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연내 반도체를 시작으로 디스플레이·2차전지 등 10개 이상의 업종별 미래 전략을 내놓기로 했습니다. 첨단산업 육성, 주력산업 고도화로 대한민국의 30년 먹거리를 확보하기 위해서입니다. 글로벌 공급망 불안이 심화하는 가운데 이 같은 전략들이 우리 산업계의 단비가 될 수 있을까요.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최근 이 같은 내용의 ‘새 정부 산업통상자원정책방향’을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했습니다. 산업부는 세계 각국이 ‘기업·정부 연합’ 경쟁에 돌입한 만큼 경쟁국 수준에 상응하는 지원으로 미래 먹거리를 창출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산업별 미래 전략은 첨단산업과 주력산업으로 구분해 발표합니다. 반도체 등 첨단산업은 세제·공급망·연구개발(R&D)을, 자동차 등 주력산업은 설비 투자와 핵심 기술 개발을 지원하는 식입니다. 구체적으로 반도체, 2차전지, 인공지능(AI)로봇, 디스플레이, 바이오는 첨단산업으로, 자동차, 조선, 철강, 석유, 화학은 주력산업으로 육성합니다. 이달 중 반도체 산업 육성전략을 공개하고 연내 나머지 산업의 육성전략을 추가로 공개할 예정입니다.
산업부의 정책방향은 민간이 주도하고 정부가 뒷받침하는 ‘혁신 산업 생태계’ 강화로 요약됩니다. 정부가 이 같은 전략을 내놓는데는 10년 뒤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이 0%대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이 같은 산업 혁신 전략을 통해 ‘성장의 벽’을 돌파하기 위해서입니다. 문재인 정부가 “대기업·수출기업 중심의 성장 정책은 압축 성장 시대에 효용을 다했다”며 공공 일자리 확대 등에 나선 것과 달리 현 정부는 기업 등 민간 중심의 성장에 방점을 찍었습니다.
산업부는 우선 경제규제혁신 태스크포스(TF)를 통해 이미 해소된 26건의 투자 애로 사항을 포함해 총 53건의 기업 투자 관련 규제 혁신에 나섭니다. 이들 53건의 프로젝트 규모만도 올해 정부 예산의 절반이 넘는 337조 원에 달합니다. 반도체·수소 등 10개 분야를 ‘메가 임팩트 프로젝트’로 선정해 기술 개발 및 제도 개선 등을 통합 지원할 예정입니다.
정부는 이런 투자를 뒷받침하기 위해 설비투자 시 세금을 깎아주는 투자세액공제 적용 대상을 확대하는 한편 용수와 같은 기반 시설은 국비로 지원하게 됩니다. 도박업 등을 제외한 대부분 업종의 입주가 가능한 산업 단지 내 ‘네거티브존’ 비율을 기존 30%에서 50%로 높일 예정입니다. 산업단지의 문호를 개방해 활용도를 높이기 위한 조치입니다.
인재 양성에도 힘을 기울일 예정입니다. 창의적 혁신 인재 양성을 위한 범정부 추진 체계 및 로드맵을 내년 상반기 중 마련하고 총 1조 5300억 원을 투입해 산업별 전문 인력을 2026년까지 총 14만 명가량 키운다는 목표입니다.
미중 무역분쟁 이후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공급망과 관련해서는 영국을 비롯한 주요국과의 상호 투자와 기술 협력을 통한 안정화를 꾀힙니다. 대(對)중국 포위망 전략으로도 불리는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의 국제 규범 및 표준 논의를 주도하는 한편 미국과의 공급망, 산업 협력 대화를 올 하반기부터 본격화할 예정입니다.
아울러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건설이 중단됐던 신한울 3·4호기의 환경영향평가를 즉시 개시하고 2024년부터 건설에 돌입할 예정입니다. 정부는 올해 원전 업계의 일감을 400억 원 늘린 1300억 원으로 확대했고 내년 초부터 본격적으로 신한울 3·4호기 사전 제작에 나설 예정입이다.
2030년까지 체코와 폴란드 등 주요국에 원전 10기 이상을 수출해 원전 산업 경쟁력도 한층 높이겠다는 각오입니다. 신규 에너지원에 대한 투자 확대를 위해 5000억 원 규모의 수소펀드를 조성하는 한편 에너지 혁신 벤처도 5000개 이상 육성할 계획입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업무 보고에서 “산업부가 반도체 산업의 견고한 소재·부품·장비 생태계 구축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며 “마드리드 정상 외교와 연계한 원전, 방산, 인프라 수출과 관련해 산업부가 중심이 돼 가능한 빠른 성과를 도출할 수 있게 해 달라”고 당부했습니다.
이어 윤 대통령은 “규제 혁파, R&D 지원, 첨단 인재 양성을 통해 성장 지향 전략을 확고하게 구축하는 한편 원전 생태계를 조속히 복원하고 일감을 조기에 공급하기 바란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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