삭발과 단식 투쟁을 이어오던 일선 경찰들이 15일 행정안전부가 경찰국 신설 방안을 발표하자 1991년 경찰법 제정 이후 이어져 온 경찰의 독립은 끝났다며 강력 반발했다. 하지만 경찰 자체적으로 행안부를 저지할 마땅한 수단이 없는 데다 새로 교체된 지휘부마저 수용 입장을 밝힌 만큼 “더 이상 할 게 없다”는 무기력함이 확산되는 모양새다.
15일 경찰 내부망에 따르면 일부 경찰들은 경찰청장이 행안부에 신설될 경찰국장의 눈치마저 볼 것이라며 분개하고 있다. 결국 행안부 장관-경찰국장-경찰청장으로 이어지는 지휘 체계가 수립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물론 경찰국장은 치안감으로 치안총감인 경찰청장보다 직급은 아래다. 하지만 경찰국장의 입과 눈을 통해 행안부를 살필 수밖에 없는 경찰청장으로서는 인사과 등 주요 실무진을 거느린 경찰국장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한 경찰관은 “결국 경찰청장은 조직에서 넘버 스리가 되고 말았다”며 “경찰 조직은 어느 하나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없어졌다”고 한탄했다. 경찰 내부망에서는 행안부의 경찰국 신설 방안 공지문에 대해 댓글을 썼다 삭제하는 방식으로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이와 달리 “결국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자조적인 무기력함도 경찰 내부에서 번지고 있다. 한 경찰관은 “화가 나고 분하지만 결국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행안부가 ‘당근책’으로 제시한 보수 인상, 순경 출신 승진 비율 상향 등이 제대로 실현되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날 경찰 지휘부는 행안부 발표 직후 수용 입장을 내놓았다. 경찰청은 보도 자료에서 “현장 동료들의 바람과 기대에 충분히 부응하지 못해 아쉬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향후 실행 단계에서 국민과 경찰 동료들이 염려하는 부분이 발생하지 않도록 세심히 살펴나가겠다”고 밝혔다. 경찰국에 반발해온 국가경찰위원회도 이날 ”향후 법률에서 부여한 권한 범위 내 사무만을 수행하여 이러한 우려를 해소할 수 있어야 할 것"이라며 사실상 수용 입장을 밝혔다.
경찰국 논란은 정치권의 이슈로 넘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더불어민주당 ‘윤석열 정권 경찰장악저지대책단’은 “시행령을 통한 경찰국 강행에 맞서 국가경찰위원회를 명실상부한 독립적인 행정기관으로 격상하는 등 법 개정 방안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최우선 과제로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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