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로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중징계를 취소해달라며 제기한 소송을 1심에 이어 2심도 승소하면서 손 회장의 연임에 청신호가 켜졌다. 금융권에서는 각종 사모펀드 사태로 제재를 아직 확정받지 못한 금융사 최고경영자(CEO)들의 징계 논의도 재개될지도 주목하는 분위기다. 내부통제 제도에 대한 일관성 있는 잣대 마련이 조속히 나와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금융감독원과의 DLF 사태 징계무효취소소송 2심에서 승소함에 따라 연임을 가로막았던 ‘법률 리스크’가 사라졌다. DLF는 금리·환율·신용등급 등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파생결합증권(DLS)에 투자하는 펀드로 2019년 하반기 세계적으로 채권금리가 급락해 미국·영국·독일 채권금리를 기초자산으로 삼은 DLS와 이에 투자한 DLF에 원금 손실이 발생했다. 이에 금감원은 지난 2020년 1월 DLF 판매 당시 우리은행장이었던 손 회장에게 DLF 불완전 판매와 관련해 내부 통제 미비 등의 책임을 물어 ‘문책 경고’의 중징계를 내렸다. 문책 경고 이상 중징계가 확정되면 3년간 연임과 금융권 취업이 제한돼 연임이 사실상 어려웠다.
그러나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손 회장이 승소함에 따라 연임에 청신호가 켜진 셈이다. 우리금융 측은 “1심 법원 판결에 이어 2심 법원의 판결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이제는 복합위기 상황 등 어려운 경제상황에서 금융회사들이 취약차주에 대한 지원 등 국가 경제에 적극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감독 당국과 긴밀한 소통과 정책협조로 금융산업의 신뢰회복과 고객보호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언급했다.
금융권에서는 손 회장의 판결에 따라 금융위원회가 사법적 판단을 이유로 미뤄뒀던 내부통제 관련 징계 논의를 재개할지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라임펀드 사태로 김형진 전 신한금융투자 사장, 윤경은 전 KB증권 사장, 나재철 전 대신증권 사장은 직무정지, 박정림 KB증권 사장은 문책경고 처분을 금감원으로부터 받았다. 옵티머스 펀드 사태로 NH투자증권의 정영채 사장 역시 지난해 3월 문책경고 처분을 받았다. CEO 제재 수위는 금융위 정례회의를 통해 최종 결정되는데 금융위는 사법적인 판단에 대한 법리 검토 등을 이유로 최종 결정을 보류해왔다. 업계에서는 손 회장의 소송 결과를 반영해 금융위의 최종 제재 수위가 경감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금융 당국은 “2심 재판부의 판결을 존중해 판결 내용을 면밀히 검토 후 향후 입장을 정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금감원이 항소할지 또한 관건이다. 재판이 대법원으로 넘어가면 다른 금융사 CEO의 제재 수위를 결정하는 데 시간은 추가로 걸리게 된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손 회장의 이번 선고가 같은 사안으로 1심에서 패소한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 건과 어떻게 달랐는지, 금감원이 항소할지 등을 살펴봐야 한다”며 “법원 판단 내용을 담아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 제도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jikim@sedaily.com
