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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TI·혈액형·사주…과학적으로 파헤쳤다

■우리는 모두 조금은 이상한 것을 믿는다

한국스켑틱 편집부 엮음, 바다출판사 펴냄





고용노동부가 올 3~5월 총 752개 기업의 채용 담당자를 조사한 결과 채용 과정에서 MBTI(성격유형검사)를 활용하는 곳은 23개사(3.1%)였다. 비록 소수 기업이라 하더라도 심심풀이용 검사가 채용에 활용된다는 사실 자체가 문제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는 비과학적인 믿음이 우리 일상 생활에 얼마나 뿌리내려 있는지도 알려준다.

신간 ‘우리는 모두 조금은 이상한 것을 믿는다’는 지난 8년간 과학의 관점에서 사회적 맹신을 비판적으로 살펴온 한국스켑틱편집부가 MBTI를 비롯해 혈액형, 운명, 사주팔자, 주역, 심령사진, 예지몽, 외계인, 유체이탈, 점성술, MSG(글루탐산나트륨) 등에 대한 25가지 비과학적 믿음을 과학적으로 분석한다.

먼저 책은 MBTI의 경우 인간의 성격을 16개의 유형으로 지나치게 단순화했다고 비판한다. 현대 심리학에 따르면 인간의 성격은 개방성·성실성·외향성·원만성·신경증(정서적 불안정성)이라는 다섯 가지 특성으로 이뤄지는데 이들 특성들은 서로 독립적이다. 즉 외향적이라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기 좋아하더라도 신경증도 높아서 조그만 일에 쉽게 걱정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더구나 다섯 가지 각 특성에서도 유형을 한쪽으로 나눌 수 있는 게 아니라 ‘중간’인 사람이 훨씬 더 많다. 이는 인간이 급변하는 환경에서 생존하기 위해 유연한 태도를 갖도록 진화해왔기 때문이다. 가령 영업직조차 사회성은 좋지만 자기주장이 강한 외향성보다는 중간인 사람의 실적이 가장 좋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A형은 수줍음이 많고 내성적인 반면 B형은 활달하고 친절한 성격이라는 식의 혈액형 성격론도 비과학적인 믿음 가운데 하나다. 미국의 한 연구진 182명의 지원자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 성격과 혈액형은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었다. 또 별자리로 사람의 성격이나 성욕, 정치 성향 등을 평가하는 사람들도 있다. 양자리가 “성욕이 대체로 높고”, 사자자리는 “성욕을 주체하기 어려우며”, 물고기자리는 “성적 능력이 떨어진다”라는 식이다. 하지만 미국인 5만3000명이 참여한 종합사회조사 데이터를 토대로 12개월 동안의 성관계 횟수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사자자리의 성관계 횟수는 다른 별자리와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

저자들은 이 밖에도 ‘휴대전화가 암을 일으킨다’, ‘음식으로 뇌를 고칠 수 있다’, ‘음이온 만병통치의 효능을 가지고 있다’ 등 괴담 수준의 황당한 주장에 대해서도 정면 반박한다. 책은 “이상한 믿음은 인간사의 일반적이고 중심적이며 거의 보편적인 양상”이라며 “불확실한 정보에서 일정한 패턴을 찾아 이야기를 만드는 능력은 상대성이론 같은 위대한 과학의 성취를 선물하기도 하지만 음모론이나 초자연적 믿음의 대안적 세계를 꾸며내기도 한다”고 말한다. 1만7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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