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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금융의 BTS’, 정치·황제 경영 못 깨면 연목구어


정부가 금융 산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겠다며 다시 한번 화려한 비전을 내놓았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19일 제1차 금융규제혁신회의에서 “BTS(방탄소년단)같이 글로벌 금융시장을 선도하는 플레이어가 출현할 수 있도록 새로운 장을 조성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첫 안건으로는 ‘금산(금융자본과 산업자본) 분리’ 규제 재검토를 내놓았다. 의지가 실행된다면 은행들도 정보기술(IT) 기업을 소유할 길이 열리는 등 이종(異種) 산업 간 결합·혁신과 규모의 대형화가 한층 빨라질 것이다. 금융회사를 ‘산업’의 관점에서 보고 부가가치 창출 도구로 삼았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첫발을 내디뎠다고 할 수 있다.

과거에 정권이 바뀔 때마다 ‘금융의 삼성전자’ ‘한국의 골드만삭스’ 등 금융 산업 발전을 위한 그랜드플랜을 내놓았지만 늘 태산명동서일필로 끝났다. 지난달 발표된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의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한국의 ‘금융 서비스 사업 활동 지원도’는 63개국 중 47위에 그쳤다. 앞으로는 금융 산업 육성을 외치지만 뒤에서는 전현직 관료의 ‘낙하산 창구’로 만드는 등 관치가 기승을 부리니 발전이 이뤄질 수 없다. 관치를 넘은 ‘정치 금융’의 폐해까지 나타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금융과 관련 없는 청와대와 정치권 출신 인사들을 국민연금, 금융 관련 협회 등에 무차별 투하했다.

금융회사의 책임도 가볍지 않다. 코로나19 과정에서 예대금리 차를 확대하며 사상 최대 이익을 구가하더니 ‘검찰 출신 금융감독원장’이 호통을 치자 대출 금리를 내리는 후진적 행태를 보였다. 성실하게 빚을 갚는 채무자들을 분노하게 하는 포퓰리즘 빚 탕감 대책이 나왔지만 금융회사 어느 곳도 반대의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 대신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들은 정치인·관료 등의 동아줄을 잡으며 ‘황제’ 노릇을 했다. 이런 일그러진 행태가 결합된 게 라임·옵티머스 참사다. 정치권과 금융 당국부터 깊이 반성해야 한다. 금융 산업에 대한 인식의 틀을 바로잡지 않으면 세계적 금융회사 탄생을 기대하는 것은 연목구어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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