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본격적인 장마를 맞아 피해가 속출했다. 최근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에서 7차 핵실험을 논의했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기상 문제로 이달 핵실험을 강행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26일 북한 중앙TV 등에 따르면 전날 평양은 강풍을 동반한 폭우로 인해 가로수가 뽑히는 등 상당한 피해가 발생했다. 북한 기상수문국은 이와 관련해 “전날 평양시 중구역에는 시간당 58㎜, 대동강구역에는 67㎜의 강한 폭우가 내렸다”고 설명했다. 북한은 1시간에 30㎜ 혹은 3시간에 50㎜ 이상의 비가 내리면 폭우로 규정한다. 또 서해안 일대에는 강한 바람이 불었는데 남포시에는 초속 20m 이상의 바람이 관측되기도 했다. 북한 당국은 이와 관련해 “27일부터 북한 전역이 장마전선의 영향에 들면서 더 큰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며 “올해 장마철이 2012년 큰 피해를 준 태풍 ‘볼라벤’ 때와 유사하다”고 대비를 당부했다. 북한은 2012년 8월 제15호 태풍 볼라벤으로 인해 농경지와 가구가 다수 침수되고 수십 명이 숨지는 등 막대한 인명·재산 피해를 본 바 있다.
북한이 본격적인 장마철에 접어들면서 이달 핵실험 추진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이달 21~23일 당 중앙군사위 확대회의에서 중대 문제를 심의·의결했다고 밝혔는데 핵실험 추진 안건을 논의했을 가능성이 크다. 23일 당 중앙군사위 회의에선 박정천, 리병철, 리영길 등 총 10명의 인사만 참석했는데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전방부대 군단 지휘부를 측근으로 꾸려 전술핵무기 운용 권한을 논의했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북한의 최근 기상 상황이 좋지 않은 만큼 핵실험은 장마가 끝난 후로 미룰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핵실험은 특성상 지반 약화 등을 동반하는 만큼 기상이 불안정할 때 실시하기 어렵다. 북한이 지금까지 진행한 여섯 차례의 핵실험은 모두 기상이 양호한 날에 이뤄졌다. 외교부 고위 관계자는 “북한의 과거 핵실험 전례 등을 비춰보면 장마철에 7차 핵실험을 추진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한편 북한은 6·25 전쟁 발발일을 맞아 23일부터 사흘째 반미(反美) 군중집회를 진행하고 있다. 북한 근로자와 대학생 등은 전날 평양 조국해방전쟁승리기념관 교양마당에 모여 미국을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하며 투쟁 의지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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