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라벨 스캔 기능을 테스트하러 와인 매장에 정말 많이 다녔어요. LG전자 제품 개발 테스트를 하러 왔다고 말할 수 없다 보니 경쟁 유통사에서 가격 조사를 나온 줄 알아 여러 번 제재를 받기도 했습니다.”
LG전자가 올해 출시한 ‘LG 디오스 오브제컬렉션 와인셀러’의 앱 개발을 주도한 신여진 H&A서비스기획팀 책임은 15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다사다난했던 개발 과정에 대해 얘기했다. LG 디오스 오브제컬렉션 와인셀러는 LG 씽큐 앱에 포함된 ‘와인 큐레이터’ 기능이 입소문을 타면서 괄목할 만한 판매액을 기록하고 있다. 인터뷰에는 신 책임을 비롯해 김장엽 H&A한국상품기획파트 선임, 제품 마케팅을 이끄는 장성길 냉장고마케팅팀 선임도 참여했다.
신 책임은 “술을 잘 마시지 못하는 ‘알쓰’라 공부와 실습 위주로 노력했다”고 했다. 그는 “마지막 테스트 때는 인근 마트에 며칠 동안 계속 갔는데 마지막 날에 점장이 나와 ‘폐쇄회로(CC)TV로 계속 보고 있었다. 뭐 하는 사람이냐’고 묻더라”며 “어쩔 수 없이 사정을 설명했는데 오히려 반가워하면서 ‘출시되면 꼭 좀 알려달라’며 마음껏 테스트하도록 해줬다”고 에피소드를 소개했다.
이번 LG 와인셀러의 핵심 무기인 ‘와인 큐레이터’ 기능을 사용하면 와인 라벨을 촬영하는 것만으로 상품명과 원산지·풍미 등 기본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어떤 와인이 어느 위치에 보관돼 있는지, 어느 음식과 어울리는지 등 다양한 정보도 제공해 와인을 더욱 알차게 즐길 수 있도록 해준다.
신 책임은 “단순히 와인 정보만 주는 앱들은 시장에 많아 제조사만이 줄 수 있는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며 “수천만 개의 와인 정보를 가진 유명 서비스 ‘와인서처’와 제휴해 와인 데이터의 범위가 경쟁사 대비 넓고 기능적으로도 라벨 인식이 훨씬 더 잘된다”고 소개했다.
김 선임은 “요즘 MZ세대에게는 감성적인 부분이 중요하다”며 “일기장처럼 와인을 마시고 느낀 감상을 저장하고 평가도 내릴 수 있어 반응이 좋다”고 했다. 그는 “언제, 어떤 와인을 먹었는지 기록을 남겨 나중에 인상 깊었던 와인을 다시 찾을 수 있고 시음 후기 같은 간략한 메모도 남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요소는 특히 젊은 세대에게서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이 제품은 와인을 준전문가 수준으로 즐기는 고객을 대상으로 기획했으나 디자인과 앱 편의성 등으로 입소문을 타면서 입문자들 사이에서 더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장 선임은 “처음에는 와인 수집가나 전문가 등 수십~수백 병씩 와인을 가진 분들을 대상으로 했는데 의외로 미니(8병) 출시와 함께 입문자들 사이에서 붐이 일었다”며 “홈술이 일상화하면서 관심이 늘었고 선물용으로도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니가 이제 출시된 지 두 달 정도 됐는데 판매량이 기존 와인셀러보다 높게 나타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유통 업계 조사 등을 토대로 한 자체 분석 결과 LG전자는 국내 와인셀러 시장에서 1위를 지키고 있다. 회사는 올해 국내 와인셀러 시장이 400억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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