의 찬성 여론이 높아 보 해체나 개방이 어렵다고 한다.

한국 정부의 정책 판단 기준은 선거에서 패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최우선 순위인 것 같다. 농민들의 표를 얻기 위해 녹조의 독성에 오염된 물로 농사를 짓도록 계속 허용해야 할까. 녹조의 독성이 포함된 농작물을 모르고 먹어야 하는 국민의 목소리는 제대로 반영되고 있는 것일까. 낙동강 물을 식수로 먹어야 하는 도시 주민의 건강은 과연 고려되고 있는 것일까.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정부의 정책 역량과 문제 해결 의지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정부 당국자는 이해 관계자들을 보다 적극적으로 설득해 공동체가 나아가야 할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물론 이때 모든 이해 당사자의 피해가 최소화되도록 국가가 보상 및 대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