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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의 논리에 중립지대 사라져…글로벌 안보블록화 빨라질 듯 [복합냉전 예고한 나토]

'힘을 통한 평화' 중요성 커지며

美, 아세안·태평양 섬까지 껴안아

'기술동맹' 밖 머물면 낙오 불가피

나토, 집단적 억지력 강화 위해

GDP 2% 국방예산에 배정 합의

글로벌 안보 블록화도 빨라질듯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9일(현지 시간) 스페인 마드리드 이페마 컨벤션센터에서 앤서니 앨버니지(왼쪽부터) 호주 총리,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와 함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이후 강대국 간의 블록화 현상은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서 보듯 국가 간 약속보다는 힘을 통한 평화 구축이 더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자유민주 진영과 권위주의 진영은 이념과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와 강한 연대를 모색하며 세를 불릴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안보와 경제를 연대하는 방식으로 배타적 블록을 형성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1955년 반둥회의 당시와 같은 비동맹 중립 선언은 통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복합 냉전의 시대’에 ‘중립지대’로 남기가 더욱 힘들어졌으며 각국이 특정 블록을 선택해야 하는 제로섬 게임이 시작된 것이다.



◇경제와 안보가 하나로=나토 정상은 향후 안보와 관련한 전략개념에 “중국의 악의적인 사이버 작전과 허위 정보는 동맹국을 겨냥하며 안보를 해친다”고 평가하고 “중국은 우주·사이버·해양 부문을 포함해 규칙에 기반한 국제 질서를 전복시키려고 한다”고 명시했다. 나토는 그간 유럽 대서양 안보에 치중해 왔는데 중국을 처음으로 안보의 위협 세력으로 언급한 것이다. 독일과 프랑스·스페인 등은 중국과 경제적 우호 협력 관계도 유지하고 있는데 이 같은 견제에 참여한 것은 미국 주도의 새 경제 질서 재편에 동참하겠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나토가 중국의 위협과 관련해 ‘시스테믹 챌린지(구조적 도전)’라는 표현을 썼는데 중국의 일대일로 등 경제 영향력 확대에 대한 우려를 표명한 것”이라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중국 견제를 위해 다양한 동맹국을 블록화하며 경제안보 동맹으로 유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각수 전 주일대사 역시 “중국과 유럽의 관계가 변화하고 있다”며 “유럽이 과거에는 중국과 경제 관계로 인해 경쟁자라거나 도전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이제 미국 주도의 인도태평양 질서에 동참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의 강력한 블록화 추진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으로 지속 확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은 최근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를 통해 아세안 국가들의 경제 동맹 참여를 이끌었고, 최근에는 피지·파푸아뉴기니 등 태평양 도서의 섬나라에까지 팔을 내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 주도의 경제·기술동맹 울타리 밖에 머무를 경우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된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1990년대 이후 중국의 경제 대국 부상과 급격히 진행한 세계화에 대한 반작용의 모습으로 블록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중국의 세계 무대 등장이 효율성으로 작용했지만, 이제는 미국 등 서방국가의 입장에서는 안정성에 대한 위협으로 바뀌었다. 미국은 이에 신기술·공급망을 동맹국 체제 위주로 재편하겠다는 것이고 여기에 포함되지 않으면 기술 경쟁에서 낙오될 위험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무기력한 유엔 안보리=나토 정상회의 이후 또 하나의 변화 흐름은 강대국의 군비 증강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북핵 위기 등 국제 질서에 위협을 가하는 사건들이 벌어지고 있지만 현재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무기력함만 드러내고 있다. 조현 주유엔 한국대사는 지난달 “안보리는 유감스럽게도 2006년 이후 처음으로 북한의 심각한 도발에 대응하는 데 실패했다”며 쓴소리를 내기도 했다.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의 이해관계가 걸린 사안에 대해서는 평화 유지 등 근본적인 설립 취지까지 훼손될 정도로 무기력한 모습이 나타나는 것이다.

나토 주요 정상은 이에 전쟁 억지를 위해 자국의 무력 증강을 대폭 확대하고 나섰다. 나토 동맹국은 국내총생산(GDP)의 2%를 국방 예산으로 배정하기로 합의했는데 현재 이 기준을 넘어선 국가는 미국·영국 등 9개국뿐이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30개 회원국 중 19개국은 2024년까지 달성할 것으로 본다”며 “집단적 억지력 강화를 위해 올해 8년 연속으로 유럽 동맹국과 캐나다의 방위비 지출이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기적으로는 이 같은 유엔의 빈자리를 메울 안보 블록화도 확산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주요 안보 협의체는 미국·영국·호주 등 3개국이 참여한 ‘오커스(AUKUS)’, 미국·일본·인도·호주가 가입한 ‘쿼드(QUAD)’, 미국·영국·호주·캐나다·뉴질랜드가 포함된 ‘파이브 아이즈(Five Eyes)’ 등이 있다. 한국은 이 가운데 쿼드의 워킹그룹 일부에서 쿼드 4개국과 협의하는 수준으로 협력하고 있다. 박 교수는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경제 부문은 IPEF를 중심으로 하고, 안보는 오커스의 확장을 통해 원하는 바를 추구할 것”이라며 “오커스에 한국과 일본의 참여를 이끌어 중국 포위망을 강화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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