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7일 장고 끝에 당 대표 출마를 선언했다. 대선 패배 후 약 4개월, 6·1보궐선거로 국회에 입성한 지 약 한 달 반 만이다. 당 안팎에서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인 상황에서 ‘이재명의 민주당’을 구축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이 의원이 넘어서야 할 과제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분당설’까지 나오고 있는 당내 첨예한 계파 갈등을 잠재워야 할 뿐만 아니라 당장 자신을 둘러싼 ‘사법 리스크’를 돌파해야 한다. 무엇보다 2024년 22대 총선에서 승리하지 못할 경우 대권 가도에도 치명상을 받을 수 있다.
이 의원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기는 민주당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당내 일각에서 계속해서 제기된 불출마 요구를 의식한 듯 출마 선언문에 ‘책임’을 전면으로 내세웠다.
그는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 패배의 가장 큰 책임은 저에게 있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며 “제가 그 결과에 대해 책임져야 하는 것 또한 당연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서도 “책임은 문제 회피가 아니라 문제 해결이고 말이 아닌 행동으로 져야 한다”고 당 대표 출마 결심을 밝혔다. 선거에 대한 포부도 밝혔다. 그는 “차기 총선에서 반드시 승리하겠다”며 “이기는 민주당을 만드는 임무에 실패한다면 이재명의 시대적 소명도 끝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선거마다 유령처럼 떠도는 ‘계파 공천’ ‘사천’ ‘공천 학살’이라는 단어는 사라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래·통합 등 5대 개혁안도 함께 제시했다.
다만 당내에서 ‘어대명’으로는 대선·지선 패배의 평가를 할 수도 없고 쇄신은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 의원 출마 한 시간 뒤 ‘맞불 출마’를 결행한 설훈 의원은 “위기의 경고음을 듣지 못하고 폭주하는 기관차를 세우기 위해 철길에 뛰어들겠다”고 말했다.
‘97그룹(1990년대 학번·1970년대생)’ 당 대표 경쟁 주자들은 이 의원의 출마 선언 전부터 사법 리스크 공세를 퍼붓고 있다. 강병원 의원은 “사법 리스크가 우리 당의 민생을 챙기는 모습에 발목을 잡지 않아야 한다”고 비판했고 박용진 의원도 “방탄용 출마와 사법 리스크라는 말이 공공연히 나온다”고 지적했다. 실제 ‘대장동 개발 특혜, 성남FC 후원금, 변호사비 대납, 배우자 김혜경 씨 법인 카드 유용 의혹’ 등 이 의원을 향한 수사가 속도를 내고 있다는 점은 부담이다.
이 의원이 당 대표가 된 뒤 사법 리스크가 정점에 달할 경우 국민의힘의 이준석 대표 징계와 유사한 상황이 발생해 계파 갈등이 더욱 심화할 수 있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당내 갈등을 해소하기는커녕 더욱 부채질할 수 있는 기폭제가 된다는 얘기다. 이를 의식한 이 의원이 출마 선언 직후 취재진에 “굿하는 무당인지 수사하는 검찰인지 모르겠다”며 “3년 6개월을 수사해서 무혐의 된 것을 또 수사한다고 압수수색하는 것이야말로 정치가 아니라 정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관건은 2년 뒤 총선이다. 이 의원이 총선을 진두지휘하며 승리로 장식한다면 대권 가도는 한층 탄력을 받을 수 있다. 반대의 경우라면 전국 단위 선거에서 3연속 패배로 당은 초토화될 수 있고 대선·지선에 이어 총선 패배까지 이 의원이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에 빠질 수 있다. 사실상 정치 생명까지 위기에 놓일 수 있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당 대표는 양날의 칼”이라며 “혁신 드라이브를 걸어서 (지지율) 상승 곡선을 만들지 못할 경우 당 대표는 독이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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