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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코로나 재확산 대비 경제대책 필요하다


맹준호 바이오부 차장





최근 모임에서 만난 한 국책은행장은 세계경제 상황에 대해 상당히 강한 위기의식을 나타냈다. 냅킨 위에 포크와 나이프로 총수요·총공급 곡선을 표시해가며 글로벌 경제가 현재 걸린 덫에서 쉽게 빠져나오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그의 얘기는 이렇다. 코로나19에 우크라이나 전쟁이 겹쳐 생산 원가가 상승했고 이에 총공급이 줄면서 글로벌 물가 상승이 일어났다. 각국 중앙은행은 물가를 잡고자 기준금리를 올리는데 그러면 총수요가 감소해 경기가 급속히 후퇴하면서도 물가는 뜻대로 잡히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었다. 스태그플레이션을 뛰어넘는 난국을 각오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이 같은 상황은 이미 어느 정도 예견된 것이었다. 앤드루 베일리 영국 중앙은행(BOE) 총재는 지난해 11월 “인플레이션 원인의 대부분이 공급 측면에 있어 통화정책으로는 직접 해결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인플레이션에 대응해 금리를 올릴 테지만 그걸로 물가가 잡힐 거라고 기대하지는 말라는 메시지다. 물가 안정과 최대 고용을 목표로 하는 중앙은행의 수장이 할 말인가 싶지만 현실은 현실이다.

이후 세계경제는 그의 말대로 흘러왔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지난달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올린 데 이어 이달에도 0.5%포인트나 0.75%포인트를 올릴 테지만 그걸로 주유소의 기름 값과 마트의 식품 값이 떨어질 것으로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결국 급격한 경기 후퇴와 수요 둔화, 해고와 실직의 시련을 거친 뒤에야 새로운 균형점이 찾아질 것이다. 과거 미국의 금리 인상 이후 나타났던 동아시아 외환위기(1997년), 미국 닷컴 버블 붕괴(2000년), 미국발 금융위기(2007년)와 같은 대형 글로벌 경제 위기가 재연되지 않으리라고 장담할 수도 없다.



여기에 추가적인 악재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 코로나19 재확산 가능성이다. 미국은 6일(현지 시간) 기준 신규 확진자가 24만 명을 넘었고 영국 14만 명대, 프랑스 15만 명대, 이탈리아는 11만 명대를 기록하는 미국과 유럽의 코로나19 상황이 심상치 않다.

한국도 이들 국가의 패턴을 따라갈 가능성이 크다. 8일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1만 9323명으로 4일 연속 2만 명에 육박했다. 더 무서운 것은 올가을과 겨울 코로나19와 인플루엔자가 동시에 유행하는 ‘트윈데믹’ 상황이 올 수 있다는 예상까지 나온다는 점이다.

만일 코로나19 재확산의 파도가 세계를 덮치면 공급망은 더 망가지고 국내 물가는 더 오를 것이다. 주요국이 봉쇄라도 한다면 수출까지 줄어든다. 고금리와 불경기에 쓰러지는 기업이 속출할 수 있다.

가계 부문에서는 금리가 오르고 소득이 줄면 정해진 스케줄대로 이자와 원금을 갚지 못하는 집이 늘어날 수 있다. 이 경우 금융 시스템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올 상반기 기준 한국의 가계부채는 1860조 원으로 이미 위험 수위다. 가계부채가 한국 경제의 시한폭탄으로 불린 지는 이미 오래다.

경제정책 당국은 코로나19 재확산을 가정한 비상 시나리오를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 성급한 재정 투입과 통화 완화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벌어진 경제난의 근본 해법이 아니라는 것이 각국의 사례로 이미 입증됐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새로운 처방을 상황별로 준비해 놓아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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