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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꽂이] 서구인 시선으로 본 조선 그 너머의 이야기

■1만1천권의 조선

김인숙 지음, 은행나무 펴냄





‘솔랑가’ ‘칼렘플루이’ ‘코레’…. 신라에서 고려를 지나 조선에 이르기까지 서구인들이 우리나라를 불렀던 다양한 이름이다. 그들에게 동쪽 끝 우리나라는 알려진 게 제대로 없는 미지의 나라였다. 17세기 유럽에서 출간된 책 ‘타르타르의 전쟁’의 저자 마르티노 마르티니는 “자유연애를 하고 부모의 허락 없이 결혼할 수 있는 나라”라고 조선에 대해 기술했다. 중국과 조선의 다른점을 쓰려던 것에 다소 왜곡이 있었고, 훗날 유럽 사람들이 조선에 대한 판타지를 강화하는 데 한몫했다. 페르낭 멘드스 핀투가 쓴 ‘핀투 여행기’에서는 “금과 은이 풍부한 나라”라는 표현이 조선에 대한 막연한 환상을 더했다.

소설가 김인숙이 한국에 대해 기술한 서양 고서를 뒤졌다. 조선 혹은 코리아 등 우리나라와 관련돼 단 ‘한 글자’라도 들어있는 명지-LG한국학자료관의 장서와 자료 1만1000종을 대상으로 했다. 새 책 ‘1만1천 권의 조선’은 저자가 3년간 이곳을 드나들며 고른 책 46권에 대해 쓴 산문이다.



이들 고서는 17~19세기 한국학 연구에 있어 중요한 사료들로 손꼽히지만 정작 대중에게는 낯설고, 결정적으로 허점과 오류가 상당하다. “모세의 후손으로 이스라엘의 사라진 열 지파 중 하나”라는 표현으로 조선을 묘사한 것은 니콜라스 맥레오드가 쓴 ‘조선과 사라진 열 지파’의 한 대목이다. 볼테르가 ‘중국 고아’ 중에 언급한 조선은 “칭기즈 칸이 침공한 베이징의 황손을 보호해준 나라”고 묘사됐다. 길리엄 데 루브룩의 ‘몽골제국 기행’에서는 조선을 “들어가기만 하면 몇 살이 되었든 나이를 먹지 않는 나라”라는 허무맹랑한 내용으로 소개됐다.

저자는 이 왜곡되고 빗겨나간 정보들을 있는 그대로 들려준다. 19세기 개항기 조선을 짚으며 “겁 많고 게으르며 비능률적인 민족”(잭 런던 ‘신이 웃을 때’)이라거나 “달콤하고 정겹지만 결코 서구인을 넘어서지는 못할 착한 미개인”(조지 뒤르크 '가련하고 정다운 나라 조선)이라는 식으로 서구중심주의의 시선에서 쓴 구절들이 그렇다. 다만 당시 서구인들의 시선에 비친 우리의 모습, 그 책이 탄생한 시대와 그 주변부의 이야기에 대한 저자의 섬세하고 명민한 시선과 작가적 상상력이 그 불편함을 상쇄시켜 준다.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습기를 머금고 얼룩이 생긴 책의 외형에도 저자는 관심을 기울인다. 고급스럽고 기품있는 장정, 선물하며 남긴 편지와 사진·명함 등도 저자는 아름다운 역사로 받아들였다. 책의 마지막은 1909년 덕수궁 함녕전에서 고종의 운에 맞춰 이완용과 이토 히로부미 등이 지은 시를 두루마리로 만든 ‘함녕전 시첩’이다. “기록의 끝에 이르러 ‘우리는 우리 눈으로 우리를’ 한 번은 들여다봐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2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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