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정선군의 복합 리조트 강원랜드·하이원리조트가 대대적인 변신을 서두르고 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내국인 출입이 가능한 카지노(오픈 카지노)인 강원랜드 카지노의 운영 비중이 상대적으로 줄어드는 대신 트레킹·식음료·골프장·워터파크·스키장 등 하이원리조트의 사계절 레저 콘텐츠가 강화되는 것이다. 확대되는 교통망을 따라 하이원리조트 호텔·콘도에 머무르면서 강원도 각지를 여행할 수도 있다.
강원랜드 카지노는 정부가 폐광 대책으로 만든 것이다. 한때는 수입이 좋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효용 가치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상황이다. 이삼걸 강원랜드 대표는 “하이원은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휴양 리조트”라며 “동해 바닷가를 포함한 강원도 레저의 허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리조트 부문 강화=지금까지 하이원리조트의 대표 콘텐츠는 스키장이었지만 최근 이런 이미지가 바뀌고 있다. 겨울 스키 시즌보다 더 긴 봄에서 가을까지 ‘꽃동네’로 활용된다는 점에서다.
스키장이 재활용되는 전체 슬로프 면적 85만 ㎡, 길이 18㎞에 110여 종의 야생화가 피고 진다. 대표적인 꽃은 초여름에 피는 샤스타데이지다. 꽃이 필 때는 이를 배경 삼아 ‘인생샷’을 찍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하이원리조트를 대표하는 공식 이미지이기도 하다. 가장 멋있는 3.5㎞ 구간에서는 카트투어를 제공한다. 걸어도 예쁘지만 가족이 있다면 카트를 이용하는 것이 편리하다.
하이원리조트 구역에서 가장 높은 하이원탑(해발 1340m)으로 올라가려면 리프트를 타면 된다. 내려올 때는 알파인코스터를 즐길 수도 있다. 하이원탑 정상에는 너른 공터와 아기자기한 장식물들이 있다. 가운데 전망 카페가 있는데 리조트를 품은 백운산 자락이 한눈에 보인다.
하이원탑에서 능선을 넘으면 하늘길 트레킹 코스가 나온다. 과거 인근에서 채굴된 석탄을 운반하던 운탄고도를 연결한 하늘길은 둘레길·무릉도원길·고원숲길로 나뉜다. 사스래나무·신갈나무 등으로 빽빽한 산책길을 걷다 보면 자연스럽게 힐링이 된다.
길의 끝에는 ‘도롱이연못’이 있다. 도롱이연못은 1970년대 일대의 탄광 개발로 생겨났다. 지하에 탄광 갱도를 만들면서 약해진 지반이 내려앉고 위 지표면에 물이 고였다. 현재 탄광은 없어졌지만 연못은 그대로다. 도롱뇽이 산다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당연히 먹거리가 없어서는 안 된다. 최근 하이원리조트가 적극적으로 추천하는 식음료장은 ‘운암정’이다. 리조트 내 대부분의 식당과 달리 메인 호텔 건물 밖에서 독자 건물로 운영된다. 지난해 12월부터 한옥 베이커리 카페로 운영하고 있는데 최근 전통주 주점을 추가로 열었다.
운암정의 전통주 주점에서는 전국 각지의 전통 술을 한데 모았다. 막걸리를 포함해 증류주·과실주·혼성주 등 37가지를 주문할 수 있다. 여러 가지 술을 조금씩 맛보고 싶다면 작품 세트 5점을 주문하면 된다. 전통주가 각각의 잔에 한 잔씩 나온다. 운암정은 원래 2007년 드라마 ‘식객’ 세트장으로 만들어졌다가 드라마 촬영 이후에는 식당으로 운영돼왔다.
강원랜드 바로 아래 있는 사북탄광문화관광촌은 새로운 관광자원이다. 동양 최대의 민영 탄광이었던 동원탄좌가 폐광된 후 일부를 개보수해 관광시설로 활용했는데 현재 새로운 전시 시설로 리모델링되고 있다. 내부 시설을 대폭 확장한 뒤 내년쯤 탄광문화박물관으로 다시 태어나게 된다.
바로 옆에는 과거 실제로 운영됐던 탄광이 있다. 탄광 갱도 안으로 객차를 타고 들어가는 탄광 투어도 흥미를 끈다.
하이원리조트의 대형 호텔·콘도는 숙박 시설로도 중요한 인프라다. 강원도 내륙의 최대 시설이기 때문이다. 하이원호텔에서 머물면서 동해안이나 대관령 등 인근 지역 관광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줄어드는 카지노 매출=하이원리조트의 인기에 반비례해 모기업인 강원랜드의 흥행은 주춤하다. 2000년 개장 이후 줄곧 급증하던 강원랜드 카지노 매출은 2016년 1조 6276억 원(입장객 316만 명)으로 정점을 찍은 후 2019년 1조 4815억 원(입장객 289만 명)으로 소폭 하락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의 직격탄을 맞은 2020년은 매출 4435억 원(입장객 59만 명)으로 고점의 4분의 1 수준까지 급락했다. 직원도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2021년 매출은 7750억 원(입장객 84만 명)으로 다소 회복됐다. 올 들어 거리 두기 해제에 따라 5월부터 카지노가 정상에 가까운 상태로 영업 중이지만 카지노 이용객은 생각만큼 늘지 않았다고 한다. 1분기 매출은 2269억 원으로 집계됐다.
최근 온라인 카지노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오프라인 카지노는 상대적으로 멀리하게 된 것이다. 하이원리조트로서는 대체 수입원 발굴이 절실한 상황이다.
/글·사진(정선)=최수문 기자 chs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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